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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휴게소 -(2.3km, 1시간 50분)→ 한계령 삼거리 -(1km, 1시간)→ 귀때기청봉(1,578m) -(4.3km, 3시간)→ 큰감투봉(1,409m) -(2.3km, 1시간)→ 대승령(1,210m) -(2.7km, 2시간)→ 장수대 분소'의 12.6km, 8시간 50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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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때기청봉(1,577m) - 설악산 산행 코스
귀때기청봉: 강원 인제군 북면
안산과 대승령에서 대청봉까지 이어진 능선을 서북 주 능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서북 능선은 능선의 거리 만도 18km에 9시간이 소요된다. 등정과 하산을 포함하면 13~16시간이 소요된다.
서북 능선은 서북 능선의 한가운데에 있는 한계령 갈림길 삼거리를 기준으로 그 동쪽의 백두대간 주 능선 구간과 한계령 갈림길 삼거리~대승령, 안산 사이의 서쪽 구간의 2개의 능선으로 나눌 수 있다.
귀때기청봉(1,577m)은 서북 능선 중간의 한계령 갈림길 부근의 서쪽 서북 능선에 있으며 그 양옆으로 '큰귀때기골'과 '작은귀때기골'을 거느리고 있다. 내설악의 귀때기골은 귀때기청봉(1,577m)에서 시작하여 높이 약 450m 지점에서 수렴동 계곡과 만나며 작은골과 큰골 둘로 나뉘어 있다.
특히 100m가 넘는 쉰길 폭포는 꼭 한번 볼만한 곳이지만 험하여 올라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산행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이나 충분한 장비(40m자일 등)가 없는 경우에는 귀때기골로 산행을 하지 않도록 한다.
서북 능선은 설악 최장의 능선으로, 설악 최고봉을 향해 오르면서 설악의 전모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코스가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코스다.
서북릉은 매우 힘든 산행 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능선이 길면서도 굴곡이 심해 체력 소모가 심하고, 강인한 인내심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힘든 산줄기를 걸으며 한여름의 더위와 갈증, 한겨울의 심설 등, 극한을 헤쳐 나아가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능선이 서북릉이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白頭大幹)은 금강산과 향로봉을 지나 설악산의 북주릉, 공룡릉을 거쳐 대청봉에서 서북릉으로 흘러내리다가 한계령을 거쳐 남쪽의 점봉산으로 이어진다. - 한국의 산하
2월 9일 토요 산행지로 눈 덮인 기암과 눈꽃이 좋다는 원주 감악산을 선정해서 같이 갈 동무가 있는지 출발 이틀 전 확인해 보았다. 산행 친구 모두 다른 일정으로 바빠 단독 산행이라는 결론이 났다. 애초 원주 감악산을 선정한 이유가 지난 주말 전국적인 비에 강원도 지역은 눈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눈에 대해 기대를 하고 설악을 방문했던 봉 감독과 용준의 전언에 의하면 설악만 폭설이 내렸고 다른 산은 눈이 아닌 비가 내렸다고 했다. 물론 설악도 고도가 낮은 지역은 비가 내렸고…. 그렇다면 감악산에서 눈을 보기는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여름 계곡 산행으로 미뤄 두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딱히 갈만한 산이 떠오르지 않아 산악회 카페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갈만한 산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대부분 산악회가 있지도 않은 눈꽃 산행을 한답시고 함백산, 태백산, 덕유산 등에 대해 모집하고 있었다. 그나마 한 산악회에서 "내연산"을 모집하고 있어 신청하려고 보니 버스 두 대가 동원됐음에도 만석이었다. 상황에 따라 불참자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내연산'을 가기로 하고 용준이 어느 산을 갈 계획인지 물어보았다. 답은 "아직, 계획 없다!"였다. 해서 둘이 이산 저산 얘기하다 설악산 서북 능선 중 서쪽 구간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승령까지 가기로 했다. 그동안 대승령 쪽에서 한계령 삼거리로 향해 가기는 많이 했으니, 이번에는 거꾸로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승령으로 가기로 했다. 이론적으로는 그게 더 쉬워 보였다.
작년 2018년에 이어 2019년 설악산 오지 탐험의 주 무대가 서북 능선이라 이 구간은 많이 다녔고 다닐 예정이라 코스에 대해 큰 매력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설악산에 폭설이 내려 고지대의 등산로와 대피소가 다 폐쇄될 정도였기에 눈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렇게 둘이 설악을 가기로 했지만, 문제는 금요일 저녁 본사에서 미팅 후 회식을 하기로 한 것이다. 술을 자제하지 못하면 설악이고 뭐고 없다.
그리고 용준이 전해준 말에 따르면 경옥과 진아가 우리와 함께 간다고 했다. 그 두 여성 동무는 지난 1월 19일~20일 낙진, 나와 함께 한계령으로 올라 중청에서 1박 후 공룡 능선을 거쳐 마등령으로 하산한 일이 있다. [산행기] 채 한 달이 안되 다시 설악산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때 한계령 삼거리에서 끝청, 중청에 이르는 서북 능선 백두대간 구간을 탐방했으니, 이번에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승령까지 가면 설악산 서북 능선을 종주하게 된다. 덤으로 2018년 용준과 함께 두 친구가 남교리에서 시작해 십이선녀탕을 거쳐 대승령으로 하산한 기록이 있어 실질적인 서북 능선 종주를 완성하게 된다. 그 두 친구에게는 의미 있는 산행이 될 것이다.
금요일 저녁 회식 때 술을 자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애초 간단히 저녁만 먹고 집에 와 설악산 서북 능선 서쪽 구간을 달리기 위한 배낭을 쌀 예정이었지만, 만취해 집에 들어와 준비고 뭐고 없이 바로 잠이 들었다. 그나마 이틀 전 알람을 맞춰 놓아 제시간에 기상은 했다. 아침으로 누룽지를 끓여 먹고 수요일 북한산에 들고 갔던 배낭을 그대로 다시 들고 동서울 버스 터미널을 향해 출발했다. 다행히 버스는 첫차인 6시 30분 차가 아니라 서두를 이유가 뭐냐고 내가 주장해 7시 28분 차를 용준이 일괄 예약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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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15분경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해 세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버스에 탑승했는데 예상보다 승객이 많아 여유 있게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정시에 출발한 버스에서 잠을 청해 한 시간가량 잔 후 버스 벽에 닿은 옆구리가 시려 잠을 깼다. 버스 안은 따뜻했지만, 벽에 무릎이 닿으면 시렸다. 창문은 꽁꽁 얼어있었고…. 버스 밖의 기온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출발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를 확인했던 차라 갑작스러운 한파로 전국적으로 추워질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기온은 낮지만 바람이 강하지 않다는 것에 위안을 받던 중이었다.
다시 잠을 청하기도 뭐해 패드를 꺼내 책을 보며 간간이 커튼으로 유리를 닦아 창밖 산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런데 흐릿한 창밖으로 보이는 산엔 눈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슬슬 설악산의 눈 상태에 대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차가 인제 원통을 지나 장수대로 접어들자 산에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이자 들머리인 한계령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지 주변은 온통 눈이었다. 눈이 내린 지 일주일가량 되어 나무에 쌓여 있는 것은 없었지만, 땅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 시각이 9시 36분이다. 7시 28분에 출발했으니, 2시간 8분 만에 도착했다.
각자 볼일을 보고 산행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혹시 라면을 파는지 보았다. 예상대로 점심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럼 비상용으로 늘 배낭에 들어 있던 미역 라면 두 개에 각자 들고 온 컵라면을 같이 넣고 끓여 먹는 방법밖에 없었다. 뭐 나쁜 선택은 아니다. 추가로 햇반도 하나 있으니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침의 혼란 중에도 이슬이 오리지널 한 병과 라면 끓일 용도의 생수 500mL 챙긴 게 다행이었다. 나도 화장실을 다녀와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9시 4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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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서 한계령 삼거리로 오르는 계단의 음지 부분은 눈이 얼어붙어 빙판이었다. 그런데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눈과 얼음이 없어 아이젠을 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단을 다 올라 설악루에 도착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니 아이젠 없이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해서 설악루에서 배낭을 벗어 두고 각자 아이젠을 착용했다.
한계령 삼거리를 향해 다시 오르기 시작했는데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추위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야가 좋아 설악산의 구석구석이 아주 잘 보였다.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있는 점봉산, 가리봉의 모든 계곡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날이 좋아 전망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지난주에 내린 눈이 쌓인 계곡이 다른 곳과 확연히 구분되어 더욱 잘 보였다. 삼 주전에 이미 올랐던 길이라 모두에게 익숙해 생각보다 쉽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올라 10시 31분경 오늘 코스의 최고봉 귀때기청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 상태는 발목을 넘게 눈이 쌓여 있었지만, 많은 등산객이 다녀 스패츠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 다만 등산객에 의해 눈이 다져져 빙판화되어 미끄러웠다. 와중에 쓰러진 나무를 디뎠다가 미끄러져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눈에 처박히는 사건이 있었다. 목에 매고 있는 카메라는 눈에 푹 젖어 종일 말썽을 부렸고 고꾸라지면서 돌에 부딪힌 오른쪽 무릎은 욱신거렸다. 앞서가던 경옥이 미끄러질 뻔했던 걸 보고도 아무 생각이 없이 나무를 디뎠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비록 무릎이 욱신거렸지만, 돌아갈 상황도 아니고 내 몸 상태를 잘 알지만, 한 10분만 꾸준히 걸어주면 아픈 게 사라지니 문제 될 게 없었다.
한계령 삼거리 바로 아래 계단과 지금은 말라 계곡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계곡에 있는 다리에 도착한 시각이 11시였다. 사실상 다 온 거다. 계단에 올라 주변 경치를 사진으로 남기며 절경을 감상했다. 바위에 착륙한 비행접시는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노닥거리며 계속 올라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12분이다. 한계령을 떠난 지 1시간 24분 만에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랐다. 익숙한 길이라 더 빨랐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도착해 보이는 내설악은 절경 중 절경이었다. 전망이 이렇게 좋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용아장성 능과 공룡 능의 바위에 있는 지문 하나하나가 다 보이는 거 같았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사진을 찍었다. 오랜만에 주변에 있던 등산객에게 부탁한 사진이다. 커피 한잔하고 가자는 용준의 말에 귀청 쪽으로 가다 보면 백운계곡으로 빠지는 곳에 널찍한 곳이 있으니 거기서 마시자고 했다. 한계령 삼거리는 등산객으로 북적거려 자리 잡고 앉아 커피를 마실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난 1월에는 삼거리에서 대청 쪽으로 갔지만, 2월에는 귀청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갔다.
삼거리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식당 또는 비박지로 활용되는 장소에 도착해 의자를 꺼내 앉아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는 중에 아무도 손대지 않아 하얀 도화지가 된 눈 덮인 곳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11시 30분경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11시 45분에 귀청을 오르는 1km에 달하는 너덜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뒤에 따라오는 일행을 돌아보며 지옥의 시작이라고 한 마디하고 너덜을 오르기 시작했다.
너덜의 특성상 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공단에서는 야광 철봉을 세워 등산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만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길과는 달리 너덜에는 등산객의 흔적이 중간에서 사라졌다. 나는 봉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앞선 등산객의 흔적은 봉을 무시하고 능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잠깐 그 흔적을 따라갈까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래도 공단에서 봉을 세워 길을 안내하는 쪽이 우리 여성 동무가 움직이기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봉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 말은 러셀을 하며 너덜을 통과해야 한다는 소리다. 내가 앞장서 너덜의 눈을 치우며 가고 그 뒤를 두 여성 친구가 용준이 후미를 따라 왔다. 그렇게 너덜을 지나 귀청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1시 5분이다. 1km의 눈 덮인 너덜을 통과하는데 1시간 20분이 걸렸다. 애초 5시경 장수대에 도착할 거라는 예측이 빗나가는 순간이다. 눈 덮인 너덜에 대한 예상을 못 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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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는 산꾼이 텐트를 치고 태양광 패널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었다. 하긴 관리공단 홈페이지의 설악산 코스별 안내를 보면 대승령에서 한계령 삼거리에 이르는 서북 능선 서쪽 구간 코스는 아예 없다. 관리하기 쉽지 않은 코스란 얘기다. 어쨌든 내가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삼각대를 꺼내 조립하는 걸 보고 그 산꾼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하나 봅니다." 하고 말을 걸어왔다. 해서 "인증은 남겨야죠."라고 해주었다. 내가 먼저 도착해 다른 일행이 보이지 않아 단독 산행이라 생각한 거 같았다. 그리고 일행이 마저 도착하자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대승령으로 간다고 하자 서둘러야겠다는 말을 해 "응, 뭔 말이지?" 생각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대략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1시가 넘었다. 그 산꾼의 말이 맞다. 서둘러야 한다.
귀청에는 정상석이 따로 없고 이정표에 "귀때기청봉"이라고 붙어 있는 것이 정상석을 대신했다. 하긴 설악산 청 5 형제 중 막내인 소청보다 28m 높은 넷째에 정상석을 세울 리가. 그 이정표와 건너편 가리봉을 배경을 인증 사진을 찍었다. 내설악의 용아장성, 공룡, 봉정암, 소청 대피소, 대청, 중청, 소청, 끝청 등등을 사진으로 남긴 후 귀청을 떠났다. 처음 생각은 귀청 정상에서 점심을 먹는 거였지만, 이미 산꾼이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가 애용하는 비박지에 가서 먹기로 했다.
내가 앞서 내려가 우리의 애용 비박지에 도착한 시각이 1시 32분이다. 그런데 작년 9월 소승골, 상투바위골 등반 시 없었던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산행기] 쉬어 가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비박을 할 수 없게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비박지로 이용되는 장소에는 거의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어쨌든 두 의자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테이블을 설치한 후 버너와 코펠을 꺼내 생수를 붓고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라면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가 귀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바람이 안 불어 추위를 느낄 수 없었지만, 기온은 영하 10도 이하로 생수가 얼어 있었다. 별수 없이 칼을 꺼내 생수병 뒤를 잘라 얼음을 코펠에 부었다. 물이 500mL밖에 되지 않아 주위의 눈을 넣을까도 생각해봤지만,눈 위에 있는 먼지가 망설이게 했다. 애초 일행이 컵라면을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왔으니 그 물을 부으면 되니 일단 있는 물만 끓이며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1시 42분경 일행이 도착해 뜨거운 물을 마저 붓고 컵라면 두 개와 미역 라면 두 개를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물론 라면 냄새가 진동했다. 우리 일행 뒤를 따라서 오던 팀이 라면 냄새를 맡고 버너와 코펠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서로 비난하며 지나갔다. 내가 이 맛에 산에서 라면을 끓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먹는 유일한 라면이 산에서 끓여 먹는 거다. 일행이 가져온 반찬과 라면을 안주로 빨갱이를 마셨고, 두 잔 정도 남은 술은 버려야 했다. 금요일 저녁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면 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면을 다 먹은 후 그 국물에 햇반 두 개를 넣어 다시 끓여 마저 먹었다. 아무래도 귀청을 오르고 내리는 너덜에서 힘을 많이 빼 모두 배가 고팠던 거 같았다.
2시 10분경 식당 주변을 말끔히 치우고 대승령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귀청에서 큰감투봉에 이르는 4.3km의 험로의 능선길은 기복이 심했다. 이 길이 처음도 아닌데 대승령에서 올 때보다 대승령을 향해 가는 길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에 대해 용준과 대화에서는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러지지 않으려 버티다 보니 더 힘이 들었다고 결론을 지었다. 여기에 대해 봉 감독은 청 형제를 버리고 가는 산꾼을 가지 말라고 청 형제가 붙잡아 더 힘들다고….(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둘 다 일리가 있다. 어쨌든 우리가 동의한 것은 이 구간이 이렇게 기복이 심했었던지 몰랐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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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은 들었지만, 대승령을 향해 가며 우로 보이는 내설악과 멀리 북설악, 금강산?을 좌로는 점봉산과 가리봉의 절경을 보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굳이 표현하자면 우리끼리 오늘 오지 않았으면 평생 후회했을 거라고 했다. 길을 갈수록 같은 산이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줘 매번 사진을 찍어야 했다. 대략 50여 장의 사진을 찍지 않았나 생각했지만, 결과는 168장이었다. 대승령을 1.8km 정도 남겨둔 지점에서 용준이 간식으로 빵을 먹고 가자고 해 자리를 잡고 앉지는 않고 서서 빵과 물을 나눠 먹고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 시각이 4시 50분경이었다.
일단 귀청 정상에서 예상했듯이 5시까지 장수대에 도착하는 것은 물 건너갔다. 이제는 6시가 목표다. 그런데 대승령까지 남은 거리가 1.8km고 시각이 5시가 다 되어 사실 6시 도착도 쉽지 않다. 6시 반경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한계령발 동서울행 버스는 6시 30분과 7시 30분 차가 있었다.
5시 45분에 대승령에 도착하니 저 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몰에 맞춰 바람이 불기 시작해 약간 추위가 느껴지기도 했다. 경옥, 진아 두 여성 산꾼은 그 순간 설악산 서북 능선 종주를 완료했다. 두 친구만 대승령 이정표에 세워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완주를 축하해 주었다. 바람을 피해 대승령 정상에서 50여 미터 내려온 곳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장수대를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6시 10분에 대승암터를 통과하며 대승폭포에서 대승암까지 가마를 타고 올라와 인적 끊긴 대승암에서 1박 후 감회를 시로 남긴 옛사람의 시를 감상했다. 그 시를 사진으로 찍었지만, 날이 어두워 정상적으로 찍히지 않아 글을 알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내가 왜 이 시를 처음 보았나 생각해보니 이 길 자체가 초행이었다.
2017년 8월에 봉 감독, 봉의 아들, 용준, 나 이렇게 넷이 장수대를 출발해 안산을 오를 때 대승령을 향해가다 바로 들개 산행으로 안산으로 빠져버려 이 길을 갈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서북 종주의 경우 들머리가 남교리였다.
날이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아 각자 가지고 있던 랜턴을 키고 하산해야 했다. 그 시점에 걱정이 된 봉 감독이 톡으로 원통 택시 기사 전화번호와 버스 시간을 알려주었다. 역시 친구다! 머리에 랜턴 하나씩 묶고 내려가 6시 45분에 장수대 탐방센터와 펜션 불빛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대승폭포는 하얀 얼음 기둥으로 자태를 뽐냈지만, 어두워 사진을 찍어봐야 의미가 없어 보여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7시 11분에 탐방센터 문을 통과해 산행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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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차는 한계령발 7시 30분 동서울행이 막차이자 우리의 유일의 선택지라 하산을 서두르지 않았다. 날도 어둡고 미끄러워 위험하기도 했고…. 버스정류장 간이 건물에 배낭을 내려놓고 산행 뒷정리를 했다. 한계령에서 7시 30분에 출발하니 장수대에는 7시 40분경 도착할 예정이라 시간은 충분했다. 남는 시간 초승달과 별을 구경하며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보니 서북 종주를 완성한 두 친구를 하늘이 축하하는지 멀리 금강산까지 보이는 맑은 날씨와 바람 없는 귀청, 노을, 별과 초승달…. 여러 번에 나누어 볼 수 있는 것을 하루에 다 봤다. 덕분에 용준과 나도 좋았다.
7시 40분경 도착한 버스를 타고 흩어져 편하게 앉아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원통, 인제를 거치면 대략 10시경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할 거 같아 주행에게 그렇게 알려주었다. 그래 봐야 나타나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런데 잠이 안 와 패드로 Youtube를 보며 가는데 당연히 들릴 줄 알았던 원통과 인제를 그냥 지나쳤다. 그럼 10시 이전에 도착한다는 얘기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휴게소에서 10분 정차 후 바로 달려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9시 30분, 40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당시 저녁 시간으론 늦은 시각이라 다들 배가 상당히 고픈 상태였다. 하산 후 먹은 거라곤 버스 안에서 용준이 준 한라봉? 두 조각이 다다. 그리고 서울이 더 추웠다. 해서 이것저것 볼 거 없이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형제식당으로 갔다. 식당에서 부대찌개로 밥을 먹을까하다 경옥이 주꾸미를 원해 주꾸미와 빨갱이를 마셨다. 식당 사장님 왈 가게 문 닫으려고 사모님을 집에 보내고 나니 우리가 들어오고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고. 사장님이 하도 정신없어 해서 주 음식을 뺀 술, 반찬 등은 스스로 해결했다.
주꾸미 볶음에 청국장과 김치찌개를 시켜 밥과 술을 마저 마시고 인천이 집이라 차가 일찍 끊기는 경옥이 그 자리 계산을 하고 먼저 가고 진아, 용준, 나 셋은 11시 직전까지 마시고 구의역에서 헤어졌다. 그런데 미처 몰랐지만, 내가 타야 할 지하철도 이미 끊긴 상태였다. 와중에 용준과 대화하는데 정신이 팔려 내려야 할 을지로3가역을 지났다. 결국 2~3개 역을 지나 지하철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결과적으로 예정대로 '한계령 휴게소 -(2.3km, 1시간 50분)→ 한계령 삼거리 -(1km, 1시간)→ 귀때기청봉(1,578m) -(4.3km, 3시간)→ 큰감투봉(1,409m) -(2.3km, 1시간)→ 대승령(1,210m) -(2.7km, 2시간)→ 장수대 분소'의 12.79km(트랭글 기준), 9시간 30분(1시간 20분의 휴식 시간 포함) 코스의 설악산 서북 능선 서쪽 구간을 종주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두 여성 동무의 설악산 서북 능선 종주 산행이다.
이번 겨울 산행 중 눈이 가장 많았던 산행이었다.
오랜만에 공룡의 바위 하나하나가 다 보이는 맑은 날씨의 산행이었다.
귀청 정상에 바람이 없어 과연 귀때기가 날아간다는 귀때기청봉이 맞나 의심이 드는 산행이었다.
올봄 서북 종주 비박 산행 답사 산행이다.
첫댓글 너희들 넷 올해 운수가 대통할 모양이다. 겨울 서북능을 이렇게 (개고생안하고)행복하게 넘다니..
경옥,진아의 서북능 완주를 축하한다!!!
규헌아, 내년 겨울에 귀청에서 야영한번 하자 ㅎㅎ...
(이번 산행에 동참을 못해서 매우 매우 아쉽구나.... 으흐흐흑)
그래 12월 모일에
대승령-대승폭포 사이, 그 어디쯤에 대승암이 있었던게지. 난 이 시를 유심히 본 적이 있는데...
시를 쓴 사람이 다름아닌 농암 김창협이야. 노론의 태두이고 겸재의 스승이기도 해.
이 시를 쓴 시기가 불과 300년 전인데..그 시절 이곳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상상을 해본적이 있다.
그 모습을 농암의 시에서 유추해볼수 있어..
宿大乘庵 대승암에서 하루를 묵다
김창협(1651-1708)
나무껍질 지붕의 해묵은 절집
스님은 없고 덩굴풀이 문을 얽었네
작은 향로 향 사른 흔적이 있고
응달 벽엔 산과실 덩굴 뻗었네
청설로 불감에서 잠을 자다가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다 떨어지네
이곳은 그야말로 깊은 산이니
황폐해진 것도 그럴 만하구나
청소하고 자리에 몸을 누이니
흰 구름 나에게로 다가오는데
대 홈통 나온 샘물 달고 차가워
짐속에서 차 한 덩이 끄집어낸다
봉우리 중간에서 삼 캐던 사람
해 저물고 산길이 험난하여서
귀가 않고 나와 함께 밤을 지낼 제
창 너머 관솔불이 깜빡이누나
이 시를 보면 절은 이미 버려졌음.
언제 무슨 이유로 보렸을까.
어제 처음 시를 보고든 의문
@雲峰 그렇지..대 홈통으로 맑은 물이 나왔다는 것을 보면..물길이 지나가는 어디쯤일터인데..
그 장소를 찾아보면 대승암의 흔적을 발견할수도..
우리 한번 발굴해볼까?...혹시 알어?
@우서락 추정지임
@雲峰 그니까..추정지일뿐인데..샘터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보면 의외로 쉽게 찾을지도 모르지..
문화재청장으로부터 표창도 받고..어쩌면 비법정탐방로 평생 자유이용권을 받을지도..
담당부처가 다르다.
문화재청과 환경부
@雲峰 그럼 나 혼자 찾아보마..
@우서락 어쨌든 찾든 발굴을 하든 상주하면서 해야 하니
나쁠 건 없지.
@雲峰 아니 그게 아니고..샘터가 될만한 곳을 찾으면 의외로 쉽게 실마리를 찾을수도 있지. 그 어디쯤에 기왓장 몇개 발견하면 그걸로 충분하지..
@우서락 추정지라고 팻말 세운 애들이 그 생각을 안했겠냐고
@우서락 그런데 아침에 기상해 관련 문헌이 있나 찾아보니
김창협의 저 시가 유일함.
@雲峰 문화재청을 폄하하는건 아니지만, 대승폭포 왼편에 한계사지가 이미 큰 유적지이고, 대승암은 걍 암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발굴할 가치가 크지 않다고 봤을수도..그니까 우리 둘이 문화재 발굴한번 해보자 이거지..두시간만 찾아보면 샘터를 찾을수도..
@우서락 그러자고 꽃 피는 춘삼월에
@雲峰 기래 ㅎㅎㅎ. 등산하다가 유물도 발굴하고..좋지
@우서락 야 이왕 하는 거 유적 탐사로 한계사도 둘러봐?
대승암 상승암은 당연
@산바람(상미) ?
출근해서 계속 문헌을 찾아봤지만, 설악산의 대승암과 상승암에 관한 글은 김창협의 동정기가 유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