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로 비가 오고 눈이 왔다
지난해 어둠녘 산책길 치매로 동사한 노파를 보았다
근래 치매로 울부짖는 고통의 원음을 자주 듣는다
시린 손으로 핸들을 잡은채 유등천변길에 페달을
밟았다.나는 스러진 갈대를 찍었다
선 갈대는 바람에 흔들렸다. 날은
저물어 대칭으로 어린 아치 난간도 찍었다
천변에 두세 사람씩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었다
천건너 방송국 송신탑이 연회색 허공에 아득했다
많은 어린이,학생들이 밀집해 스케이트를 즐겼다
12월 저녘 대기는 밝지도 맑지도 않았다
다만 우울인듯 평온인듯,회색의 침묵인듯,연회색
옥돌인듯 적막으로 둘러쳤다
겨울 가뭄에 천 가운데로 들어와 보니 엑스포 다리가
새롭게 보였다.
죽어 저승가는 길이 혹자는 어둠속 동굴인듯,혹은
환한 빛속의 광채인듯 말하지만 의식의 연장선이니
이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케이트 타는 아동에게 생로병사나 깊은 철학을
말 해줄 이유는 없다
근래 자주 깊은 숙면으로 빠져 든다
가끔 꿈속에서 과거의 지인들이 나타나 깊은 회한과
무력에 빠진다.자주 스마폰을 잊어 일반 전화기로
스마폰을 찾으니, 유일한 용도의 일반 전화기 쓰임이다
아직 쓸모 있다.스케이트장과 백화점에는 년말이라
인파가 들끓는다.
팥죽을 5일째 맛있게 공양했다.소화가 잘 되고 위에
부담이 없다.
다리와 천변,노을과 불빛이 대조를 이뤄 환상을 이룬다
비오고 눈이 온 후라 물이 맑다
옛 친구들이 초청좀 하라는데 이제 접대나 맞이가
쉽지 않다.이제 나도 경노급이라 사실 가고 오고 차리고
면도하고등 살기위해 공양하는 일 외엔 손님접대가 한편 귀찮기도 하다.근래 입적한 노스님들이 말년에 일체
연락을 취하지도 받지도 않았다.그들을 이해하겠다.
저 승 가는 준비인듯 했다
자주 눈길,낙엽길을 걷는다
눈이 내린 산하를 찍는 일은 한편 즐겁다
낙엽 쌓인 오솔길을 걷는 일은 행복하다
하지만 지난 해 치매로 긴 밤 강추위를 맞아 동사한
노파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마침 그 때 119대원의 들것에 실린 언 얼굴을 보았다
이제 장례식,혼례식등 될수록 가지 않으려 한다.
식당을 가 무엇을 먹기 보다는 떡을 쪄 도시락으로
때우니 편하다. 법회때 마다 내 몫 떡을 얼리는 이유다
옛 지인이 찾아 온다하면 핑게를 대고 연기한다
이제 내 저승꽃 피고 시든 육신을 보이고 싶지 않다.
간혹 TV를 보면 늙고 년식이 오래된 사람도 나와
신변잡담을 떠들어 대는 것 보면 한편 장하다는 생각도
든다. 얼굴은 찍어 바르라 있는 것이요,입은 주절대라
옆으로 갈라 있으니,떠드는 것은 자유나 한편 재미도
흥미도 없는 자기 신변 이야기들은 좀 거니기 한 면은
있다.아니면 방송국 프로들이 제대로 없는 것인지 ....
그래도 노년에는 악착같이 먹고 씻고 걷고 보고 자고등
5대 과제를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남이 떠 먹여 주는 시기가 오면 이미 이승은 아니다.
오후 한 복판에도 자주 지구를 등지거나 안고 잠이
오는 것은 주책이 아니라 노쇠요,수레가 노화됬다는
의미다. 간 자들은 말도 없고 연락도 없으니,나 또한
그들 주소를 몰라 삐삐도 택배도 할 수 없고,달력을
부치려 하나 이승 달력이 저승에서도 같은지 모르겠다
백화점에는 왠 인파가 그리 많은지 나는 매번 출구를
몰라 두세번씩 물은 연후에 출구를 겨우 찾는다.아마
쉽게 출구 찾아 나가지 말고,매상 카드 많이 긁고 또
헤매다 긁어 쇼핑 많이 하라는 뜻인듯 하다.
비싼 것만 있는지 알았는데 가공 안된 무설탕 초코릿
은 좀 싸다는 생각이 든다.무가공,무설탕 초코랫ㅡ오
히려 자연 원향이 있어 좋고,설탕 폐해가 없어 좋다.
추운 물속에 피래미가 헤엄치고 있으니,냉혈 물고기라
하지만 얼음 밑에서 숨쉬며 겨울을 사는 모습이 신기
하고,쌍쌍 원앙이 물속으로 곤두박고 치며 먹거리를 찾는 겨울 오후도 한편 평화롭다.
불기 2567.12.26 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