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안
정치평론
“앞으로 두고 보이소. 판검사 경찰, 법을 멋대로 주무르는 이 놈들 절대로 당선 안 됩니더. 택도 없다. 시팔 놈들아!” 자신의 자가용을 몰고 전철에 오른 노인은 어디서 열을 받았는지 잔뜩 흥분해서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댔다. 하지만 그가 현직 대통령을 향해 핏대를 세우고 있다는 걸 곧 알 수 있었다. “나도 윤석열 찍었거든요. 그런데 이기 뭡니꺼? 이놈들이 JTBC 바른말한다고 주까삐리고 내 참 기가 차서…” 그는 노약자석 3명 중 등산복 차림으로 가장 안쪽에 앉은 나에게 눈길을 맞추고는 울분을 토했다.
난 대답하지 않고 그의 말을 들어주며 중간 중간 고개만 끄덕였다. 내 오른쪽 건장한 노인이 서울 말씨로 “이 양반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나라 빚이 300억 달러가 넘는 게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데…” 하고 그에게 버럭 소릴 질렀다. 범일역에서 열차에 오르자마자 바로 시작해서 내가 전철에서 내릴 때까지 노인의 날선 정권 비판은 이어졌다. 그가 탄 자가용은 그의 행색과 잘 어울렸고 별로 초라해 보이지는 않았다. 난 배낭에 준비한 음료수라도 있었으면 열변을 토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내밀었을 터인데 등짝만 두어 번 두드려주고 남포역에서 열차를 내렸다. 그러고 보니 남포동은 사반세기 전, 부마사태로 정권을 종식시킨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다.
윤석열이 당선됐을 때 국민들의 기대는 전임자를 법정에 세워 단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엉뚱한 짓만 해대면서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인 때 만든 ‘일자리 창출’이란 미명하의 공공근로도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 글자가 찍힌 조끼를 입은 노인들은 그 옆을 지나는 시민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서 시시덕거리며 온갖 짓을 해댄다. 신호등이 있는 가로에서, 전철역에서 또 공원에서…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제 국민들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으니 이런 무능한 정치지도자를 끌어내릴 수 있도록 신문방송도 더욱 날선 비판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