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집
저녁이 무더기로 밀려 들어오는 사립문
우물곁에 앉아 보리쌀을 씻던 여자
분꽃 냄새를 가지러 간 남자를 기다렸네
언제나 고함은 대나무밭에서 들려오고
그런 날이면 날개를 다는 놋대야
걸핏하면 남의 집 나뭇간에 숨어들었네
자주 부러지는 개다리소반
희망이란 아교로 수습해보아도 떨어져 나가기 일쑤
뒤꼍에 없는 애기 업고 얼러대던 여자는 자주 없는 애기를 낳았지
날개 돋지 않는 나비 잠 빗자루에 쓸려나가고
낮은 사립문을 밀고
새파랗게 젊은 대나무 발목을 올리고 굴뚝을 넘어 안방을 마루를 다 차지해
빈집의 주인이 되었네
바람의 질긴 뼈로 칸칸이 울타리를 두르고
<모던포엠> 2023년 233
첫댓글 눈물 하나
눈물 둘
그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