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_1076. 타표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타표마라자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찾아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 앞에서 반열반(般涅槃)에 들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잠자코 계시자, 그와 같이 세 번 아뢰었다.
부처님께 타표마라자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작용이 있는 모든 현상의 법이니 법이 응당 그와 같으니라.”
그때 존자 타표마라자가 곧 부처님 앞에서 삼매(三昧)에 들어, 그 정수(正受)에 든 채로 동방을 향해 허공에 올라, 다니고[行]ㆍ멈추어 있고[住]ㆍ앉고[坐]ㆍ눕는[臥] 네 가지 위의(威儀)를 나타내었다.
그리고는 다시 화삼매(火三昧)에 들어가서 몸 아래 부분에서 불을 내니, 온 몸에서 환하게 밝은, 파랑ㆍ노랑ㆍ빨강ㆍ하양ㆍ파리(頗梨)빛ㆍ분홍빛 광명이 사방으로 퍼졌다. 몸 밑부분에서 불을 내어 그 몸을 태우다가, 다시 몸 위에서 물을 내어 그 몸에다 그 물을 뿌렸다. 혹은 몸 윗부분에서 불을 내어 아래로 그 몸을 태우다가, 몸 밑부분에서 물을 내어 위로 그 몸에 뿌리기도 하였다.
이렇게 열 방위를 두루 돌면서 온갖 변화를 나타낸 뒤에는, 공중에 있는 채로 몸 안에서 불을 내어, 다시 제 자신의 몸을 태워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취하는데, 완전히 사라지고 고요하게 멸하여 티끌조차 남지 않았다.
비유하면 마치 허공에 등불을 켤 때, 기름과 심지가 한꺼번에 다 없어진 것처럼, 타표마라자가 공중에서 열반하여,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도 그와 같았다.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쇳덩이와 같아서
그 불꽃 빨갛게 훨훨 타오르다가도
뜨거운 세력 점점 식고 사라지면
간 곳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것 같네.
그와 같이 평등한 해탈로써
온갖 번뇌의 진흙탕을 건너고
모든 흐름을 아주 끊어 없애면
그가 돌아간 곳 알지 못하나니
움직이지 않는 도의 자취 완전히 얻어
남음 없는 열반으로 들어가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