"속았다" 부글부글... 한국 이케아에 무슨 일이?
[헬조선의 이케아 ①] '꿈의 직장' 이케아는 왜 떠나고 싶은 직장이 됐나
20.12.22 07:12l최종 업데이트 20.12.22 07:12l
글: 류승연(syryou)
사진: 유성호(hoyah35)
그래픽: 고정미(yeandu)
<오마이뉴스>기사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00822&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이케아코리아지회가 임금 현실화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나섰다. |
ⓒ 유성호 | 관련사진보기 |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케아는 구직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2030 청년들은 외국계 기업인 이케아의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매력을 느꼈다. 시급으로 임금을 받았지만, 이케아의 보수 수준은 법정 최저시급보다도 몇 천원 더 높았고 고용 형태도 엄연한 정규직이었다.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중년들에게 나이·경력을 보지 않는 이케아의 채용 방식은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노동자가 일할 수 없는 날을 정하고 그 이외의 날에만 근무하도록 하는 이케아식 탄력근무제도 가정주부들에게 꼭 맞았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이케아 노동자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이케아 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개점 초기 이케아 광명점에는 약 800여명의 노동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600명으로 감소했다. 2017년 개점 당시 600여명이었던 이케아 고양점 노동자 수는 현재 490명으로, 2019년 개점 당시 490여명이었던 이케아 기흥점의 노동자 수는 현재 360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6년 동안 이케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2월 초 <오마이뉴스>는 이케아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노동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 있는 광명·고양·기흥·동부산 등 이케아 4개 지점 가운데 2개 지점 노동자들의 근무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그 중 2명과는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 모두 '이케아가 노동자들을 기계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꿈의 직장'의 반전
|
▲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나선 이케아 노조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 이케아 기흥점에서 사측은 말로는 글로벌 기준을 제시하며 현실은 차별 대우를 일삼고 있다며 ’한국이 호구냐! 한국법인 노동자도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내용의 등벽보를 착용한 채 업무를 보고 있다. |
ⓒ 유성호 | 관련사진보기 |
노동자들은 입사 당시를 회고하며 북유럽에서 온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신분이었던 한우리(가명)씨는 몇 년 전 비정규직만 넘쳐나던 취업 시장에서 이케아가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들떴다. 복지로 유명한 스웨덴 기업인데다 직원들을 상호 존중하는 수평적인 문화까지 갖추고 있다고 하니 한국 기업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겼다. 영어 실력이나 근무 경력만 갖추면 학력이나 나이 제한 없이 승진할 수 있는 구조 또한 마음에 들었다.
임금이 시급 위주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불만은 없었다. 이케아가 제공하겠다고 밝힌 시급이 그가 입사할 당시의 최저임금보다 3000원 높게 책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이케아의 '통 큰 결정'을 칭찬하는 기사들도 쏟아졌다. 그는 이케아 세일즈(영업)팀에 입사했다.
중년의 이주희(가명)씨는 이케아에 취직하던 당시를 잊지 못했다. 오랜 시간 가정주부로 살았던 이씨가 취업 전선에서 새 직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적지 않은 나이와 짧은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이케아는 나이와 경력을 보지 않고 채용했다. 게다가 노동자들에게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스웨덴 문화, 피카타임(fika-time)까지 제공한다고 했다. 노동자를 위한 폭넓은 복지 혜택에 이케아는 금세 이씨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고 이씨는 파트 타임(Part-time) 정규직으로 이케아 푸드팀에 취업했다.
그런데 이씨는 입사 후 단 한 번도 '피카타임'을 가져 본 적이 없다. 피카타임이라는 이름의 별도 휴식 시간이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노동자들에게는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 주어지는 법정 휴게시간이 전부였다. 일부 노동자들이 용기 내어 회사에 유급 휴게 시간을 달라고 건의했지만 '법정 휴게시간 내에서 쓰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30분짜리 법정 휴게시간 내에서 피카타임을 갖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고 있던 업무를 정리하고 밥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모든 과정을 30분 내에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이씨는 휴게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썼다. 장갑과 위생복을 벗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데 3분, 배식에 5분, 식사에 15분, 퇴식에 1분, 화장실에 5분, 다시 업무 선상으로 복귀하는 데 1분을 쓴다고 했다.
"밥은 거의 마셔요. 칼 같이 30분 휴게 시간을 지켜야 하거든요. 운 좋으면 5분 만에 배식을 받는데 사람이 몰릴 때면 배식에만 10분 이상이 걸려요. 그런 날은 밥을 패스해요. 주변에는 쉴 시간이 없다고 아예 식사를 안 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이케아에서 일하는 9시간 중, 법정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단 1분도 앉아 있을 수 없다고 보시면 돼요."
또다른 지점 푸드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지환(40대, 가명)씨도 마찬가지다.
"일이 워낙 힘들다보니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밥은 늘 15분 내로 먹어요. 그래서 위장약 들고 다니는 분들도 많고요. 약을 안 먹으면 바로 체기가 올라오거든요."
짧게 쪼개진 업무 스케줄도 부담이다. 이케아 노동자들의 업무는 효율을 위해 15분 단위로 쪼개져 있다. 업무도 이에 맞춰 바뀐다. 15분 동안 뜨거운 스프를 만들다 1시간을 레스토랑 입구에서 방문객 QR코드를 체크하고 다시 45분 동안 음식 창고에서 재료를 나르는 식이다. 쉴 새 없이 업무가 뒤바뀌다보니 한 명이 하루 동안 5가지 이상의 업무를 맡는 경우도 있다. 노동자들은 복잡한 스케줄을 깜빡하지 않기 위해 손등에 스케줄표를 적어두거나 핸드폰으로 알람을 설정해 둔다.
사라진 피카타임... 15분 단위로 쪼개진 스케줄
|
▲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나선 이케아 노조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 이케아 기흥점에서 사측은 말로는 글로벌 기준을 제시하며 현실은 차별 대우를 일삼고 있다며 ’한국이 호구냐! 한국법인 노동자도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내용의 등벽보를 착용한 채 업무를 보고 있다. |
ⓒ 유성호 | 관련사진보기 |
노동자들은 근무자 수가 많았던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스케줄 모두 '익숙해져 버틸 만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이씨로부터 건네받은 자료에 따르면, 퇴사자 증가에 따라 실제 노동자들이 일한 총 노동시간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 2019년 1월의 한 금요일 하루 동안 이씨가 일하고 있는 지점의 푸드팀에서 근무한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 총 합은 100시간대였다. 하지만 최근 같은 요일의 노동시간은 80시간까지 줄어들었다. 퇴사한 노동자의 빈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서 100시간을 들여 하던 일을 80시간 만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졌다. 한 파트당 2~3명이 맡았던 업무는 1~2명 몫이 됐다.
"인원이 적은 날은 15분 동안 혼자 두 파트를 맡기도 해요. 회사가 사람이 나가거나 휴가를 가도 인원을 뽑아주질 않거든요. 손님들한테 음식을 떠주는 '서버' 역할이랑 음식을 날라주는 '러너'를 같이 하죠. 워낙 정신이 없어 주방 공간 안에서 뛰어다녀요."
푸드팀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세일즈팀 노동자 한씨는 "매출은 그대로인데 인력은 줄어들어 노동 강도가 너무 세다"며 "예전에는 직원 10명이 물건을 100개 처리했다면 지금은 2~3명이 일을 나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지난 12월 초 <오마이뉴스>가 방문한 당일 판매 구역 하나를 혼자 담당하고 있었다. 방문객들의 문의를 받는 것도, 4000개가 넘는 제품 개수를 체크하는 것도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두 2인 이상이 함께 담당하던 업무였다고 한다.
인력은 이케아가 탄력근무제 근간인 고정휴무일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서 줄어들었다. 한때 한씨는 회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평일 중 하루, 영어 학원을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관리자로부터 '고정휴무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노동자 한 명이 고정휴무일을 정해두면 다른 동료들이 힘들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는 결국 학원을 그만뒀다.
이씨의 경우엔 사전에 상의도 없었다. 이씨는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하자, 뒤늦게 자기계발을 꿈꾸고 고정휴무일로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했다. 하지만 회사는 일손이 부족하다며 이씨와 상의 없이 고정 휴무일에 근무 스케줄을 집어넣었다.
이씨는 관리자에게 직접 '인원 충원'을 건의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한다. 그는 "관리자가 '기존 근무자들이 이케아에서 일한 지 오래된 고숙련 노동자라서 사람을 더 뽑지 않아도 된다'는 기적의 논리를 펴더라"며 황당해 했다.
최형우(30대, 가명)씨도 "회사가 탄력근무제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많이 나갔다"라며 "물류팀만 해도 부서 인원이 몇 년 전에는 100명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1/3토막 났지만 업무량은 똑같다"고 씁쓸해 했다.
고정휴무일 지정 흔들리자 이어진 퇴사... 남은 사람들에게 전가된 일
이하 생략
<오마이뉴스>기사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00822&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