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비극 오페라의 여주인공들은 희생과 헌신이 그 특징입니다.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끝까지 사랑하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거나 변심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병들어 죽거나([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라 보엠]의 미미),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고 목숨을 바치거나([리골레토]의 질다, [일 트로바토레]의 레오노라), 구할 수 없을 때는 함께 죽는 길을 택하기도 합니다([아이다], [토스카]). 이처럼 이탈리아 비극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여주인공이 극의 핵심이 되는 ‘프리마 돈나(prima donna) 오페라’입니다.
그러나 베르디의 중기 오페라 가운데는 [시몬 보카네그라]나 [가면무도회]처럼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보다 훨씬 중량감을 갖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면무도회]는 마침내 소프라노의 희생 행렬에 종지부를 찍고 테너 주인공에게 죽음을 선사한 전복적인 작품입니다. 넘치는 혈기와 질투심으로 결국 소프라노를 죽게 만드는 테너 주인공의 기본적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가면무도회]의 남자주인공 구스타프 3세는 백성을 사랑하는 군주이며 연인을 배려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 |
Oscar / Volta la terrea fronte(빛나는 별을 보십시오)
Amelia, Riccardo (Duetto) / Teco io sto...
- 글 이용숙 /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