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누군가 "섬사람들이야 무탈하게 지내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네. 도리어 자네 걱정이나 하게나. 지금 바람이 불어치고 있으니 자네가 서 있는 모래산이 무너질 것 같지 않은가?"라고 하길래, 그제야 아래쪽 평지로 내려와 천천히 거닐면서 돌아왔다.
내가 동으로 불타산(佛陀山)과 장산(長山) 등 주위 바다에 둘러싸인 여러 산을 바라보고는 "이야말로 바다 속의 흙이로구먼!" 하고 말하자, 누군가 "그게 무슨 소리냐?"라고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자네가 도랑을 판다고 생각해 보게. 덜어 낸 흙이 언덕처럼 쌓이지 않겠나? 이처럼 하늘이 바다라는 커다란 못을 파 놓았으니 그때 덜어 낸 흙이 바로 이곳의 산이 된 셈인 게지."
그러고는 그 길로 두 소년과 함께 유숙하던 곳으로 돌아왔다. 큰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선 서해 유람의 여흥을 씻어 냈다.
첫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