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cafe-editor-text"><br /><br />기포의 새벽 편지-513<br />천자문130<br />동봉<br /><br /><br />0441남녘 병丙<br />0442집 사舍<br />0443곁 방傍<br />0444열 계啓<br /><br />-정전곁에 병사문은 열려있는데-<br />(기둥에는 장막들이 아름다워라)<br /><br /><br /><br />0441남녘 병/셋째 천간 병丙<br /><br />1973년 겨울이었습니다<br />만20돌 생일을 제천 외갓집에서 지냈습니다<br />겨울 땔나무와 소먹이 여물만 넉넉하다면<br />시골의 월동준비는 거의 완벽했습니다<br />나는 서둘러 채비를 다 마친 뒤 <br />머리도 식힐 겸 제천으로 향했습니다<br />큰 외숙이 어머니보다 10년 정도 위셨으니<br />아마 지금의 내 나이쯤이셨을 것입니다<br /><br />내가 인사를 드리고 한 켠에 앉자<br />다짜고짜 말씀하셨습니다<br />"병신지년경인두丙辛之年庚寅頭니라"<br />무슨 말인지 몰라 버벅대며 여쭈었습니다<br />"외외~외숙부님,<br />무~무슨 말씀이신지요?"<br />"병신야반생무자丙辛夜半生戊子니라."<br />뜬금없이 이어지는 말씀에<br />그냥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br /><br />뭔가 하실 말씀이 더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br />아니나 다를까 다음 말씀이 이어졌습니다<br />"갑기지년병인두甲己之年丙寅頭니라."<br />나름대로 한문을 익혔다고는 했지만<br />그것도 이미 대여섯 해 전 일이고<br />당시는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br />4년 가까이 사법고시를 준비중에 있었습니다<br /><br />외숙부께서 넌지시 물으셨습니다<br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니?"<br />"네, 말씀은 알아듣겠습니다만<br />내용은 아직 익힌 적이 없습니다."<br />"내가 써 주지 않았는데 알아들었다고?"<br />"네, 외숙부님, 송구합니다<br />어떻게 쓰는지는 대충 알겠습니다만<br />내용은 외숙부님께서 일러주십시오."<br /><br />큰외숙께서는 차근차근 말씀해주셨습니다<br />그 이후로 병丙 자 들어간 해만 되면<br />어김없이 큰외숙 생각이 났고<br />자상하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br />더욱이 올해가 바로 병신년丙申年입니다<br />병신지년의 '병신'은 모두 천간이지만<br />올해는 천간과 지지를 합해 병신년입니다<br /><br />남녘 병丙 자는 한 일一 자가 부수입니다<br />상형문자로서 제사할 때 희생물을 얹는<br />큰 젯상祭床을 본 뜬 글자입니다<br />중국과 우리나라 주거문화는 비슷하지요<br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했습니다<br />이는 북반구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br />지극히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입니다<br /><br />23.5° 기울어진 지구를<br />적도 위에서 내리쬐는 햇살이<br />여름이면 직선으로 비추기 때문에 뜨겁지만<br />겨울이면 사선으로 비추는 까닭에<br />남동쪽에서 떠서 남서쪽으로 지는 햇살을<br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는<br />남향집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br />이러한 현상은 사람만이 아니라<br />생명을 가진 자의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br /><br />가령 중국 사람이나 우리나라 사람이<br />남반구에서 살아간다고 가정할 때<br />그때도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한 집을<br />명당으로 칠 것인가 하는 문제는<br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br />그러나 북반구에서 살아가는 한에 있어서<br />이 문화를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br /><br />바로 이런 문화에서<br />남녁 병丙 자를 본다면 이해가 가겠지요<br />병丙의 부수 한 일一 자에 담긴 뜻은 <br />첫째는 임금의 뜻이고<br />둘째는 궁궐의 뜻이고<br />셋째는 묘지의 뜻이고<br />넷째는 부모의 뜻이고<br />다섯째 스승의 뜻이고<br />여섯째 주택의 뜻이고<br />일곱째 아내의 뜻입니다<br /><br />이들이 있는 곳冂을 향해 들어갈入 때<br />남쪽丙에서 시작하지 않겠습니까<br />이제 남녘 병丙 자에 담긴 의미가<br />조금은 이해가 되시겠는지요<br />왜 이렇게 생긴 글자가 남녘의 뜻인지<br />왜 '빙丙Bing'이라 발음했는지 알 것입니다<br />발음의 근원을 찾는 일Homework은 <br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몫으로 돌려드립니다<br /><br /><br />0442집 사舍<br /><br />이 집 사舍 자에 이체자가 있습니다<br />지붕人과 지붕 아래 식구口는 같은 데<br />가운데 들어 있는 글자를<br />하늘干로 보느냐 땅土으로 보느냐입니다<br />하늘로 보면 이런 집 사舍 자가 되고<br />땅으로 보면 이런 집 사舎 자가 됩니다<br />집 사舍 자의 의미값인 부수를 <br />혀 설舌자로 보는 게 거의 정설이지만<br />길할 길吉 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br /><br />집, 가옥, 여관, 버리다, 포기하다, 폐하다<br />내버려 두다, 개의하지 않다, 바치다<br />기부하다, 희사하다, 놓다, 베풀다<br />일을 차리어 벌이다, 휴식하다, 쉬다<br />도와주어 혜택을 받게 하다, 화살을 쏘다<br />풀리다(석), 의심이 사라지다(석), 벌여놓다(석)<br /><br />집 사舍의 본자는 버릴 사捨 자입니다<br />버릴 사捨 자에서 독립한 글자가<br />다름 아닌 집 사舍 자인데<br />지붕人 아래 다락一 방亼이 있고<br />다락방亼과 아랫층口이 연결丨된 중간에<br />가로로 편액一이 길게 걸려있는 집입니다<br />편액이 걸려 있는 집이라면<br />그냥 평범한 가정집이 아니겠군요<br />아무래도 주상복합건물일 듯싶습니다<br /><br />나는 어렸을 때 친구 집에 놀러갔습니다<br />우리집보다는 잘 사는 집이었지요<br />부모님이 싸전을 하고 계셨는데<br />다락방이 있었습니다<br />친구의 방이었습니다<br />겨우 들어가 앉을 낮은 방이었습니다<br />사남매가 한 이불을 덮고 사는 내게<br />다락방이 따로 있는 친구가 꽤 부러웠습니다<br /><br />그후 나는 다락방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br />그러다가 동아프리카 탄자니아<br />킬리만자로산 2000고지 산기슭에 <br />11평짜리 함석 지붕 돌벽돌 건물을 지으면서<br />그 건물 다락방 인법당因法堂에 <br />까만 부처님을 모시고 3년간 살았습니다<br />따지고보면 원願을 푼 셈이지요<br />인법당이 주상복합개념이라면<br />비유가 적절하다고 보기는 좀 그렇겠지요?<br /><br />아무튼 집舍/舎/捨의 개념은<br />끊임없이 이고Ego를 놓아버리捨면서<br />가족口들의 대화舌가 오감입니다<br />집舍은 '삼합 집亼'입니다<br />아내와 남편이 화합하고<br />부모와 자녀가 화합하고<br />형제자매가 서로 화합하는 곳입니다<br />가족애로 평등一을 싹 틔우고<br />존경과 사랑으로 질서丨를 키우는 곳<br />집은 바로 이러한 곳입니다<br /><br />병사丙舍란 어떤 건물을 얘기할까요<br />고궁 건축을 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br />임금과 조정이 집무를 보는 대전大殿이 있고<br />대전 옆에 편전便殿이 있습니다<br />편전은 임금이 상주하면서<br />정사를 보던 임금의 집무실입니다<br />경복궁에서는 사정전思政殿이 편전이고<br />창덕궁에서는 선정전宣政殿이 편전입니다<br /><br />멀 경冂 자를 예로 놓고 본다면<br />위의 가로 놓인一 건물이 본체 대전이고<br />왼쪽丨과 오른쪽亅건물이 편전입니다<br />병丙 자의 일一은 임금의 자리이고<br />이 임금을 본체 대전에서 알현하려면<br />멀 경冂 형태의 병사를 걸칠入 때<br />바야흐로 가능하겠지요<br /><br />또한 임금이 민정을 살피기 위해서거나<br />병사 밖에 모셔진 묘역을 참배할 때<br />병사丙舍 건물 끝을 돌아<br />대전 밖으로 나갈 수도 있겠지만<br />때에 따라서는 지름길이 필요하기도 합니다<br />그때 병사의 옆문을 열어 드나듭니다<br />문이란 여닫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br />들고나는 기능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br />아래 '곁문傍을 연다啓'는 게 바로 이 뜻입니다<br /><br /><br />0443곁 방傍<br /><br />곁 방傍<br />곁 방䧛<br />곁 방旁<br /><br />사람인변亻에 두루 방旁 자인데<br />두루 방旁은 총체적 개별적 방위方를<br />여섯 곳六으로 표현합니다<br />방위는 우주冖 위에서 펼쳐집니다<br />사람이 바로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br />사방四方과 위 아래 여섯 방위를 가늠합니다<br /><br />정토부 경전 중《불설아미타경》에서는<br />동남서북 사방과 아래 위를 합하여<br />여섯 방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br />초기경전《육방예경》에서도 마찬가지인데<br />육방예경은 부처님께서 여섯 방위에<br />동쪽은 부모<br />서쪽은 처자<br />남쪽은 스승<br />북쪽은 친구<br />위쪽은 스님<br />아래는 하인으로 보고 예배하라는 것입니다<br /><br />이와 달리《불설아미타경》에서는<br />네트워크Network 형성과 그 실현입니다<br />불설아미타경을 설법하시는<br />서가모니부처님이 계신 사바세계가<br />메인 스튜디오Main studio입니다<br />이 메인 스튜디오에서 여섯 방위를 연결시켜<br />극락세계를 하나하나 설명하시고 <br />실황 다큐멘터리로 보여주시는<br />우리 서가모니 부처님 모습은 <br />생각만 해도 참으로 멋지게 느껴집니다<br /><br /><br />0444열 계啓/啟/启/啔/唘/闙/諬<br /><br />'열 계'자가 무릇 7자나 됩니다<br />열다, 열리다, 일깨워주다, 보도하다<br />사뢰다, 책상다리를 하다, 안내하다<br />여쭈다, 인도하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br /><br />입 구口 자가 부수인 까닭에<br />말로 사람을 가르쳐 깨우치게 하고<br />생각의 지평을 열어주는 것을 말합니다<br />그러므로 7글자 모두 입 구口자거나<br />또는 말씀 언言 자가 들어있습니다<br />언어口/言를 통해 마음의 지게문戶을 열고<br />갇혀있던 생각을 자유롭게 함입니다<br /><br />먼 데 문을 열려 하십니까<br />가까운 데 문을 먼저 여십시오<br />큰 문을 열려 하십니까<br />작은 문부터 여십시오<br />하늘의 문을 열려 하십니까<br />이 땅의 문부터 활짝 여십시오<br />서방정토의 문을 열려 하십니까<br />사바세계 행복의 문을 먼저 여십시오<br /><br />갑사甲舍<br />을사乙舍<br />병사丙舍<br />정사丁舍<br />어느 것이 행복사幸福舍의 문입니까<br /><br /><br />05/27/2016<br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br /><br /><br /><br /><br /><br /><br /></p><p><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221FBB4057476DA601' class="txc-image" /></p><p><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233AC14257476E8B10' class="txc-image" /></p><p><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2440843D57476E940F' class="txc-image" /></p>
<!-- -->
첫댓글 스님!
감사합니다!
이번 한주도 과속하는 차량같이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실감하는 계절입니다....
저도 좀 바쁜가 봅니다!
이갑수 거사님. 과속하는 것은 나름대로 괜찮습니다. 기준 속도에서 10%까지는 ㅡ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이 곁들지 않는다면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