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디로 글이 안 써져서 삠밥 아이디로 대신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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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부산 한살림 방문 후기
한살림을 알고는 있었지만 본가에서는 자연드림을 이용했다. 두 단체 모두 유기농, 무농약 등 친환경 물품을 판매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어 비슷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다 살리학숙을 시작하며 식구들이 한살림 매장을 자주 이용하는 것을 보았고 주 식재료는 한살림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되면서 한살림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살리에서 한살림 구서매장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가 걸린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선뜻 나서기엔 멀게 느껴졌다. 그러다 이번 방문 때 설명을 들으면서 부산전체에 매장이 5개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복에 겨웠었구나 싶었다.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오시는 분들도 있다는데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니.
사무국장님께 부산한살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한살림이라고 다 같은 한살림이 아니었다. 지역별로 규정이 조금씩 다른데, 부산한살림은 물품을 들이는 데 조금 더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각 지역별 상황과 임직원들의 의견을 고려하여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잡곡의 경우 원칙인 유기농을 고집할 경우 단가가 맞지 않는 문제가 있어 국내 잡곡 재배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제한적으로 기준을 낮추는 점은 너무 이상만 좇기 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고려하여 합리적이라고 느껴졌다. 기관에서 물품 검사를 위해 수거를 해가면 똑같은 물품을 하나 빼두고 같이 검사를 한다는 점에서는 주체성과 독립성이 돋보였다.
이전부터 표고버섯은 왜 없을까 궁금했는데 방사능 성분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미역에 낀 이끼를 제거하는 목적으로 염산을 뿌리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주식 김을 공급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더 신뢰가 갔다.
한 작물 당 최소한의 농부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한살림에 공급을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이를 통해 과도한 경쟁과 에너지 소비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다른 농부가 더 좋은 조건으로 제시를 한다 해도 기존에 맺은 관계를 더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진정 농부들과 상생하고자 하는 태도가 보였다. 내가 농부라면 굉장히 든든할 것 같았다.
서면에 있는 한살림 공간 결에 갔을 때는 활동가 분께서 푸짐한 음식과 함께 환대를 해주셨다. 한살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으며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쌀을 생산하는 건 농부인데 농부가 쌀값을 정할 수 없다는게 이상하다는 걸 이때까지 인식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협동조합이고, 쌀값을 정하는 모임에서 도시사람은 힘든 유기농을 지속하는 농부를 위해 쌀값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고 농부는 도시의 비싼 물가를 생각해 쌀값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한살림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나니 충성도가 더욱 올라갔다. 상품이 아닌 물품이라고 칭하는 것에서부터 농부들과의 관계를 귀히 여기는 것까지, 단지 유기농 작물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지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살림 물품의 비싼 가격을 단순히 유기농에 대한 지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작물을 재배해주신 농부님과 이런 순환이 가능하게 힘써주시는 한살림 임직원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 기꺼운 마음으로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댓글 잘 읽었어요.
이 글 부산한살림 밴드에 올려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