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수학 개정교육과정 톺아보기 - 학생들에게 수학의 재미를 돌려 주어야 한다
조성실 서울 도봉초 cocoo051@naver.com
나는 네다섯 살 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기회만 있으면 자세히 지켜본다. 아이들은 주위의 물건을 가지고 참 잘 논다. 신발을 짝 맞추어 놓거나 크기대로 늘어놓고 즐거워한다. 쉰 권 이상 되는 전집을 색깔별로 구분해서 꽂아 놓고 자랑스러워한다. 사탕을 그냥 먹지 않고 꼭 자기 기준대로 나눠 보고 차례대로 먹는다. 블록을 모양대로 모으기도 하고 색깔대로 구분하기도 한다. 크기대로 놓아 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놓을까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참 수학적이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수학의 분류 개념을 놀이에 적용하고 있었다. 스스로 규칙을 정해 늘어놓고 확인하면서 성취감도 느끼는 것 같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은 인간의 즐거운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 맘껏 ‘생각의 즐거움’을 느낀 아이들은 그 본능을 1학년까지 가지고 온다. 그래서인지 1학년 학생들은 수학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면서 달라진다. “수학은 원래 싫었어요”, “재미없어요”, “머리 아파요”, “지겨워요”라고 말한다. 4학년, 5학년, 6학년이 되면 수학을 좋아했던 학생들까지도 수학 시간에 얼굴을 찡그린다. “아주 지긋지긋해요”, “수학이 제일 싫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심지어 수학 시간에 자기 의견을 정확하게 발표할 수 있는 학생까지 수학을 싫어하게 되기도 한다. 수학이 교실에서 학생들을 괴롭히는 과목으로 바뀐 지 오래 되었다. 아주 안타까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지닌 본능을 잃어버리고 수학을 싫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들은 수학 교과서의 많은 학습량, 개별로 활동하기에 부족한 학습 자료, 수준 차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교실 상황, 과도한 경쟁과 선행 학습, 학급당 많은 학생 수, 초등학생에 적절하지 않은 학습 방법 등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도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만드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현재 1, 2, 3, 4학년은 개정된 수학 교과서를 사용한다. 2011년에는 5, 6학년도 개정된 수학 교과서를 사용할 예정이다.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 태도를 바꿔 줄 수학 교과서를 기대했으나 개정된 수학 교과서를 살펴보고 그렇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 봐야 한다.
교육과정에 있는 초등수학교육 목표 2007개정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초등학교 수학교육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기초적인 수학적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고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길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며, 수학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기른다.
교육과정상 초등 수학교육 목표에서 중요한 요소는 기초적 지식과 기능 습득, 수학적 사고와 의사소통 능력 및 합리적 문제 해결 능력 기르기, 수학에 대한 긍정적 태도 기르기 세 가지이다.
먼저 기초적 지식과 기능 습득은 수, 도형, 측정, 확률과 통계, 규칙성과 문제 해결의 영역에서 필요한 수학적인 기본 개념과 원리를 습득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사와 학부모 등 어른들은 초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수학적 개념은 ‘아주 쉽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수이고 기본적인 연산만 다루고 있고, 주변 어디에나 수많은 측정의 요소들이 널려 있으니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기본 개념은 아주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초등학생을 오랫동안 가르쳐 온 경험에 의하면 초등학생들은 ‘기초적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일을 어려워’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수천 년에 걸쳐 사람들이 인식한 수 개념을 아이는 태어난 후 6년 사이에 인식해야 한다. 거기에 백까지 물건의 수를 다 헤아려 본 경험이 한 번도 없는 1학년 학생도 100까지 수의 구조, 수를 비교하는 방법까지 공부해야 한다. 4학년이 되면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수십조의 수를 비교하고 읽고 구조에 관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나마 자연수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지만 분수는 경험도 별로 없다. 수천 년간 경험으로 인식된 분수를 초등학교 2학년에서는 단 열 시간 만에 개념은 물론 쓰는 방법과 의미까지 학습해야 한다. 개정 전 교육과정에는 3학년에서 처음 분수를 학습했는데 학생들의 20%가량은 분수 개념을 습득하는 데 아주 어려움을 겪었다. 6학년의 비율(개정교육과정에서는 5학년), 5학년의 둘레와 넓이(개정교육과정에서는 4학년)의 개념을 학습할 때도 그랬다. 초등학교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기초적인 지식과 기능이 그 단계의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것을 교사와 학부모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기초적인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방법은 초등학생의 발달에 맞춰 깊이 있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며, 발달단계에 맞춰 기초적인 지식이 적합한지도 실행과 연구를 반복해서 알맞은 내용으로 선정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이 기존 교과서의 내용을 비판적인 시각 없이 성취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서 가르친다면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의 경험을 겪고 수학에 부정적 태도를 가지게 될 학생들이 생길 것이다.
초등 수학교육의 두 번째 목표는 수학적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 및 합리적인 문제 해결 능력 기르기이다.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은 교사는 설명하고 학생은 듣는 수업 과정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을 통해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학습하자는 것이다.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며 수학을 학습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 상황도 빨리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수학 사고력도 발달하게 되어 해결 능력도 잘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수학적 의사소통의 형태는 탐구, 토의, 묘사 등으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 나타내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며 수정-보완-결론을 내리는 과정일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수학 수업은 대부분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 위주의 수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수학 교과서가 수학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교과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비판이 필요하다. 나는 2007개정 교과서가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형태로 매우 부족하다고 본다.
초등학교 수학 교육과정 목표의 마지막 요소는 수학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의 학업 성취도는 세계 최상위이지만 수학 공부의 즐거움이나 자신감으로 표현되는 긍정적 태도는 세계 최하위이다. 학교 현장에서 이런 결과는 2003년보다 훨씬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기에 이 목표가 2007개정교육과정에 포함된 것은 늦은 감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긍정적 태도를 기르게 할 것인가? 교사가 잠재적으로 수학 성취도를 높인다는 목표를 가지고서 학생들에게 긍정적 태도를 갖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학생들이 수학의 의미를 깨닫고 수학적으로 사고하며 공부하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하고 단계별로 높아지는 수학 학습이 스스로 도전할 만한 즐거운 일임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는 과정이 아닌 수학 속에 포함된 문화적인 의미를 깨닫고 스스로 원리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수학 시간에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도 역시 교육과정과 교과서 재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2007개정 초등 수학 교과서의 문제는 무엇인가
학습량은 줄지 않고 내용만 상향 이동된 개정 교과서 지금 초등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는 2007개정 교과서이다. 그전 수학 교과서로 수업할 때도 교사들은 수학 교과서의 학습량이 많고 어려워서 학생들이 힘들어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너무 어렵다.’ ‘교과서에 학습할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시간이 부족하다.’ ‘학습 부진아가 되는 원인이다.’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의견을 냈던 말이다. 교사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과정을 바꾸면서 학생들의 학습 현실을 반영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결과는 문제가 되는 내용은 고쳐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어려운 학습 주제를 더 어린 학년에서 공부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 바뀐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내용은 교육공동체 벗 카페cafe.daum.net/communebut 자료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6학년 학생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비와 비율 학습, 3학년 학생들이 개념을 익히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분수 학습, 5학년 학생들이 개념 익히고 계산하기에도 어려운 둘레와 넓이 학습 등을 더 낮은 학년으로 내리고 중학교 과정을 초등학교 내용에 넣었다.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의견을 낼 수도 없는 초등학생들은 수학을 “싫다”라고 말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적절한 활동은 없이 질문하는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2007개정교육과정에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라는 수학교육 목표가 있다. 교과서 연구진이나 집필진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를 묻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이유를 묻고 대답하고 의견을 나누는 동안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질문 전에 학습 활동의 내용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의문이 저절로 들고,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면서 성취감을 가질 수 있는 질문이 가치 있는 것이다.
눈으로 봐서 그냥 답이 나오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경우인데 왜 그런지 묻는 것은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기는커녕 생각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가치 없다는 학습 결과를 낳게 된다. 학교에서 교사들은 좀 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정확한 질문을 만들어 수업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학부모들은 학생에게 교과서의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의 정답을 찾아 적으라고 한다. 엄마 아빠도 도대체 답을 모르겠으니 학생 모르게 전과를 꼭 준비해야 한다. 선행 학습도 반드시 해야 학교에서 학습을 따라갈 것 같다. 그 사이 학생들은 아주 힘들어진다. 부모나 학생이나 가슴에 수학 공부라는 커다란 돌덩이를 달고 산다. 학생들이 힘들어지면 학교에서 교사들도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악순환은 반복된다. 예를 든 것 말고도 교과서에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은 너무나 많다.
계산 원리를 생각하는 과정도 없이 불필요한 계산만 단순 반복시키는 내용 이번 내용은 다음 표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세 수의 덧셈과 뺄셈’이라는 문제이다. 교과서에는 세 수의 덧셈과 뺄셈이 1학년 2학기에 시작해서 2학년 1, 2학기를 거쳐 4학년 2학기까지 학습하도록 되어 있다. 1, 2학년에서는 세 수의 계산을 그냥 설명도 없이 무조건 앞에서부터 계산하라고 시킨다. 계산 순서는 4학년이 되어서야 ‘혼합계산의 계산 순서’라는 주제로 어떻게 계산할지 공부하도록 되어 있다. 계산 순서나 원리를 배우기 전에 설명도 없이 무조건 계산만 먼저 하라고 하다니 수학책이 대형마트 시식 코너인가?
여기에서 첫 번째 문제는 학생들을 생각하지 않는 습관을 가진 기계로 만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1학년들은 100까지의 수를 세는 것을 버거워한다. 100까지 세는 것은 노력을 해야 하는 도전에 해당한다. 덧셈과 뺄셈도 마찬가지이다. 덧셈과 뺄셈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상태는 노력을 해서 얻은 자랑스러운 성취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는 +, - 기호가 들어간 덧셈식의 의미를 생각하며 익히고, 계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여러 실생활의 예를 들어 덧셈과 뺄셈 계산이 필요한 다양한 문제 해결을 흥미 있게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덧셈이나 뺄셈을 여러 번 사용해야 하는 문장제는 연습을 해도 괜찮다. 학생들은 덧셈이나 뺄셈을 차례로 사용하며 해결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일상생활에서 세 수의 혼합 계산식이 필요한 경우는 없다. 세 수의 식이 필요한 경우는 수학 자체에서 더 높은 단계의 수학을 학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덧셈 뺄셈에 막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기호가 여러 개 섞여 있는 혼합 계산은 할 필요가 없다. 의미 없는 계산 연습은 수학에 부정적 태도를 갖게 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1학년 2학기 굵은 글씨의 내용처럼 왼쪽에서부터 계산하라고 했다가 뒤의 -8이라는 뺄셈을 앞으로 보내는 상황도 벌어진다. 설명도 없이 왼쪽에서 하기도 하고, 뒤에 있는 것을 앞으로 보내서 뒤의 계산을 먼저 하기도 한다. 바꿔도 되는 것이냐고 질문하는 학생들은 아무도 없다. 시키는 대로 계산만 하는 기계 역할이니까.
2학년에서 학습하는 세 수의 계산은 문제가 더 크다. 세 수의 계산에서 수가 커지기 때문이다. 336+328-297, 416-128+267와 같은 식을 몇 번 계산하다 보면 머리가 아파서 괴로운 학생들이 나타난다. 3학년 2학기에 학습하는 세 수의 덧셈과 뺄셈은 왜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 7131-4285+3689, 3946+1687-2879 같은 지루한 계산을 반복하면서 학생들이 계산 기능이라도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른들도 이런 세 수의 계산 문제를 열 문제만 풀어 보면 좋겠다. 교과서가 수학을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평범한 학생들까지 수학이 싫어지도록 만들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교과서가 자신의 순서조차 헷갈리는 체계라는 사실이다. ‘세 수 이상의 계산’은 자연수의 혼합 계산이라는 주제로 4학년에서 계산 원리를 학습하도록 되어 있다. 1, 2학년에서 덧셈과 뺄셈을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계산 원리는 학습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세 수의 덧셈과 뺄셈을 하라는 것은 송곳으로 구멍을 뚫으라고 해 놓고 손잡이부터 집어넣게 하는 것과 같다. 또 뜬금없이 인심을 베풀어 2학년에서 416-128+267를 계산하게 하고는 4학년 때는 36+60-52로 더 작은 수로 계산하라고 한다. 이랬다저랬다 종잡을 수 없는 수학 교과서다.
반면 미국 MICMathematics in Context 중등 수학 교과서에서는 세 수의 혼합 계산을 화살표 식이라는 그림 단계를 거친 다음, 학생들이 혼합 계산식을 이해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미국의 중학생들은 계산이 여러 번 필요한 문장제를 보고 여러 셈의 단계를 화살표로 표시하는 연습을 충분히 한 다음, 혼합 계산식으로 나타내도록 학습한다.
물론 한국 학생과 미국의 학생은 학습 문화면에서 여러 차이가 있을 것이다. 차이가 있으니 공부하는 방법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 학생이 추상적 기호를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학습 문화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교육과정 체제에서 4학년에서 두 자리 수로 계산 원리를 학습하고, 2학년에서 몇 백의 혼합 계산, 3학년에서 몇 천의 혼합 계산을 반복해서 연습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가하는 정신적 폭력이다. 1, 2, 3학년의 ‘세 수의 계산을 할 수 있어요’는 그 수준에서 덧셈 뺄셈을 여러 번 사용하는 문장제를 해결하는 것까지만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은 덧셈을 먼저 할지, 뺄셈을 먼저 할지 다양한 방법을 서로 토론할 수도 있다. 일상생활의 문제 해결력도 기를 수 있다. 혼합 계산 순서는 4학년에서 학습하면 된다.
학습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내용 3학년 1학기 학습 내용에 ‘527+694의 합은 1221입니다. 왜 그런지 서로 다른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여 보시오’라는 내용이 있다. 이 학습 내용을 통해 3학년으로 갓 올라온 학생이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긍정적 태도를 기르기를 기대했다면 그건 과한 욕심이다. 3학년 학생들은 조작활동을 반복적으로 했을 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세 가지 방법으로 계산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527+694처럼 특수하게 몇 백에 가까운 수일 때이다. 일반적인 덧셈과 뺄셈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데 특수한 경우의 계산 방법을 일반화시켜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라는 것은 학생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현장연구도 전혀 하지 않은 연구진들의 직무 유기라고 생각한다.
이와 유사한 문제들이 수학책과 수학익힘책에 산재해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한 가지 개념을 배우면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각이 학생들을 수학에서 점점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수학 원리에도 어긋나는 무리한 내용
교과서대로 학생들과 공부해 보자. 1번 문제는 무리가 없다. 덧셈과 뺄셈을 막 배우고 난 학생들이므로 그림을 보고 사자1+사자2=사자3이라고 덧셈식을 또박또박 쓸 수 있다. 그러나 2번 문제에서 학생들은 갑자기 기가 막힌다. 사자 2마리는 정해져 있는데 2마리를 알아보는 뺄셈식을 쓰라니 난감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선생님이 전체 사자는 3마리이고 수사자를 빼면 암사자가 남지 않겠느냐고 가르쳐 준다. 그래서 3-1=2라고 쓴다. 학생들은 절대로 이걸 왜 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3-1=2라고 쓴 것이다. 3번 문제에서 또 1마리인 수사자를 알아보는 뺄셈식을 쓰라고 한다. 1마리라고 정해진 답을 알아보는 식을 쓰라니 이 지점에서 학생들은 엄청 곤혹스러워 한다. 교사가 사자 3마리에서 암사자를 빼면 수사자가 남지 않겠냐고 가르쳐 주면 3-2=1이라고 쓴다. 수학익힘책에는 덧셈식을 보고 뺄셈식을 써야 하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2007개정 교과서에는 덧셈식만 보고 뺄셈식을 쓰는 문제는 없고 그림으로 보여 주고 식을 쓰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부모들은 수학 교과서를 보고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까? 학교에서 공부하고 왔으니 당연히 덧셈식을 보고 뺄셈식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모른다. 뺄셈식을 쓰라고 하면 될 텐데 그걸 못 쓰는 아이가 답답하다. 그림을 보고 쓰면 되는데 왜 못 쓰는지 답답한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무조건 큰 수에서 빼면 된다고 윽박지른다. 겨우 외워서 쓸 수 있게 되었는데 평가를 하면 식을 써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고, 2-1이라고 쓰는 학생들도 있다.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교과서다. 교과서는 실제 생활에서 유용한 예를 찾아서 수학을 해야 한다는 방향을 정하고 모두 실생활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덧셈과 뺄셈의 역연산 관계는 실생활과는 관계없이 수라는 추상적 기호 안에서 생긴 원리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수 카드를 이용해서 수학적 원리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원리에 맞게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덧셈, 뺄셈을 공부하자마자 1학년 5월에 학습하는 것은 어렵다. 교과서에서는 입학 두 달 만에 덧셈식을 보고 뺄셈식을 쓰라고 강요하고 있다. 원리에도 맞지 않고 시기도 맞지 않게 억지로 외워서 답을 쓰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2학년 과정으로 통합해서 덧셈, 뺄셈 관계를 수 카드 놀이 활동을 하고 학습하면 알맞을 것이다. 현재는 3학년 때 나눗셈을 학습하자마자 곱셈과의 관계를 공부해야 하는데, 이것도 나눗셈을 어렵게 익힌 학생들에게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4학년 때 한 활동으로 통합해서 학습하면 알맞을 것이다.
미국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학을 공부한 결과물을 본 적이 있다. 3학년 학생들이 수학 글쓰기를 한 내용 중에 ‘fact triangles’라는 주제가 있었다. 삼각형의 꼭짓점에 5, 8, 3이라는 수가 써 있고 8에는 점도 찍어 놓았다. 학생들은 수 3개로 4개의 식이 나오게 되는 ‘fact triangles’가 무척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썼다. 3학년 학생들이 한국 1학년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역연산 관계를 공부하고 있었다.
1, 2학년 교사용 지도서에도 ‘fact triangles’라는 주제로 수가 쓰인 삼각형이 그려져 있었다. 삼각형의 8을 덮어서 안 보이게 하고 학생들에게 알아맞히게 하라는 지도 방법이 나와 있었다. 지도서는 1, 2학년용이지만 3학년에서 학습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국의 교과서 집필진들이 미국 교과서도 참고한다던데 미국 교과서를 제대로 읽어나 봤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학습 목표 수준이 꼭 같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덧셈뺄셈 역연산 관계를 미국처럼 꼭 3학년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수학 원리에도 어긋나는 방법으로 무리한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덧셈을 공부하고 나면 덧셈과 관련 있는 것은 다 그때 공부하도록 만든 것은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교과 학습 외 학교의 활동을 고려하지 않은 많은 학습량 5학년 2학기 수학 교육과정을 보면 9월부터 한 주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공부해야 할 학습량을 정해 놓았다. 이 학습량 속에는 직접 체험해야 할 것, 조작활동으로 원리를 알아야 할 것, 개념 정립이 아주 어려워서 반복해서 예를 들어 가며 공부할 것, 오리고 옮겨 보아야 할 것 등 40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주제도 있다. 또 수학책 외에 수학익힘책에도 많은 문제가 있는데 이 중에는 수업 시간에 교사와 함께 학습해야 할 내용이 더 있다.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교과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는 해마다 여러 학교 행사와 학급 행사가 있다. 운동회, 학예회, 소풍, 체격 검사, 체력 검사, 어린이날 행사, 고적 답사, 수련회를 비롯해서 학급 행사와 자치활동도 있다. 그 시간은 학생들이 직접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인격적 성장을 하는 기회가 된다. 꼭 필요한 행사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교과서에는 학교 행사를 고려한 학습량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학 교과서의 학습량은 한 시간의 여유가 없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에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많은 학습량이다. 과제로 내 주어도 해결되지 않는다. 또 한 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학습 내용도 꽤 있다. 다른 학년의 학습량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많다. 제대로 이해할 시간을 갖지 못하여 부정적인 학습 경험이 생긴 학생들은 어찌할 것인가? 그래 놓고 수학 학습 목표는 ‘수학에 긍정적인 태도를 기른다’니 말뿐인 교육목표이다.
초등학교 수학 학습량은 줄여야 한다. 이제 학생들이 충분히 생각하고 학습하는 기회를 주어서 수학 학습에 성공의 경험을 갖게 해야 한다.
초등 수학 수업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초등학교 수학 수업의 첫째 목표는 학생들이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는 생각하는 즐거움을 그대로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다. 추상화, 일반화, 연역적, 귀납적, 유비추리 등 수학적 사고가 자연스럽게 혹은 약간의 도전의식을 가지고 일어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사고 과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교수 방법과 원리 탐구의 과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생각을 유추해 낼 수 있거나 약간의 도전의식을 가지고 원리를 발견했을 때 학생들은 사고의 즐거움을 느낀다. 수학 수업은 삶을 즐겁게 하는 생각 놀이의 경험이 되어야 한다. 놀랍게도 사고의 즐거움을 느낀 학생들은 두 자리의 곱셈을 공부한 다음, 다음 학년에서 공부하게 될 세 자리 수 곱셈에 스스로 도전하기도 한다.
둘째, 수학을 인류 문화의 하나로서 인식하는 것이다. 수학 공부는 단지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는 과정이 아니고 오랜 시간 인간이 이루어 놓은 과정을 경험하며 사고 과정을 살피고 원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수를 발견하는 과정, 곱셈과 나눗셈의 편리함을 인식하고 원리를 발견하는 과정, 도형의 요소의 의미, 규칙으로 나타나는 아름다움, 기호의 의미 등을 이야기 혹은 체험으로 학습하면서 학생들은 수학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수학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기를 수 있다. 물론 인류 문화의 하나로 인식하며 학습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는 함께 길러지게 된다.
셋째, 수학 시간은 사회적 정의를 경험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습 성향은 매우 다양하다. 크게 언어, 수리, 예술, 체육 쪽의 어느 하나나 둘, 또는 모두, 아주 드물게는 어느 쪽으로도 성향을 보이지 않는 경우로 나타난다. 수학 시간에는 수리쪽 학습 성향이 있는 학생들은 성공의 경험을 얻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성공의 경험을 얻기 어렵다. 이럴 때 교사의 운영에 따라 모든 학생이 성공의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 수학 시간이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수학 성향이 낮은 학생들이 수학 개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 도구를 사용하고, 모둠 학습 할 때 역할을 고루 배분하면 모든 학생들이 수학에서 성공 경험을 갖도록 할 수 있다.
생각하는 즐거움을 유지 발전시키기, 수학을 인류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기, 사회적 정의의 경험이라는 수업 목표는 결과적으로 성취도도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학 학습 성향의 학생들에게는 훨씬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기르게 하고, 수학 학습 성향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개념의 이해를 원만하게 하며 수학 공부에서 실패의 경험을 줄일 수 있다. 몇 년 전 초등 교사들이 수학 수업을 고민하며 초등 수학 수업의 목표를 토론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은 적이 있다.
우리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큰 목적은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통해서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작은 목적은 학생들이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수학 속에는 수학을 발달시켜 온 사람들의 생각의 역사가 들어 있고 수학 속에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함이 들어 있고 수학 속에는 생각의 범위를 넓혀 가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누구나 수학을 성공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 모두 수학을 공부하며 행복을 느끼는 교실 수업을 우리 교사들은 만들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수학을 공부하며 삶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학생들을 향한 사랑이 담긴 수학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수학을 기계적인 계산 연습이 아닌 진짜 생각하는 공부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 교과서에서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맞지 않고 수학 공부에 문제가 되는 요소들을 삭제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학습량이 줄어들 것이다. 현 교과서 학습량의 30%가 정도가 줄어든다면 초등 수학 교육과정 목표에 충실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 부분을 삭제한다고 해도 다음 학년 학습에 전혀 지장이 없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교과서의 활동을 구성해야 한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수학 개념이나 계산 원리를 순조롭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작활동이 꼭 필요하다. 조작활동은 직접 놓아 보고, 움직여 보고, 그려 보고 확인하는 활동이다. 저학년 때부터 조작활동을 하며 개념을 익혀서 수학 사고력이 길러진다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수학을 더 좋아하게 되고 어려운 개념에 도전하고 이해하는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수학 교과서 문제가 해결이 된다고 해서 학생들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학에 필요한 적절한 예시, 조작 도구 확보, 학급당 인원 수 문제, 과도한 선행 학습 등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교과서 문제가 가장 급하게 해결해야 할 큰 문제인 것이다.
학생들이 수학 사고력을 기르고 긍정적 태도를 갖는 교육과정의 목표를 이루는 것은 교사가 주체가 되어 자신의 수학 수업 목표를 재정립하고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재구성할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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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실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은 두 아이를 낳고 기른 것이고, 두 번째 잘한 일은 초등학교 교사가 된 것입니다. 사랑은 느낌이 아니라 실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꼈습니다. 쌀을 씻을 때 쌀알들이 손에 닿는 감촉, 쌀눈이 크게 보이는 갓 지은 밥을 볼 때마다 자연이 한 아름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낍니다. 이 땅이 영원히 살고 농민과 민중이 제대로 사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온 목표인 아이처럼, 제대로 나이 먹는 것이 온 목표가 되는 행복한 노년을 준비하는 것이 50살 여교사의 현재 바람입니다. |
첫댓글 고맙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구 공부방)의 교사들에게 초등수학학습과 관련한 교육프로그램(프로젝트명:신나는 책가방)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의 간사입니다. 너무나 공감가는 내용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었습니다. 선생님께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