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회 3
제목을 보면 “행복,양화마을 한마당” 이라고 한 것으로 보면
학생들의 인원이라도 좀 있었으면 운동회를 했을 것 같다.
운동회를 벌일만한 학생도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학예회라는 이름으로
마을과 학부모들을 초청하고 발표회 형식으로 마을잔치를 한 것 같다.
약 한 시간 동안 한 학생이 몇가지의 역할을 담당한 것을 볼 때 학생들의 열심과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노고가 곳곳이 베여 있음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과거에는 “둘만 낳아 잘기르자”.혹은 “둘도 많다”는 구호아래 산아제한 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마을 골목은 아이들의 천지였고 한 학급에 80여명 이었으니 학교교실은 언제나 공나물 시루였다.
운동회날 청군,백군으로 나눠 큰공 굴리기,장애물 경기,,발묶고 달리기,오자미 던져 장대에 매단 공을 터트리면 온 마을이 함께하는 점심시간 이었다.
기마전,줄다리기,엿따먹기,덤블링,등이었다. 4층 탑쌓기에는 작고 똘똘하다는 이유로 맨 꼭데기에 올라 팔을 벌려 십자가를 만들면 수많은 관중들의 박수를 받는다.
해가 뉘엿 해 지면 마라톤이나 청백 릴레이로 그날의 운동회는 마감된다. 해거름에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오는 도중 상으로 받은 공책이 몇권이며 연필이 몇자루 인지가 화두가 되었다.“참 잘했어요”도장이 찍힌 공책을 볼때마다.스스로가 대견해 여긴 것 같다.
오늘은 잘 꾸민 무대장치 ,현란한 조명 아래 잘 차려입은 의상, 여러 가지 악기, 세련된 음향이 갖춰진 행사였다. 어느 방송에서 보는 듯 모두 세련미가 넘친다.
학교에서 조리사가 마련한 균형잡인 다양한 음식을 대접을 받았고 오후에는 학부형의 자격으로 나눠 준 쿠폰으로 과자나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학교 정원 감나무에 잎은 떨어지고 빨간 열매만 알알이 달려있다.
이 학교를 그쳐간 아이들도 제 나름대로 귀한 열매로 살아갈 것이다.
다만 학생수가 더 줄어 폐교의 수순을 밟지 않기를 기도한다.
손주 덕분에
할매,할배라는 자격으로 멋진 학예회를 뜻깊게 참여했다.
그러면서도 70년 이라는 먼 괴리감에
격세지감 인지 허전함 인지 어릴적의 상념이 되살아 난다.
가난하고 어려워도 옛날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