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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부동의 10% 박스권. 벌써 십 년째다. 그랬던 노조 조직률에 심상찮은 바람이 분다. 지난해 촛불혁명이 일어난 뒤 양대 노총에서 늘어난 신규 노조원만 10만명을 웃돈다. 노동자들이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고 권리찾기에 나섰다. 직장갑질을 딛고 '노조할 권리'를 외치고 있다.
25일 이른 아침 충주시 대소원면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앞. 젊은 노동자들이 공장 정문에서 유인물을 나눠 주고 있다. 얼마 전 노조를 만든 하청노동자다. 유인물에는 "노조 가입으로 고용안정 확보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출근하는 동료들에게 “한 번씩 읽어 보시고 왜 노조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라”며 “많은 이들의 노력과 각오로 설립한 노조인 만큼 방치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9개 하청업체 노동자, 정규직 지원받아 하나로 뭉치다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은 11만제곱미터에 달하는 친환경차 부품 전용 생산단지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700억원을 투자해 수소전기차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2공장을 신축했다. 생산규모는 커졌지만 정규직 고용은 별로 늘지 않았다. 대신 하청업체가 지난해 3곳, 올해 1곳 생겨났다. 현재 사내하청 노동자가 800여명인데, 연말쯤이면 1천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1일 9개 업체 하청노동자들이 모여 하나의 노조를 만들었다. 현대모비스협력사노조(위원장 원종민)다. 조합원들은 9개 협력업체를 하나로 묶어 현대모비스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가 탄생하기까지 정규직노조인 현대모비스노조(위원장 박태우)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박태우 위원장은 급격히 늘어나는 하청노동자를 보면서 '어서 빨리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이 조직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현장 활동가로서 역할을 다하고 싶었다”며 “200만 조직화에 공감하는 만큼 우리 회사부터 조직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협력사노조 결성 후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 작은 변화들이 감지됐다. 원종민 위원장은 “협력사 노동자들은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강제잔업·강제연차 사용, 폭언·인권모독이 노조 결성 이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원 위원장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웃었다.
박태우 위원장은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노조 임금인상률의 60~80%를 적용받았다”며 “올해는 정규직노조 임금인상 요구액인 11만9천원을 비정규 노동자들도 동일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협력사노조 |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바람
지난 1년간 노조 가입 바람이 가장 거셌던 곳은 공공부문이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산별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1년 새 3만2천여명이나 순증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5월12일로 돌아가 보자. 그날 인천공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인천공항 비정규 노동자 1만명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위해 노조에 가입하고 한목소리를 냈다. 기존 정규직노조들도 조직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던 용역·파견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공공노련(위원장 박해철)은 공공산업희망노조를 만들어 기존 정규직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비정규직을 조직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과 남동·중부·서부·남부 발전소 비정규직, 고속도로 안전순찰원을 포함해 10개 지부 1천831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공공연맹(위원장 황병관)은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한울타리공공노조를 설립했다. 국회시설 용역노동자·김포공항 특수경비노동자·공공기관 용역노동자·보육교사·무기계약직 노동자가 조합원이 됐다. 김영훈 연맹 조직처장은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용역노동자들에게 자회사와 직접고용 중 어떤 고용형태가 유리한지 판단할 만한 자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상급단체는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가맹조직에서 노·사·전문가 협의체 논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공항 민간부문도 일렁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 민간항공사 하청·용역노동자로 구성된 노조들이 생겨났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민간항공 유관기관 조합원이 1천500여명에서 2천700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노조는 이달 23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민간항공 운수노동자 조직을 전략조직사업으로 선정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7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직장갑질 피해자 잡담회인 ‘가면 무도회’를 진행했다.< 직장갑질119> |
무노조 경영 철옹성 뚫어
노조 설립 바람은 80년간 무노조 경영으로 철옹성을 쌓았던 삼성에 옮겨붙었다. 지난달 17일 삼성전자서비스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직접고용·노조활동 인정에 합의한 뒤 800여명이 노조가입서를 들고 지회를 찾아왔다. 현재 조합원은 1천500여명이다. 삼성 계열사 노조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조직사업이 활발하다.
무노조 경영의 양대 축인 포스코에서도 노조 결성 소식이 잇따른다. 50년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한 포스코에 노조 설립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광주고법이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노조 가입이 줄을 이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는 117개 하청업체에 2만여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그중 27개 업체 노동자들이 양대 노총에 가입해 있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사내하청 노동자 400여명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500여명이 5차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손상용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조직사업부장은 “2016년 광주고법 판결 이후 광양제철소에서 노조 가입이 늘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포항에서도 노조 가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사내하청 노동자 임금수준이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 대비 40%밖에 되지 않아 불만이 높은 데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퇴까지 겹치면서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노동자들이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련은 포스코 조직화TF팀을 설치했다. 지역일반노조 설립을 통한 조직화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물론 포항지역 철강공단 노동자 조직화도 추진한다. 정태교 연맹 조직부장은 “더 많은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양대 노총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내하청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은 물론 철강공단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는 지역일반노조를 건설할 것"이라며 "노조가 사업장을 넘어 지역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비정규·취약계층 노동자 권리찾기가 눈에 띈다.
갑질에 대한 분노가 노조 결성으로
직장갑질이 노조 결성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억눌린 분노가 폭발하면서 사회적 쟁점을 만들고 노조 가입으로 이어졌다. 한림대 성심병원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직장갑질119'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2일 직장갑질119가 문을 열자마자 병원 간호사·의료기사·임상병리사들이 몰려들었다. 재단 장기자랑에 야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게 시켰다는 내용부터 특정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사실까지 심각한 수준의 갑질 제보가 쏟아졌다.
때마침 같은 시기에 보건의료노조는 춘천성심병원에서 비슷한 제보를 받았다. 한림대의료원 소속 병원 전략조직화사업을 고민했다. 두 단체는 온라인 익명채팅방에서 폭발하는 성심병원 노동자의 불만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 '노조'라는 그릇에 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먼저 오픈채팅방에 익명으로 제보한 이들을 상대로 네이버 밴드 실명가입을 유도했다. 갑질에 맞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한 번 표출된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 달만인 12월1일 강남·동탄·한강·성심병원 등 4개 병원 노동자들이 보건의료노조 한림대의료원지부를 결성했다.
이 소식은 다른 병원 노동자들을 들썩이게 했다. 양대 노총에 따르면 최근 1년간 30여개 병원 7천여명이 '노조할 권리'를 찾았다.
지난해 5월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찾아가는 대통령 1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간담회를 열고 공항에서 근무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공공운수노조> |
“Again 1989” … 노조 부정적 이미지 벗나
양대 노총에 신규가입한 조합원만 10만명이 넘는다. 중간노조를 포함하면 신규 조합원은 더욱 늘어난다. 노조 조직화 바람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노동절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권 강화를 골자로 한 노동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제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의 희생은 끝내야 한다”며 “현재 10%에 불과한 노조 가입률을 대폭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됐다. 민간부문에서는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판정과 직접고용 명령 등 노동정책 변화가 눈에 띄었다. '박근혜 적폐'로 불리는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성과연봉제 지침이 폐기됐다. 진병우 공공노련 정책실장은 “미조직 사업장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성과연봉제가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활동에 의해 폐기되는 것을 확인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식 보건의료노조 조직2실장은 “노조 조직화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고무된 조건에서 노조의 집중화된 자원투자가 시너지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노조 가입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노조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노사관계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촛불혁명을 겪은 지난해 8월 노조에 대한 인식은 1987년 6월 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 후광이 이어지던 89년과 대등할 정도의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냈다. “노조가 부당대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인식은 2007년 33.6%에서 2017년 70.3%로 10년 만에 두 배 넘게 상승했다. “노조가 사회 불평등 완화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같은 기간 15.5%에서 62.2%로 급증했다.
양대 노총은 지역상담소와 상담전화를 통해 조직화되지 않은 개별 노동자 고충처리와 법률상담에 집중했다. 개별 노동자의 법적 보호막과 지지자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해부터 이달 초까지 한국노총 지역상담소에서 신규 조직된 노동자만 7천명이 넘는다. 민주노총 공식 상담전화(1577-2260)로 걸려온 상담건수는 올해 3월 이후 두 달 만에 1천건을 돌파했다. 양대 노총은 머리띠와 조끼로 대변되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시민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변화를 꾀했다. 라디오 광고와 팟캐스트로 노조를 홍보했다. 딱딱한 노동이슈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공간에서 노동자들은 직장내 갑질과 부당노동행위, 성희롱·성추행 피해사례를 공유하고 고발했다. 노동계의 노력은 노조 결성으로 결실을 맺었다.
부당노동행위 바로잡아 노조혐오 넘어서야
촛불은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고 새로운 정권을 세웠다. 그러나 '사용자 노조혐오'까지 몰아내지는 못했다. 노조를 설립해도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안착하기까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해고되기 일쑤다.
그래서 부당노동행위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가 대단히 중요하다. 정현철 금속노조 경기지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노조 설립 시도는 예전과 비슷한데 정권교체 이후 노조 설립 성공률이 높아졌다”며 “노조 설립 이후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벌어지는 부당노동행위가 다소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노조 설립과 동시에 사용자들이 공격적 직장폐쇄와 회사노조 설립, 징계·해고를 했다. 이른바 '노조와해 전략'이다. 살아남기에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노동계가 삼성의 노조와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이다.
김미영·이은영·윤자은 기자
노조 바람,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으려면 우리나라 대기업 노동자 2명 중 1명이 노조원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만 놓고 보면 노조 조직률이 55%를 넘는다. 반면 100인 미만 사업장 노조 조직률은 1%에 그친다. 민간부문 조직률은 10%를 밑돌지만 공공부문은 60%를 웃돈다. 노조 조직화 바람이 공공부문·대기업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10%대 노조 조직률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장갑질119로 노조 가입을 원한다는 상담이 꽤 많이 들어오지만 실제 노조를 만드는 사례는 드물어요.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노동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산별노조에 가입할 수도 있죠.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가입한들 지불능력이 없는 사업장을 상대로 무엇을 얻어 내겠어요. 한마디로 노조를 만들어야 할 메리트가 없는 거죠.” 노조 조직률이 10%대를 벗어나지 못한 지난 10년 동안 노조원은 꾸준히 증가했다. 2008년 166만명이던 노조원은 2016년 196만명으로 30만명 늘어났다. 노조 조직률이 좀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임금노동자의 가파른 증가세를 쫓아가지 못하는 탓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성장하면 그만큼 채용인원이 늘었다. 지금은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처럼 기업 자본금이나 매출이 급성장해도 고용인원은 증가하지 않는다. 간접고용 아니면 외주화를 하기 때문이다. 10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조직화 바람이 불지 않는 한 노조 조직률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예전처럼 노조를 조직화해서는 승산이 없다. 소규모 사업장에 뿔뿔이 흩어진 노동자를 포괄하는 새로운 조직형태가 필요하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영세한 기업의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정규직 중심 산별노조도 문턱이 높고, 일반노조도 버겁다”며 “노동자 조직이지만 기존 노조와 결이 다른 새로운 조직형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경기도 안산·시흥에 기반을 둔 생활공제회 ‘좋은이웃’이 여기에 해당한다. 2015년 "나에게도 좋은 이웃이 생겼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좋은이웃은 비정규직·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노동공제회다. 병원검진이나 반찬공급·주말농장 같은 생활밀착형 공제활동을 하면서 교류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올해 하반기에 새로운 노조운영 모델을 만드는 실험을 한다. 최정우 미조직전략조직실 국장은 "법·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성공사례"라며 "소규모 사업장 맞춤형 노조·교섭 운영모델을 개발해 하반기부터 현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
국회에서 잠자는 '노조할 권리' 노동부 상반기 '특고 노동기본권 보호방안' 발표 전문가안 토대로 사회적 합의 거쳐 법 개정 예고 택배연대노조 조합원은 1천4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 100명 남짓한 택배노동자가 모여 노조 출범식을 했는데, 1년5개월 만에 무려 1천4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가파른 조직확장세를 바탕으로 노조는 CJ대한통운·우정사업본부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2억원대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사용자측이 교섭석상에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조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조'라는 갑옷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노동부는 택배연대노조에 설립신고증을 배부했지만 대리운전노조의 조직변경신고를 반려했다. 대리운전노조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자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닌 ‘이상한 사장님들’ 제자리를 찾아 드리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을 공약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국회에서 논의 한 번 제대로 된 적이 없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상정’만 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전문가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반기에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호방안을 발표한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최근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특수고용직에 대한 법적 보호는 노사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사안인 만큼 전문가안이 마련되면 이를 토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수고용직은 102개 직종 230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취업자의 8.9%에 달한다. 김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