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당일 펼쳐진 KBL 경기를 보고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인 선수 혹은 장면 위주로 경기 리뷰를 작성한다. 오늘은 3경기 중 14:00에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서울 SK와 전주 KCC의 경기를 시청했다. 사실 최근 허웅에 관해서 포스팅을 작성한 적이 있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너무 허웅만 다룬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그럼에도 이날 경기의 주인공도 허웅이었기에,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바다.
허웅은 2021-2022시즌 때부터 서울 SK를 상대로 8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유독, DB 시절부터 SK만 만나면 개인 성적과는 별개로 결과는 항상 좋지 못했던 상황.
삼국지에서는 도원 결의가 있었다. 최근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에선 2701호 도원결의가 화두가 되고 있고, 한국 프로 농구에서는 전주 KCC 판 허웅의 도원결의가 화제이다. 소통을 중요시 여겼던 허웅의 선수단 미팅, 그 이후로 확실히 팀이 달라진 것이다. 그 기세는 결국 SK를 잡아먹는 데 성공했다.
허웅은 시작부터 오른쪽 45도 3점슛을 터뜨렸고, 돌파 이후 더블 클러치를 성공했다. 아크로바틱 한 서커스쇼 장인인 김선형 앞에서 마치 김선형을 연상케하는 퍼포먼스였다.
전창진 감독표 세트오펜스나 베이스 라인 패턴을 보면 미드 아웃으로 볼을 전달하고 45도에서의 빅맨 플레어 스크린을 이용해 허웅의 코너 찬스를 보는 가장 먼저 살피는 경우가 많다. 상대 팀도 이를 파악하고 있기에 찬스가 쉽게 나진 않는다. 하지만 KCC도 차선책으로 다음 후속 옵션을 만들어나간다.
이날도 허웅은 최성원, 오재현의 찰거머리 수비에 압박을 받았다. 사실 이젠 이것도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수비 스페셜리스트인 이들을 떨쳐내려면 확실한 스크린에 이은 공간 창출이 필수적이다.
운 좋게도 KCC엔 리그 최고의 스크리너인 라건아와 이승현이 존재한다. 2쿼터부터 허웅은 라건아의 스크린으로 클린 3점슛을 터뜨렸고 이어, 이근휘와 라건아의 스태거 스크린을 이용하며 재차 외곽슛을 추가했다. 킥아웃 패스로 정창영의 3점을 돕기도 했다.
SK는 아무리 많은 점수를 뒤지고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다. 끈끈한 조직력과 매서운 뒷심을 기반으로 지난 시즌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도 했다. 특히나 본인들의 홈구장인 잠실학생체육관이면 이 효과는 배, 그 이상에 달한다. 이날도 그랬다. SK의 불같은 추격이 시작됐었다.
하지만 허웅은 림어택과 시간이 없고 볼이 죽은 상황에서 스텝백 3점슛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침착함이 돋보였다. 지난 경기에 이어 이날도 허웅은 본인 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허웅의 클러치 3점슛이 없었다면 SK에도 역전 드라마가 집필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다. 아차 하면 죽 쒀서 개 줄뻔했을 수도.
홈에서 그 어느 팀보다 강한 면모를 띄는 SK이기에 KCC의 마지막 공격이 중요할 수밖에 없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허웅은 상대의 기습적인 트랩디펜스를 여유롭게 빠져나와 유기적인 볼 흐름을 만들었고, 결국 3점슛을 터뜨리며 SK의 불꽃을 잠재웠다.
정창영은 허웅이 마지막 슛을 던지기 전부터 들어갈 것이라고 직감했단다. 사령탑 전창진 감독은 허웅을 보고 “강심장이다. 스타답게 어려운 상황에서 해결을 잘 해줬다. 그 슛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료들뿐만 아니라 벤치에서도 허웅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가 보다. 농구대통령 허재도 승부처에 집중력이 엄청났다. 확실한 본인만의 루틴, 센스와 승부욕, 승부처에서의 엄청난 집중력이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그렇게 오늘도 허웅은 가장 중요할 때 나타나 가장 빛나는 잠실의 별로 떠올랐다. 우리는 이런 선수를 에이스라 부르기도 하면서 슈퍼스타라고 칭하기로 했다. 허웅과 7억 5천만 원, 같은 연봉을 받는 전성현도 4쿼터에만 연속 13점을 맹폭하면서 현대모비스 기세를 꺾어냈다. 역시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고의 명경기를 펼쳐준 서울 SK와 전주 KCC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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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오랜만에 서울에서 원주까지 원정 경기 직관가 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경기 리뷰는 DB VS SK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첫댓글 kcc도 8연패를 깼는데 디비의 가공 연패는 언제나 깨질까요. 강팀을 상대로한 연패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말이죠.
허웅은 오히려 인기때문에 실력이 저평가 받는 케이스죠. 그냥 '싫다'고 하면 오히려 그럴수 있겠다지만, 지난시즌부터 실력가지고는 더이상 비난받을일이 없죠. 어제 경기도 대단했습니다.
SK도 그렇고 KGC도 모비스도 강력한 에이스 스토퍼가 팀을 얼마나 강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맹꽁이님 글 이제는 찾아서 봅니다 글을 너무 재밌고 유익하게 잘 쓰십니다 굉장한 재능과 멋진 열정이라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