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강북 규제’가 아직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강북 규제가 나온 이번 주 강북권은 물론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된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였다.
올 들어 이들 지역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한 것은 소형(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였는데 이번 규제가 전용면적 60㎡ 초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시장에 실수요자가 많아 정부 규제와는 관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11일 강북규제 정책을 발표하고 16일 강북권과 금천•동대문구, 의정부, 인천 남•동•남동•부평구, 양주, 광명 등 연초부터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을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했다.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 전용면적 60㎡를 넘는 아파트(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은 모든 아파트)를 거래할 경우 계약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실거래 금액을 관할 행정관청에 신고해야 한다. 6억원이 초과하면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도 제출해야한다.
여전히 매물보다 매수세가 많아
한국부동산정보협회와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주 0.25% 올라 지난주(0.22%)보다 상승폭을 키워갔다. 강북권(0.46%)도 여전히 상승세다. 다만 상승폭은 지난주(0.53%)보다 다소 둔화한 모습이다.
지난주 0.48% 올랐던 강북구는 이번주 0.29% 오르는 데 그쳤다. 도봉구(1.30%)도 지난주(2.07%)보다 상승폭이 다소 둔화했다. 상승폭은 둔화했지만 소형(전용면적 60㎡ 이하)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값 오름세는 여전하다.
도봉구 도봉동 서원 아파트 72㎡는 이번주 1500만원가량 올라 2억500만~2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서광 아파트 85㎡도 1000만원 안팎 상승해 1억8500만~2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도봉구 창동 한길공인 박광록 사장은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의 경우 전용면적 60㎡ 초과, 거래액 6억원 이상 주택이 규제 대상인데 최근 이 지역에서 급등세를 나타난 집은 전용면적과 거래액이 규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 외 지역들은 정부 규제 이후 도리어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주 0.39% 올랐던 성북구는 이번주 0.85% 오르며 상승폭을 키워갔고, 동대문구(0.69%)도 지난주(0.54%)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중랑구(1.64%)도 지난주(1.63%)에 이어 여전히 상승세를 보였다.
의정부 한 주간 2.05% 급등
중랑구 상봉동 건영2차 72㎡는 이번주 2000만~2500만원 올라 2억500만~2억425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상봉동 반석공인 김월선 사장은 “시장에 매물보다 매수세가 많아 집값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는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강북 지역과 함께 연초부터 아파트값이 들썩이면서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된 금천구도 이번주 1.19% 올라 지난주(0.77%)보다 상승폭을 키워갔다.
경기 북부권 등 서울 외곽 지역도 마찬가지다. 의정부(2.05%)는 상승폭이 지난주(0.75%)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의정부 신곡동 부동산명가 김규원 사장은 “강북 집값이 이미 많이 올라 강북을 떠나 의정부로 들어오는 수요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주시도 이번주 0.36% 올라 지난주(0.23%)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계산•방축동 등 6개 동이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묶인 인천 계양구(0.48%→1.91%)도 상승폭을 키워갔다.
강남권•신도시는 ‘한산’
강남권(0.01%)은 게걸음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값은 이번 주에도 0.05% 내렸다. 지난주(-0.12%)보다 하락폭은 줄었으나 여전히 매수세가 없어 시장이 한산하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1차 49㎡는 지난주보다 750만~1000만원 가량 떨어진 6억3000만~6억7000만원 선에서 매물이 나온다.
수도권 5개 신도시(0.07%)도 전반적으로 조용하다. 소형(0.27%)만 거래가 약간 됐을 뿐 그 외 주택형은 거래가 뚝 끊겼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산본(0.39%)•일산(0.14%)•중동(0.08%)•평촌(0.05%)은 올랐고, 분당은 0.03%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