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봉사활동 일기(21.11.30)
밤부터 내린 비가 하루종일 이어집니다.
첫 방문은 이ㅇ자어르신(수진1동, 80세,대장암)입니다.
밀감 1박스와 뉴ㅇ어 1박스를 들고 잘 안열리는 대문을 열다 뉴ㅇ어 박스가 바닥에 떨어졌어요.
비가 오니 바닥에 놓기 그랬지요. 저도 당황했어요.
어르신께서 쿵소리가 나서 나오십니다. 그래도 캔 포장이라 다행입니다.
병이었다면 깨졌을텐데 앞으로 병 포장 물품은 깨질 위험과 다칠 위험이 있어 조심해야겠다 터득했습니다.
겨우 주차하고 오신 전도사님께서 캔이라 괜찮다며 토닥토닥 하십니다.
그간 전국호스피스지도자세미나와 임종체험 등으로 매주 못뵈어 어르신께서 많이 기다리셨네요.
"그간 복지관에서 주던 물품이 지난 달로 끊겼어요. 허리 아파서 오래 못걷고 조금 걷다 쉬고 해야하는데
복정동까지 가서 받아올 자신이 없어서 안받겠다." 하셨다네요.
배달까지 해주면 참 좋으련만 고령의 환자에게 받으러 오라는 건 아쉽네요.
복지관에서도 많은 대상자를 일일이 배달해드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요.
예전에는 봉사자가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봉사자가 줄었나 봅니다.
어르신께서 지난번 김치 맛있게 다 먹었다 하십니다. 해마다 김장김치를 풍족하게 드렸는데 올해는 김치가 귀하네요.
어릴적 김장김치와 연탄 채워 놓으면 겨울준비 끝냈다 하셨는데 김치가 없으니 겨울준비가 아직 안되었네요.
올해는 배추 및 양념, 야채 값이 큰 부담을 주네요. 김장해서 우리 환우님들께 풍성하게 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고민하고 계시는 전도사님 "그렇지 않아도 우리 환자들이 안부전화를 많이 하세요.
직접 말씀 안하시지만 김치가 필요하다는 전화로 나는 다 알지요.
" 저도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은 전도사님 마음 다 알지요. 오늘은 어르신께 많은 이야기를 들어드렸습니다.
내가 대장암으로 일을 그만둔지 10년이 넘었는데 회사 상사와 동료가 매년 명절이면 과일박스를 보내오고
식사대접도 해준다며 너무 미안해 죽겠다 하십니다.
어르신께서 직장생활을 잘하신 덕분이겠지요. 참 멋진 분입니다.
오늘은 친구가 만들어준 요를 방바닥에 깔아놓고 자랑하십니다.
직접 천연염색을 하고, 수를 놓고, 목화를 심어 목화솜을 넣어 만든 100% 핸드메이드 작품이랍니다.
몇 달이 걸려 만들었답니다. 감동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사랑하는 호스피스에서 갖다드리는 물품을 어찌나 귀하게 드시고,
쓰고 계시는지 연신 고맙다 하십니다.
발바닥이 아파서 못걷는데 갖다주신 슬리퍼를 신으면 부드럽고,
가벼워서 발이 안아파서 얼마나 좋은지 다 알고 갖다 주시는 것 같다 하십니다.
옛날에 직장 다니고 할때는 내가 남의 도움을 받으리라 상상도 못했다 하십니다.
그런데 암수술하고 남편도 돌아가시고 혼자 이렇게 얻어 먹으면서 살지만 주시는 물건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하십니다. 전도사님께서 얻어 먹는 것이 아니고 서로 나누며 사는 것이라고 따뜻하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하지요. 어르신께서 살아온 지난날 이야기가 색색깔 솜사탕처럼 피어납니다.
비결은 직장생활때 사심없이 내 가족처럼, 내 자녀처럼 생각하고 진심으로 일하셨다 하십니다.
그러한 날들이 80 암환자 어르신에게 사랑과 기쁨, 위안의 노래가 되고 있습니다.
밖에는 겨울비와 찬바람이 매섭게 소리치지만 방안은 어르신 말씀이 사랑방 아랫목처럼 따뜻합니다.
어르신 잘 살아오셨습니다. 건강하세요.
표ㅇㅇ, 이ㅇㅇ(40대, 횡경막암, 우울증, 조건부수급자, 중3자녀)
아이가 3살때 아빠가 아프기 시작하였답니다.
수술 후 아이가 보고 싶어 병원에 데려갔는데 멀찍이 그대로 서있더랍니다.
아이 이야기를 해보면 부모와 충분한 애착형성이 부족하고 아이 혼자 커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유아기때부터 부모님의 아픈 모습만 보고 자라서 부모한테 안기고, 어리광 부리고,
투정도 하고, 이것저것 사달라 떼쓸 과정도 없이 혼자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 상담지원을 받았답니다. 상담을 꾸준히 받으면 좋겠는데
개인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커서 못하고 있다합니다.
상담을 공부하신 전도사님께서는 아이가 속마음은 여느 또래와 같지만
가정 형편상 겉으로는 태연한척 어른처럼 가면을 쓰고 있을 수 있다합니다.
앞으로 중3 자녀의 마음을 풀어주고 위안과 희망으로 채워줄 수 있는 상담 지원을 찾아 봐야겠어요.
한ㅇ진어르신(정자동, 위암, 폐암, 수급자)은
고향에 계셔서 뵙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내일 전도사님께서 다시 방문 하시기로 하고 아쉽게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까지 출현하고 여러 가지 상황들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 환우님, 봉사자님 모두 특별히 건강 잘 지키세요.
#호스피스봉사활동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