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숲속의 '예술혼 청정지역' 장욱진 고택 (용인특례시 기흥구 마북로 119-8)
한국 회화 거장의 '절정기 예술'이 숨쉬는 용인
용인 마북동의 장욱진고택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등록 문화재 제404호)으로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사이에서 숨쉬고 있는 '뜻밖의 섬'처럼 보인다.
장욱진 화백(1917~1990)은 한국 1세대 서양화가로 서구의 회화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된 이 땅의 선과 색이 영혼처럼 깃든 작품을 선보여 두고두고 사랑받는 예술가다.
용인의 고택은 그가 영면에 들기전 5년간의 자취가 거의 고스란히 남아있는 인상적인 공간이다.
인생에서 예술혼이 최고조에 잘했던 시기랄까.
자기를 훌쩍 뛰어넘는 듯한 초탈을 보인 경지랄까.
동심의 시선으로 세계와 존재와 삶의 본질같은 것을 매만지려던 꿈이랄까.
천재 작품처럼 천진한 곳곳엔 '만추 협주곡'
이곳은 장욱진이 바라보던 '장욱진 넘어'의 무엇이 무르익어간 최후의 산길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여기에 올 때마다 인간의 눈길과 세계의 본질같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 고택의 가을은 낡고 묵은 것을 더욱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하는 '계절의 정교한 채색'을 느끼게 한다.
햇살과 바람이 붓질이 스쳐간 자리에 한 예술가의 고독과 열망이 붉게 혹은 노랗게 익어 있다.
장욱진의 천진한 표정은 그가 남기고 간 집의 곳곳에 들어앉은 듯하다.
푸르름을 더해놓은 하늘과 좁직한 뜨락 샛길로 오를수록 알록달록하여 남은 시간이
애잔해 보이는 홍황엽들의 조막 손에 그가 묻어있다.
이 풍경은 여전히 해마다 만추의 화폭을 채우는 그의 현신인지도 모른다.
팔 벌려 안은 안체와 바깥채...햇살이 보듬는 풍경
가옥은 4개로 나눠져 있다.
널찍한 출입문을 들어서면 카페가 있는 한옥이 있다.
이곳은 원래 집안일을 돌봐주던 이들이 묵던 관리동이다.
이 가옥의 오른편으로 경기도 전통가옥의 형태로 지어진 안채와 바깥채가 서로를 안은 포즈로 앉아있다.
거기에 두 건물 지붕을 다시 포옥 싸안은 듯한 가을볕이 옛날 어머니가 펼치신 양팔의 폼처럼 따스하다.
관리동 뒤 살짝 올라간 언덕에 이층 양옥 하나가 지붕에 올려진 세 개의 들창을 통해, 한옥을 내려다보고 있다.
입구에 서있는 표지석에 그의 그림 '자동차가 있는 풍경'이 새겨져 있다.
내막을 알고보면 비석이 더욱 사람스러워질지도 모른다.
1953년 전쟁통에 그는 이 그림을 그렸다.
화가 자신처럼 보이는 인물 양쪽에 자전거와 자동차가 서있고, 뒤쪽에는 뾰족 지붕과 들창이 있는 양옥건물이 보인다.
어느 날 미국에 있던 제자가, 그곳에서 저 그림의 건물과 비슷한 걸 보았다고 말했다.
이 얘기에 영감을 받아 장욱진은 그림 속의 집을 실제로 뒤안 언덕에 짓는다.
푸른 하늘 힌구름 예쁜 양옥집, 그림 속의 건물을 짓다.
적벽돌로 지어진 지하1층 지상2층의 좁직하고 예쁜 공간이다.
거실엔 벽난로가 갖춰져 있고 바닥에 대리석이 깔린 것도 눈에 띈다.
유리창이 없어서 암막처럼 밀폐가가능한 것도 특이하다.
이런 구상들은, 장욱진의 기억과 환상들이 현실공간에 그려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푸른 하늘 흰구름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천연의 작품을 한참 올려다 본다.
깊어가는 가을, 고택에 또 한번의 '붓길'이 지나가고 있는가. 용인소식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