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새벽 산행길에서
어르신 두 분에게 땨뜻한 커피를 대접하였습니다.
어르신은 새벽 산행길에서 마시는 커피의 맛을 보고는
너무 맛이 좋고 커피 맛의 풍미가 깊이 느껴진다며 감사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끊인 물이 아니라 보이차에 커피 맛이 더해진 것이라며
커피 맛이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후 어르신들은 매일 새벽의 커피 맛을 느꼈고
산행길은 더욱 훈훈한 정감이 돌았습니다.
어제는 커피를 마신 후 어르신 한 분이 비닐봉지가 있느냐고 묻길레
베낭 안을 뒤져도 비닐팩은 있어도 봉지는 없었습니다.
같이 텃밭에 가자고 하길레 따라 나셨는데
순환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텃밭 농장으로 갔습니다.
많은 텃밭 농장 가운데 어르신의 텃밭은 대나무 숲 근처에 있었는데
작은 텃밭에 온갖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움막에 들어가서 비닐 봉지를 꺼내왔고
어느덧 비닐 봉지는 깻잎과 상추가 가득 담겼습니다.
텃밭의 깻잎과 상추의 향은
더덕을 채취할 때 느꼈던 향이 진동하였습니다.
집에 와서 깻잎과 상추를 깨끗이 씻고
쌈장을 만들어 십리향 쌀로 지은 밥과 함께 아침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십리향 쌀로 지은 밥은 향미가 말해주듯 풍미가 달랐고
하루가 지나도 전기밥솥의 밥 색깔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쌈장은 된장과 고추장과 참기름과 찐마늘과 대파와 고추와 돌복숭아 효소를 썪어 만들었는데
그 맛이 시중의 쌈장과는 비교를 불허하였습니다.
텃밭의 깻잎과 상추의 향을 쌈장으로 느끼며
미식가의 먹는 행복으로 넘쳤습니다.
텃밭의 깻잎과 상추가 더해졌을 뿐인데
한끼의 식사로 자연산 밥상의 행복을 가득 느꼈습니다.
어르신들과 순환도로에서 순환산책로를 따라 텃밭으로 가는 길에
층층나무꽃을 비롯하여 붉은 병꽃나무와 산딸기나무 등 산림해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비슬산 순환산책로는 야생화의 텃밭이라면서
산괴불주머니를 비롯해서 광대나물과 쥐손이풀과 애기똥풀 등 자생하였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의 정력에 좋다는 야관문을 비롯해서
계절마다 비단풀과 금계국과 달맞이꽃과 사위질빵 등 야생화의 천국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길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보라색꽃의 지칭개를 가르키며
아파트 화단에 지칭개와 똑같은 꽃이 있는데 그것은 조뱅이라고 하였습니다.
지칭개와 조뱅이는 꽃의 모양과 색이 비슷한데
지칭개는 줄기에서 나온 잎이 갈라져 있고 조뱅이는 타원형 잎에 톱니 모양이라고 하였습니다.
지칭개와 조뱅이와 똑같은 모양과 색깔의 꽃이 있는데
엉겅퀴를 비롯해서 뻐꾹채와 산비장이와 곤드레꽃이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야생화와 들꽃과 친해지면 저절로 꽃 이름을 알게 되고
야생화를 만날 때마다 친환경 서정으로 더욱 섬세한 감성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어르신들과 야생화의 감성을 공유하며
새벽 산행으로 만나 더욱 수준 높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깻잎과 상추를 주신 어르신은 연세기 77세인데 곳곳에 텃밭 3개를 일구고 있으며
낮에는 종일 유황 목욕탕의 매점을 관리하면서도 새벽 산행의 레전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