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게요. 뭘? 당신을? 3편을? 물론 북한 형사 ‘림철령’을 기다리겠다는 뜻인데 가능한 일입니까?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림철영이 사랑 때문에 탈북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의 사상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하기야 이제 조금 사랑에 눈이 떠진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 미국 FBI ‘잭’ 덕분일 것입니다. 엉뚱한 이방인이 껴들어서 질투를 생성시켜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이 그것을 짐작하게 만들어줍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다시 3편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때는 좀 더 진전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지요. 그런데 무엇을 빌미로 다시 남한으로 입국할까요?
그리고 이 세 사람의 공조가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 사실 지금 현 상황도 미묘한데 말입니다. 미국이 그러지요? 저 놈들은 어차피 한 민족이라고. 언제 붙어먹을지도 몰라. 그러니 우리만 잘 하면 되는 거야. 북한이 그럽니다. 저 놈들은 어차피 한 통속이야. 그러니 다 제끼고 우리 것만 찾아오면 돼. 그렇다면 우리 입장은 어떤가요? 묘하지요. 이러자니 그렇고 저러자니 그렇고, 그렇게 보면 어정쩡하지만 둥글둥글한 우리 형사가 제법 잘 하는 편입니다. 지금의 처지에서 우리가 전개하고 있는 외교와도 같다고나 할까요? 현실에서는 그만한 외교관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출발합니다. 가능하다면 넓은 땅에서, 보다 자유로운(?) 땅에서, 마음 놓고 돈놀이 할 수 있는 곳에서, 자기 몫을 챙기는 것이 득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달러야말로 온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화폐 아니겠습니까. 결국은 돈 이야기지만 그 뭉칫돈을 해먹으려고 사정없이 휘갈기며 갖고 튀는 겁니다. 그 정보를 파악한 FBI가 가로채려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돈과 마약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속대상은 돈이 아니라 사실 마약입니다. 그러나 만만하게 넘어갈 상대가 아닙니다. 일단 잡기는 하였지만 국가간 무슨 협약 같은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렵게 잡았지만 넘겨줍니다. 그리고 그 두목은 한국으로 침투합니다. 정보가 우리에게도 넘어옵니다. 미국과 협력하라는 것이지요.
북한에서는 반드시 이 두목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가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림철영이 남으로 파견됩니다. 여기서는 아무도 이 사건에 껴들려하지 않습니다. 밑져야 본전도 아니고 해봐야 본전도 안 되는 일입니다. 자칫 구설과 징계나 받겠지요. 림철영과 공조하여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FBI까지 껴들었습니다. 문제는 각자가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공적과 자존심까지 혼합된 문제가 됩니다. 그러니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수사와 추적을 해야 하는데 서로 경쟁하는 꼴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한 마디로 진흙탕이 되기 십상입니다. 자칫 사건의 해결보다는 도적에게 좋은 결과를 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외교적 기술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지식과 지혜도 필요하지만 인간적인 유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특히 외교관은 모난 사람보다는 아무데서나 누구에게라도 접근과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유리합니다. 조금 모자라 보이지만 사실은 고도의 대인관계 기술이기도 하고 때로는 천성에 맞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한없이 야들야들하지만 일단 업무에 임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우리 측 형사 ‘강진태’는 그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합니다. 동료들에게도 유하지만 적들에게는 강하게 대처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삐딱하지만 강진태 형사와 함께 지낸 경험으로 이제는 다소 부드러워지기도 한 림철령이 제법 잘 어울려 일합니다.
돈이란 참으로 요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쓰는 사람에 따라서 이야말로 최상의 선물이고 도구일 수 있습니다. 선한 사람에게는 선한 영향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악한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악한 일만 만들어내게 합니다. 그 가장 주된 요인은 바로 탐욕일 것입니다. 성경에도 나와 있습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딤전 6:10)라고요. 이야기 속에서 드러납니다. 국가적 사업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닙니다. 결국은 거기든 저기든 모두 개인적인 욕심으로 비롯된 돈 챙기기 싸움이었던 것입니다. FBI 요원 잭도 그 사실을 알아채고는 전적으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사실 그런 요소가 이야기를 만들어야 흥미도 배가되지요. 자신들 안의 못된 놈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소위 국제적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하기야 미국에서의 장면이 잠깐 나오는 것이지만 그래도 잭이라는 FBI 요원이 끝까지 함께 하니 3국 공조입니다. 그런대로 잘 조합하였습니다. 그리고 악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마약사범 ‘장명준’도 잘 만들었다 싶습니다. 장비의 현대화가 애들 장난처럼 등장하지만 마지막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며 탄성을 자아냅니다. 1편에 못지않습니다. 감동이 아니라 재미지요. 영화 ‘공조2 - 인터내셔날’(Confidential Assignment2: International)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