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와 구주대륙의 축구 사랑은 가히 병적일만큼 열광적이다.
우리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럽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축구리그가 많으며, 그 안엔 군웅할거하는 대 스타들과
명문구단들이 즐비하다.
가히 축구의 메카요 요람이다.
최상의 무대답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대 스타들과 자신이 사랑하는 구단을 향한 다양한 서포터즈들의 열정적인 응원과 동참도 범인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그런데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이 호사 뒤에 다마가 있게 마련인가 보다.
돈과 명예, 인기, 관심등이 집중되다 보면 언제나 불상사도 따라붙는 법이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등, 축구 강국들의 골칫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필드의 무법자, 훌리건(hooligan)이다.
훌리건은 진짜로 축구에 대한 광신도들이다.
그들의 열정과 사랑은 도를 넘어 이따금씩 폭력과 충돌을 부르기도 한다.
가끔씩 외신을 통해 접하는 훌리건들의 난동과 폭력은 신선한 스프츠 제전을 온통 얼룩지게 하고,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훌리건의 부정적인 모습에 식상한 팬들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축구장의 질서와 관람문화, 비폭력과 예의있는 축구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으니, 그들이 바로 롤리건(roligan)이다.
롤리는 덴마크어로 "조용하고 질서정연한" 이란 뜻이라 한다.
훌리건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침묵하는 다수의 양심과 그들의 여망을 반영하며, 멋지고 품위있는 축구사랑을 표방하고 있다.
앞으로 롤리건들의 많은 활약과 그들의 케치프레이즈가 유럽대륙에서 큰 효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롤리건 운동의 최고 정점엔 빨간색 멋쟁이 들이 많다.
롤리건의 최후 걸작.
그건 바로 한국의 레드데블스(red devils)다.
작년에 전 세계인들을 감동케 했던, 축구문화와 응원문화의 정수, 자발적인 서포터즈로서의 봉사와 헌신.
단연 백미중의 백미요, 롤리건 운동의 군계일학이 아닐 수 없다.
부디 한국의 레드 데블스 웨이브가 훌리건들의 마음에 평화의 꽃과 사랑의 향기를 바람에 실어 잘 전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열정적인 응원도 멋스럽고 절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아름다운 법이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국의 레드데블스.
그 이름, 그 명예 영원하여라.
코리아 파이팅.
2003-10-02 / 현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