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天眞爛漫)
◎글자풀이: 하늘 천(天 tiān), 참 진(眞 zhēn), 빛날 란(爛 làn), 흩어질 만(漫 màn).
◎뜻풀이: 천진 난만하다.
◎출처: 원(元) 하문언(夏文彦) 『도회보감•정사초(圖繪寶鑑•鄭思肖)』
◎유래: 남송(南宋) 때 정(鄭) 씨 성을 가진 화가가 있었는게 이름을 정사초(鄭思肖)로 불렀다. 사초(思肖)라는 이름은 남송이 멸망한 후 개명한 것이었다. 송나라는 조씨(趙)가 세운 나라로 초(肖)는 바로 이 조라는 한자의 한부분이었다. 이는 화가가 영원히 남송을 생각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준 것이었고 그는 소주(蘇州)의 한 절에 은거해 있었다.
정사초는 거주하는 곳에 큰 편액을 걸어 놓았는데 편액에는 그가 쓴 ‘본혈세계(本穴世界)’라는 네글자를 적었다. 이중에 ‘본(本)’자는 대(大)자와 십(十)자로 구성되었는데 이 십(十)자를 혈(穴)자에 더하면 송(宋)자가 되며 여기에 대자를 붙이면 바로 ‘대송(大宋)’인데 이는 자신이 여전히 대송의 강토에서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사초는 자신이 행동할 때의 방위에도 아주 엄격했다. 자리에 앉거나 잠을 잘 때에는 언제나 남쪽을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왔고 회화기법을 교류하군 했다. 그는 방문객이 남방말을 사용할 때면 마치 옛 친구를 만난듯이 열정적으로 대했으며 북방말을 사용하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자리를 뜨군 했다.
정사초는 난을 잘 그렸는데 그가 그린 묵란(墨蘭)은 뿌리가 없었으나 너무나 생생해 친구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물었다. “선생께서 그린 묵란은 왜 흙뿌리가 없는 건가요?”
이에 정사초는 분개한 어조로 대답했다. “강토마저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겼으니 어찌 흙과 뿌리가 있을수 있단 말이요?”
정사초의 그림은 그 명성이 자자해 현의 현감도 그림 한장을 얻으려 했다.
한번은 현감이 정사초에게 사람을 보내 묵란화 한폭을 바치면 조세를 면제해 주겠노라고 했다. 이에 정사초는 강경한 어조로 비꼬았다. “너희 주인한테 전하거라. 내 수급은 가져갈 수 있어도 묵란그림은 절대 가져갈 수 없을 것이라고.” 이를 전해들은 현감이 정사초에게 벌을 가하려고 생각했으나 문인들의 저항이 있을가 두려워 그만두었다.
어느 하루 정사초는 또 묵란화를 그렸는데 그림속의 묵란은 역시 흙뿌리가 없었다.
그는 그림위에 “순수한 군자, 소인배가 없노라”는 글을 적었으며 이를 본사람들은 이 그림이 순수하고 자연스러우며 생기가 넘친다고 칭찬했다.(천진난만)
‘천진난만’이라는 성어는 사람들이 정사초가 그린 묵란을 칭찬하는 말에서 생긴 것이며 지금은 그 사람의 인품이 순진무구함을 일컫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