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106)
< 을(乙)의 幸福 >
나의 친구중에 명문대를 나와 차관급의 고위관직을 지낸 친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정직하고 신의가 있으며 무척이나 똑똑하고 아는게 많은, 소위 말하는 益者三友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훌륭한 친구이다.
그래서 그 친구가 좋아하는 어복쟁반을 잘하는 충무로역 인근의 珍古介식당에서 종종 만나서 막걸리를 한잔 하며 시간을 함께 나눈다.
그 친구는 거의 완벽에 가깝지만, 세상에 100%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 친구에게도 하나 아쉬운게 있는데, 바로 푸념이 많다는 것이다.
그 주된 내용은 그 친구가 고위관직에 있을때, 소위 말해서 잘 나갈때 자기가 도와준 친구나 후배가 엄청 많지만 잊지 않고 연락을 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백범 김구선생께서 남기신 말씀 가운데 이러한 말씀이 있다.
"이 세상 살아가며 칭송에 익숙해지면 조그마한 비난에도 속이 상하고, 대접받는 것에 익숙하면 사소한 푸대접에도 속이 상한다" 라는 것이다.
그러하니 이러한 속상함에서 벗어나려면 과거에 있었던 칭송이나 대접받는 것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한발 더 앞서서 내가 다른 사람을 항상 칭송하고 대접을 하다 보면 그러한 속상함에서 근원적으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여본다.
그런데 앞서 얘기한 그 친구는 과거의 영화, 칭송과 대접의 익숙함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말하여 과거 甲의 위치에 있을때의 화려함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친구에게 충고를 하였다. "자고로 골프 경기는 장갑을 벗어봐야 그 결과를 알게되고, 인간관계는 옷을 벗어봐야 제대로 알게 된다고"
한편 나의 사회생활을 돌이켜 보면 소위 말하는 乙의 연속이었다.
은행생활 28년 이곳 Law Firm생활 10년이 넘었는데, 은행업이나 법무법인이나 그 본질이 서비스업이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본자세가 바로 乙의 자세인 것이다.
그러하니 고객들을 향해 무조건 먼저 머리 숙이고 먼저 고객들을 칭송하며 먼저 대접을 하여 왔던 것이다.
이에 따라 내가 평소 칭송이나 큰 대접을 받은 바가 별로 없기 때문에, 비난이나 푸대접으로 상처받을 일 또한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乙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른다.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이 근본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乙의 삶은 지극히 편안하고 행복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사회생활 뿐만 아니라 가정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화목한 가정을 보면 가족 구성원들 모두 서로간에 乙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부간의 희생과 봉사, 부모 자식간의 사랑과 헌신, 형제 자매간의 양보와 배려 등 그들 모두가 자기 자신을 낮추어 乙의 자세에서 서로를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드릴 말씀!
우리 모두 乙이 됩시다!
그리하여 다 같이 행복해 지십시다. 끝.
(전기업은행 부행장 장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