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장사를 하고 어떤 사업을 벌일 것인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간의 대화이고, 대외교역은 양 국가간의 산업별 비교우위에서 나온다”는 말을 역사학 개론서 내지는 무역원론 책자에서나 인용되는 이야기로만 여길 필요는 없다. 이 말은 바다 건너 이국 땅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관점이며, 특히, 우리나라에 비해 산업경쟁력이 취약하고 발전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동남아 태국 같은 나라에서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관점이다.
어차피 분야별 산업의 국가간 발달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발전과 확산 그리고 이행단계의 시차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히트한 인형 뽑기 게임 매대나 인생사진 촬영 키오스크가 흘러 들어와서 현지에서 영업에 성공할 가능성은 상품성 측면(Product)에서 클 것이고, 한 동안 신도시마다 진입로 어귀에 영락없이 들어서던 대형 화로구이집 같은 요식업 시스템을 들여다가 제대로 완성도를 높여 현지에 구현해 오픈 한다면 이 역시 사업성 있는 비즈니스 거리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해외 현지 창업에 성공하기가 어려운가?
첫째, 사업장 소재지의 국내외 여부와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해당 제품의 제조, 구매, 개발 등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굳이 공업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데만 이런 원칙이 적용된 것은 아니고, 식당, 제과점, 미용업체 같은 소자본 창업에 유리한 자영업체를 해외에서 창업하는데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차피 모든 마케팅의 시작은 제품력>이다. 제품의 품질이 좋아야 광고나 프로모션을 해도 먹혀주는 것이기에, 제품력이 미흡한 상태에서는 모든 영업, 마케팅 행위가 사상누각일 수 밖에 없다. 그 다음이 <광고>이고 그리고 나서 중요한 것이 <디스플레이와 서비스>이다. 설사, 자영업의 대명사 같이 여겨지는 식당 창업의 경우라 하더라도 한 마디로, ‘맛’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구사해내는 기술(Technology)에 대한 확고한 습득 없이 수박 겉핧기 식으로 배운 조리력으로 덤벼든다던지, 그저 주장방 채용해서 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설사 주인이 직접 주방에 들어가 조리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판매할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에 대한 식견 없이는 전체적인 컨트롤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자신이 판매하려고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술력과 노하우를 습득하려는 노력에 가장 먼저 비중을 둔 준비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태국에서 카페를 창업하고자 한다 할 때 그야말로 브라질이나 콜롬비아로 가서 커피원두와 가공법부터 제대로 배울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와중에 타업체와의 경쟁력의 근간과 기틀도 자연히 닦여지는 것이다.
둘째, 차별화 만 가지고는 반짝 튀는 ‘깜짝쇼’ 흥행에 그칠 것이기에 판매하려는 제품과 서비스의 총체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4P(제품, 가격, 유통, 판촉) 3C(자사, 경쟁사, 고객) 그리고 STP(고객 세분화, 목표고객 설정, 고객군 속에서의 위치 정하기)는 대기업의 공산품 마케팅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고, 골목장사를 포함한 모든 사업에 공히 적용되는 논리이며, 특히 요식업을 포함한 소매사업(Retail)은 더더욱 그렇다.
셋째, 무조건 한국에서의 방식을 고수하거나 세계표준만 따라가려 할 필요는 없을 것이며(Globalization), 그저 현지방식(Localization)에만 맞추려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취사선택적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일텐데 이는 여전히 유효한 관점이다. 식당을 창업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태국인들이 단맛을 선호한다고 해서 현지인들 입맛에 맞추느라 한식을 달디 달게 변형하는 것은 판매 할 제품의 차별화된 특성을 저버리는 참혹한 처사이다. 반면 태국같이 소고기 비선호도가 높은 현지식사 습성과 무관하게 소고기 요리 위주로 메뉴를 구성한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현지에서 창업한 선험에 비추어 이야기해 주고 싶은 태국에서 창업시의 애로점, 태국문화의 특수성 그리고 태국어의 필요성 정도는?
<애로사항>
첫째, 현지인들의 지각이나 결근 등 근태 유동성이 큰 편이며, 여러가지의 목표사안에 멀티태스킹적으로 접근하여 동시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내려는 마인드가 무척이나 취약하다.
둘째, 산업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중간관리자 계층의 형성이 미약해서 기획적으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하는 업무에 합당한 인력수급이 원활치 않은 데다가, 실업률이 1 % 수준인 나라여서 단순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수급 조차도 쉬운 편이 아님은 물론 이직률도 높다.
셋째, 업무지시를 할 때, 정확한 템플릿 형태로 해야 할 바를 적시해 주거나 결과도출 시점을 정해주지 않으면 시행완료에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납기를 맞출 수 없는 경우가 다발한다.
<태국 문화의 특수성>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문화 속에서 개개인이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을 존중하는 안분(安分)주의에 기초한 사회구조적 속성을 지녔기에, 획일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전체의 효율적 성과를 얻어 내는 것에 익숙한 조직문화의 한국과는 차이가 많다. 이런 부분이 일정부분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인 효율부분을 치중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인들로서는 괴리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어찌 보면 한국인들은 나 보다는 우리를 생각하기를 바라는 풍토 속에서 다분히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자라온 반면, 태국은 산업화 진전도에서는 뒤져있지만 개인의 다양성이나 프라이버시 존중측면에 있어서는 더 오픈된 사회라 볼 수 있다. 또한, 남들 앞에서 질책 당하는 것을 무척이나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상대방 의견에 이견이 있어도 섣불리 표출치 않는 고립적 사고방식을 가진 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또한, 외형적으로는 사회민주제도가 정착된 자유스러운 사회로 보이지만, 출신과 재력 그리고 교육 정도에 따라 실제적인 계층구분이 엄격히 유지되는 준 신분서열사회적 측면이 강한 사회라 볼 수 있다.
<태국어 구사력의 필요성 여부>
간혹, 해외로 이주하여 사업을 하는 분들, 특히 그 중에서도 저개발국에서 ‘창업하는 분들 중에 영어 만능중의에 빠져 현지어를 계륵(鷄肋)’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현지 언어 전공자와 일반인의 차이 라는 것도, 굳이 비유하자면, 현지어를 전공한 사람은 그 언어에 대해서는 사관학교 출신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정도일 것인데, 과외나 학원 교습 등으로 배운 사람은 준사관 출신이며, 이도저도 아닌 어깨 넘어 현지인들과 어울려 독학으로 배운 사람은 유격대 출신 이라는 점이 다를 뿐 결국은 현지생활 이라는 배틀에서 현지어 라는 필요충분조건(Necessary and Sufficient Condition)과 맞부딪쳐 고군분투해야 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지어를 제대로 익히게 되면,
첫째, 다양한 현지문화를 디테일하게 접할 수 있는 무기가 생기니 자연스레 현지생활이 재미있어진다. 어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재미(Fun)를 느끼는 것은 성취동기 부여에 있어 필수적인 사안이며 목표에 도달키 위한 첩경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둘째, 현지인들과의 괴리감 해소와 진실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좋은 현지인 멘토를 만들어 나가는 인맥강화에 훨씬 유리해진다.
셋째,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업영역에서 관여하고 참여여할 수 있는 필드별 제약 사항이 줄어들고,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해 볼 기회(Challenge the limits)가 많아진다.
넷째, 현지정보 습득에 훨씬 더 유리해진다. 문자를 포함한 현지어 구사능력이 생기면 현지의 사방팔방 요모조모가 모두 다 정보의 바다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다섯째, 본인이 현지어를 이해하고 있음을 직원들이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크다. 심지어 자신의 면전에서 비유법으로 본인이나 회사의 험담을 해도 모르고 지낼 수도 있다.
어쨌든, ‘다이나믹’하고 ‘스파클링’하다는 한국에서 ‘어메이징’하다는 태국에 발을 디딘 이상, 어찌보면 현지어 습득에 대한 노력은 그 나라에 대한 예의 이기도 하고, 왠지 그런 예의를 갖추는 나라 사람들에게는 좀 더 많은 사업기회와 혜택을 줄 것 같은 나라가 태국이기도 하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