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의 초당글밭] 02월 06일(월) '공성이불거'
한 주를 새로이 시작하는 월요일 새벽입니다.
문득 떠 오르는 것이 노자의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입니다.
흔히들 ‘공을 이룬 후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새깁니다.
하지만 이 말을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에 맞닥뜨립니다.
어떤 것이든 쉽게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그렇게 굳어진 것일 테지요.
그래서 오늘은 이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으로 새벽을 보낼 참입니다.
그래서 이 구절의 앞뒤를 채워 바른 이해를 해 볼 작정입니다.
이어진 문장은 이렇습니다.
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不居, 夫唯弗居, 是以不去
생이불유, 위이불시, 공성이불거, 부유불거, 시이불거입니다.
생이불유, 그러니까 생이 불유라는 것이지요.
생이 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삶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없다는 말씀입니다.
눈으로 드러난 세계의 저 밖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위이불시, 그러니까 위가 불시라는 것이지요.
위가 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꾸밈에는 믿음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공성이불거, 그러니까 공성이 불거라는 것이지요.
공성이 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을 쌓은 것이 사실은 쌓은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부유불거, 그러니까 대체로 불거로 답할 뿐이지요.
이것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이불거, 그러니까 불거가 옳다는 것이지요.
생을 고집하는, 꾸미려고만 하는, 공을 쌓는 길로만 가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가지 않는 것이 옳다는 말씀입니다.
다시 공성이불거로 돌아갑니다.
공을 쌓은 것도 아닌데 어쩌다 공을 쌓은 것으로 여기고 머무냐는 말씀일 테지요.
그나저나 그 중심에 내가 빠져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는 새벽을 보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