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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108) 천자의 혈서(血書)
사냥이 끝나고 해가 저물어 낙중(洛中)으로 돌아오자, 유비는 관우와 장비를 불러 말한다.
"둘째는 오늘 낮에 어찌하여 조조를 그렇게나 분노에 넘치는 눈으로 쏘아보며 칼을 빼어 들려고 하였나? 마침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오늘은 평소 둘째답지 않게 너무 흥분을 하였네."
관우는 머리를 수그려 잠시 생각하다가,
"형님은 조조의 기군망상(欺君罔上)한 태도에 아무것도 못 느끼셨다는 말씀입니까?"
하고, 묻는다.
"나도 조조의 안하무인한 태도를 심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긴 하였네만..."
"저는 오히려 형님께서 저의 행동을 억제하신 심정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이곳 허창에 머무는 동안에,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모든 것에 조조의 횡포가 심한데 놀랐습니다.
조조는 분명히 왕도(王道)를 무시하고, 패도(覇道)를 꿈꾸는 간웅(奸雄)입니다.
사냥에 따라간 수 많은 문무 백관들과 병사들 앞에서 천자께 올린 만세를 자기가 대신 받는다는 것은 신하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내가 분개한 것은 바로 그 점 이었습니다."
"음... 사정을 이해하네. 그러나 그때, 천자께서는 바로 조조의 옆에 계셨고, 또 좌우를 에워싼 무리들이 모두 조조의 심복 부하였는데, 둘째가 일시적인 분노로 행동을 했다가는 조조는 죽일 수가 있었겠지만, 조조의 맹장들로 부터, 혹시라도 천자께 누(累)가 미친다면 우리의 죄가 얼마나 크겠나?
내가 둘째의 거동을 말린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네."
유비의 조목한 설명에 관우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조조 같은 놈은 진작 죽여 없애지 않으면 후일에 반드시 화가 될겁니다."
"그런 말은 함부로 입밖에 내지 말게."
유비는 관우의 손을 붙잡으며 당부 하였다.
그리하여 관우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장비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형님!? 조조란 놈을 죽이지도 못하고, 참을 수도 없는데, 차라리 허창을 떠나서 우리끼리 편하게 삽시다. 계속 이 우리같은 곳에서 갇혀 살거요?"
그러자 유비가 차분한 어조로 말한다.
"지금 허창 곳곳은 경비가 삼엄하니, 우리가 떠나고 싶어도 쉽지않을거야. 지금은 남의 밑에 있으니 일단은 참아야 할 것이야."
그러자 장비는 볼멘 소리를 한다.
"형님! 만날 참아라, 참아라...도대체 언제까지 참으라는 거요?"
그러자 밖의 인기척을 느낀 유비가,
"쉿!~..."
하고 장비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타박한다.
"끄응! ~..."
장비가 목을 움츠리고 말문을 닫는 순간, 모사 미방이 들어와,
"주공, 황궁에서 시종이 와서 천자의 명을 전한다고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유비를 비롯해 관우, 장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의 시종을 맞아 꿇어 앉았다.
그리고 천자의 명을 전하러 온 시종에게, 유비가 두 손을 읍하며,
"신 유비, 명을 받듭니다."
하고 예를 갖추었다.
시종이 황제의 명을 전한다.
"유황숙. 폐하께서 허전으로 사냥을 나가셨다가 풍한(風寒)이 들어 와병중이시니, 황친들께서는 모두 문안을 오시랍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에 유비가 즉각,
"신이 곧 찾아 뵙겠다고 폐하께 전해 주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다음날 늦은 저녁, 유비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등(燈)을 든 시종을 앞세우고 천자의 궁으로 향했다.
궁문앞에 이르니 수문장이 앞을 막아서며,
"승상의 명으로 대신들은 야간에 신궁 내부를 출입할 수 없다!"
하고 말한다.
그러자 유비를 따라온 시종이 먼저,
"황제께서 와병중이시라고 황후께서 친히 유황숙을 청하셨으니..."
하고 말문을 열자, 수문장은 즉각,
"늦었으니 내일 오시오!"
하고 잘라 말한다.
그러자 유비가 목소리를 높여,
"나는 유황숙이다. 천자께서 자유롭게 출입하라 하셨거늘, 너희가 감히 막는 것이냐? 비켜라!"
하고 말하자, 수문장은 물러날 태세가 아니다. 그러자 유비가 수문장을 가리키며 말한다.
"비키지 않으면 승상께 고해, 네 죄를 묻겠다!"
하고 일갈하였다.
그러자 수문장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수하 병사들에게 명한다.
"열어드려라."
이렇게 궁문 앞을 통과한 유비가 천자를 알현하기 위해 내실로 들어가니, 동귀비(董貴妃)가 나와 유비를 맞으며 말한다.
"황숙, 오셨습니까?"
유비가 두 손을 읍하고 절을 하면서,
"신 유비, 동귀비를 뵈옵니다."
하고 말하고 보니, 내실에는 동귀비 외에는 사람도 없고 썰렁하기만 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다른 황친들은 어디 계시온지요?"
유비가 궁금해 묻자, 동귀비는,
"폐하께서는 황숙만 부르셨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주위를 살피면서,
"폐하께서는 어디계십니까?"
하고 물었다. 내실에는 황제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동귀비는,
"지금 측간(厠間)에 계십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는,
"그럼 신은 기다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동귀비는,
"아니오. 황숙께서는 측간으로 가보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유비가 의아해 하면서,
"폐하를 그곳에서 뵈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물으니, 동귀비는,
"따라오시죠."
하고 먼저 앞장서 유비를 측간으로 인도한다.
측간으로 들어선 유비가 이리저리 살펴보니, 황제는 측간 좌대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유비는 황송해 하며 머리와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이내 엎드려 절을 하며 울먹였다.
"폐하!..."
그러자 천자 유협이 서글픈 음성으로,
"황숙, 일어나시오. 도성 곳곳에 조조의 감시가 없는 곳은 오로지 이 측간 뿐이오. 이곳이 짐의 진정한 자리요. 여기서만이 짐이 속 마음을 말 할 수가 있소. 그래서 황숙을 이곳으로 오시라 한 것이오"
하고 말하니, 유비가 울먹이며 대답한다.
"폐하, 신의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천자가 엎드려 있는 유비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너무 슬퍼마시오. 이런 짐의 처지는 몇 년전 보다 나아진거요. 그거 아시오?
짐은 즉위하는 그날부터 동탁의 노리개가 되었소.
그때 동탁이 궁정에 난입하여 비빈들을 간음하고 상부를 칭하며 악행을 휘둘렀소.
동탁이 죽은 뒤, 짐은 이각과 곽사의 손에 들어갔는데, 그들은 독사보다도 독하고 이리보다도 악했소. 어렵사리 국구인 동승의 계책으로 장안을 탈출했으나, 이젠 조조에게 납치되어 허창으로 오게 된 거요."
하고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그러자 유비가,
"폐하, 밖에서 듣기론 조 승상이 폐하께 예를 다 한다고 하는데 아닙니까?"
하고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그러자 천자는,
"그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니오. 조조가 짐을 학대하진 않았소.
오히려 철마다 다 먹고 쓰지도 못 할 음식과 비단을 짐에게 바쳐왔으니, 세간에서는 그렇게 보일 것이오. 허나, 조정을 장악해 짐의 주인 노릇을 하는 것도 모자라 짐을 이런 새장 같은 곳에 가둬놓고 제후들을 호령하고 있소. 더구나 언제든지 때가 오면 황위를 찬탈하고 스스로 황제가 되려 할 것이오.
황숙! 조조가 명분은 승상이나 역적이나 다름없소!"
천자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동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놓고 역적질을 하지 않을 뿐, 사람들은 은혜와 위엄을 떨치는 한실의 기둥인 줄 알고 있소.
조조의 수법이 동탁보다 천 배는 더 뛰어나오.
어제 사냥터에서 보시지 않았소?"
그러자 유비가 무릎으로 천자 앞으로 기어가며 말한다.
"폐하. 폐하!... 걱정마십시오. 신이 조만간 기필코 역적을 없애, 한실을 부흥시키고 황은에 보답하겠습니다."
하고 눈물을 흘리며 아뢰었다.
그러자 천자는,
"황숙을 청 한 것은 할 말이 있어서요. 짐은 행동의 제약이 있으니, 황숙이 한실을 위해 반드시 대업을 일으켜서 부족한 짐과 백성들을 구하고 선조들의 영령을 위로해 주시오. 짐이 곧 황숙께 밀지를 내릴 것이오."
"신, 명심하겠습니다."
유비가 이렇게 대답하자, 천자가 친히 유비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그런 연후에,
"황숙! 짐의 절을 받으시오."
하고 말하며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히는 것이 아닌가? 유비는 황급히 천자의 행동을 막으며 고개를 흔든다.
"폐하,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러자 천자는,
"짐이 절을 하는 것은 천자가 신하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카가 숙부께 드리는 것입니다."
하며 울면서 주저앉았다.
그러자 유비가 따라 주저앉으며 천자 유협을 품에 안고 눈물을 쏟아내었다.
이런 격정의 시간을 보내고 유비가 황제의 측간에서 나오자 동귀비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조용히 다가와,
"황숙, 눈물을 닦고 나가세요. 밖에는 조조의 눈이 많습니다."
하고 말하며 수건을 건네주었다.
잠시 망설이던 유비는 수건을 받아 들고 절을 한 뒤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올 때 데리고 온 등불을 든 시종을 앞세우고 궁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 앞에 이르니, 들어올 때 수문장이,
"유황숙 잠시만요."
하고 말하며 막아섰다.
"무슨 일이냐?"
유비가 묻자, 수문장이,
"심야에 출궁할 때에는 필히 몸수색을 해야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무엄하다! 감히 내 몸 수색을 하겠다고? 죽고 싶으냐!"
유비는 고함을 쳤다.
그러자 당황한 수문장이,
"아, 아!... 그리 안 하면 승상께서 제 목을 치실겁니다."
하고 말하며 두 손을 읍해보이며 고개를 꺽어 보인다.
그러면서,
"군령이니, 이해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며 연실 고개를 숙인다.
그러자 유비가 양 팔을 벌려 보이며 말한다.
"내가 너를 죽게 해서야 되겠냐?"
그러자 병사 하나가 더 합세하여 유비의 몸수색을 하였다.
유비는 참담한 심정으로 몸수색에 응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한편, 유비를 떠나 보낸 천자 유협은 밀지(密誌)지를 쓰기 위해 붓을 들고 생각에 잠겼다가 어느 순간, 붓을 내려놓고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혈서로 밀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비장한 자신의 생각을 알리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다 쓴 밀지를 겹겹이 접어. 동귀비를 불러 부탁한다.
"귀비, 수고스럽지만 이 밀지를 옥대에 넣어 눈에 띄지 않게 꿰매주시오. 며칠후 짐이 제를 올리러 갈 때, 총애하는 충신에게 건네서 천하의 영웅들을 규합하고 거병하게 할 것이오."
하고 말하니, 놀란 눈으로 동귀비가 물었다.
"폐하, 믿을만한 사람입니까?"
"그렇소."
"누굽니까?"
"당신 부친 동승이오."
며칠 후, 천자 유협은 국구(國舅) 동승을 대동하고 제를 지내기 위해 공신각(功臣閣)으로 향했다.
조조의 특명으로 천자의 거동을 감시하고 있던 감시관이 조조에게 달려가 보고를 한다.
"승상, 폐하께서 사냥을 다녀오신 후 풍한이 들었다고 합니다."
"음!... 그래, 알고 있다."
"허나, 이상한 것은 오늘은 완쾌되었다며 공신각에 제를 지내러 국구 동승을 대동하고 가셨습니다."
"또 누굴 대동했느냐?"
"동승 한 사람 뿐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공신각에서 나오지 않아, 이상해서 보고드리는 것입니다."
"그래?... 알았다. 가 보아라."
"예."
한편, 천자 유협은 동승과 함께 공신각에 들어서며 말했다.
"국구! 짐의 선조께서 어느 땅에 몸을 일으키시어, 어떻게 창업을 하셨는지, 짐에게 좀 들려 주시오."
"황공하신 말씀! 폐하께서는 그것을 모르셔서, 신에게 물으시나이까?"
"짐이 모르는 바는 아니로되, 오늘은 국구의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황공하옵니다. 창업주 고조 황제(高祖 皇帝)께서는 사상정장(泗上亭長)으로 몸을 일으키시어, 삼척검(三尺劒)으로 의병(義兵)을 지휘하시기 삼 년 만에 진(秦)을 정벌하시고, 오 년 만에 초(楚)를 멸하시어 드디어 만세(萬世)의 창업(創業)을 세우신 것이옵니다."
천자는 그 말을 듣고 초연히 탄식을 한다.
"하!.. 짐의 조종(祖宗)은 그렇듯 영웅이셨는데, 그 어른의 자손인 짐은 이처럼 나약하니,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니겠소."
천자는 그렇게 자신을 자학(自虐)하며 고조 황제의 위패(位牌) 좌우에 서 있는 두 사람의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두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말씀해 주시오."
"예, 바른편에 서 있는 사람은 장량(張良)이옵고, 왼편에 서 있는 사람은 소하(蕭何)이온데, 모두 한실(漢室) 창업에 다시 없는 공신(功臣)이옵니다."
"경은 부디 저 두 사람처럼 짐의 곁을 떠나지 말아 주오."
"황공하옵니다."
그리고 천자는 장량과 소하의 화상 앞으로 가서 향을 피우고 절을 하였다.
국구 동승도 천자의 뒤를 따라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황제는 이미 밖으로 나가고 없지 않은가?
헌데, 황제가 머물던 자리에는 황제의 옥대가 떨어져 있었다.
동승은 옥대를 주워 허리에 차고 공신각을 나섰다.
그리하여 계단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그의 앞에는 조조가 나타났다.
"동 국구!"
"아, 아! 조 승상?"
조조가 동승을 부르자 동승은 예기치 않은 조조의 등장에 놀라며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폐하께서 제를 지내신다고 해서 함께 하려고 왔는데, 폐하께서는 아직 계시오?"
하고 물었다.
그러자 동승이,
"폐하께서는 이미 제를 마치고 회궁하셨고, 저도 가려던 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기왕에 여기까지 왔고, 아직 국구께서도 계시니, 저와 함께 선왕들께 제를 올리고 가시면 어떻겠소?"
하고 물어온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던 동승이 두 손을 읍해 보이며 말한다.
"그렇게 하시지요."
"갑시다."
"가시지요."
이리하여 동승은 마지 못해 조조의 뒤를 따라 다시 공신각 계단을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공신각에서 조조와 함께 다시 제를 올리게 된 동승은 매우 불편하고 언잖았지만 이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제를 모두 마치자 조조가 의심의 눈길로 동승을 부른다.
"국구?"
"예."
"이곳은 정말 하늘의 뜻이 전해질 것만 같은 곳이 아니오? 안 그렇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군요."
"폐하께서 국구만 부르셨다는데, 밀지라도 받으신게 아니오?"
"전혀 아닙니다. 오셨다 가실때 까지 저한테 별도의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사실이오?"
"물론입니다."
동승이 이렇게 대답을 하였는데, 조조는 아까부터 동승의 허리에 차고 있는 옥대를 유심히 쳐다 본다.
그 옥대는 일반 신하는 물론이고, 승상인 조조 자신도 공공연히 가질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조의 세심한 눈길을 알아차린 동승은 어색한 소리로, 자신의 허리에 찬 옥대를 쳐다보면서,
"아, 이것은 폐하께서 하사하신 겁니다."
하고, 조조의 의심을 풀기 위해 말했다.
"그것 보시오. 그게 별도의 말씀을 안 하신거요? 이유없이 옥대를 하사 하셨겠소?"
조조는 지나가는 말 처럼 말했지만, 그의 말 속에는 의혹의 뜻이 숨어 있었다.
그러자 동승은 난감한 얼굴을 하며,
"제 말씀은 밀지 같은 것은 없었다는 말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동승이 차고 있는 옥대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그 옥대를 잠깐 풀어 주실 수 있으시오? 어디 구경이나 하십시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동승은 딸인 동귀비에게 귀뜸 받은 바가 있어서, 조조의 요구를 받자, 순간적으로 난감하였다.
그러나 조조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오히려 의심을 키울 뿐이라고 생각하고,
"그러지요."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옥대를 풀어 조조에게 건네주었다.
조조는 건네 받은 옥대를 일일이 손을 짚어가며 살펴보았다.
그 순간 동승의 얼굴은 초조한 빛이 떠돌았다.
이윽고 옥대를 모두 살펴 본 조조가 자신의 허리에 옥대를 차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승을 향해,
"자, 어떻소?"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동승은 마지 못해,
"아, 어울립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나도 그런 것 같소, 아무래도 이 옥대는 내가 하고 있는게, 국구께서 하고 계시는 것보다 나을 것 같은데, 어떠시오? 그렇지 않으시오?"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동승은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군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그럼 내가 염치불구 하고 국구께 선물로 받도록 하겠소."
하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난감 해 진 동승이,
"아, 저...."
하고 난색을 표시하자, 조조는 오히려 당연한 요구였다는 듯이,
"왜, 안 됩니까?"
하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조의 요구에 대답을 주저하던 등승이 마지 못해,
"승상이 가져가십시오."
하고 대답해 버렸다.
"정말 주실 수 있으시오?"
"그렇습니다."
"미련은 없소?"
"미련 없습니다."
그러자 조조가 갑자기 소리내어 웃는다.
"하하하하, 으 하하하하!...."
그러면서 조조는 자신의 허리에서 옥대를 풀어내며,
"내가 어찌 남의 것을 뺏겠소. 더구나 이 옥대는 천자께서 하사하신 것인데, 나 같은 일개 신하가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없지!... 국구께서 잘 쓰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동승은 두 손을 모아 흔들며 말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조조에게 옥대를 건네 받으면서, 조조가 눈치채지 못하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