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rnal sunshine
# 07. 취직?
“윽...............”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어제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숙취를 겪기라도 하듯이 머리가 아팠다.
서진은 머리를 한쪽 팔로 감싸며, 다시 침대위에 누웠다.
침대위에 눕자 고풍스런 분위기가 나는 샹들리에와 붉은 띠 벽지가 어우러진
멋스런 천장이 보였다.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보았다.
어젯밤 서영이 감아준 짙은 피 냄새가 풍기는 붕대가 그대로 감겨있었다.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어내리니, 아직 아물지 않은 채 피만 살짝 굳어있었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상처를 한번 쓰다듬었다.
쓰라렸다. 살짝 건드리기 만해도 다시 상처가 터져 피가 날 것 같았다.
“젠장...........”
그의 미간에 새겨진 주름은 펴질 줄 몰랐다.
생각보다 쓰렸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상처부터 소독해야겠다는 생각에 웃옷을 벗었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는데, 주방에서부터 거실까지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 살펴보니, 서영. 그녀가 주방에서 뭔가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옷은 어떻게 된 건지........ 커다란 자신의 흰색셔츠와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은 무척이나 어색했다.
“아! 벌써 일어났어요?”
'탁......!'
그녀는 아무생각 없이 요리를 하다가, 서진이 온 것을 알고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인사했는데.............
순간 그가 상반신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반나체라는 것을 문뜩 깨닫고
놀라 국자를 떨어뜨린 그녀였다.
그녀는 당황하며, 떨어진 국자를 얼른 줍고, 얼른 뒤돌아서서 말했다.
부끄러웠는지 귀까지 뻘게져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웠다.
“오, 옷 좀 입어요!!!!”
“뭐야.............왜 여기 있어.”
그는 여전히 반나체인 자신의 몸을 신경 쓰지 않으며, 말했다.
어젯밤에 분명히 그녀가 붕대를 감아 준 것까진 기억이 났는데...........
이상하게 그 뒤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출혈이 심해서 기절했어요.
별수 없이 당신 차 끌고,
지갑에 있는 민증 뒤져서 주소 알아내고.
그리고 당신 집으로 왔죠.
찾느라 눈 뒤집어 질 뻔 했어요.”
"..........근데 왜 여기있어."
“다친 사람 두고 어떻게 가요!
게다가 열이 펄펄 끓었는데!”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국자를 허공으로 휘두르며 말했다.
그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이해 못하겠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솔직히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자를 걱정할 정도로 마음이 넓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신기했다.
게다가 자신은 남자아닌가? 아무리 아파서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해도.
대담하게 남자의 집에서 같이 보낼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리고 문뜩, 그녀가 만들고 있는 음식에 궁금함을 느꼈는지, 가스렌지로 향했다.
가스렌지 위에 놓여진 프라이팬에는 먹음직스런 고등어 두마리가 지글 지글거리며
익어가고 있었다.
“고등어....우리 집에 없는 건데.”
“사왔어요. 이 앞에 슈퍼에서 아저씨가
피 만드는 데, 철분 많은 생선이 좋다고 해서.
게다가 고등어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소화도 잘되잖아요. “
“그렇군.”
그녀의 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그는 곧 자신의 손목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오전 9시.............. 평소대로라면, 지각이다.
그는 회사를 생각하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회사.............
일찍 깨우지.......”
“오늘 토요일이예요.
사업하는 사람치고 날짜감각이
영 꽝이네요.”
그녀의 대답에 한숨 놓은 듯.
마음을 진정시키며, 화장실로 향했다.
생각해보니,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직접해주는 아침을 먹게 되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다.
언제나, 가정부가 요리를 해주거나 사서먹기 일수였다.
거울을 보니,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그는 바보처럼 혼자 피식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이 왼지 낯간지러웠는지, 쓰라린 상처는 신경도 안 쓰고
찬물로 황급히 세수를 하는 그였다.
“..............덥군.”
그가 화장실에서 나오고 다시 거실로 향하자, 음식을 들고 거실로 나오던 그녀와 마주쳤다.
서영은 어느새 음식은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의 얼굴을 반쯤 가린 채,
흥분하며 말하고 있었다.
그럴만했다. 반나체의 남자가............. 그것도 필요이상으로 요염해 보이는 남자가,
멋진 근육을 드러내며, 머리카락과 몸에 물을 흘리고 있는데.........
세상 그 어느 여자가 민망해 하지 않을까?
그녀는 그의 둔한 행동을 탓하며, 화장실 옆에 걸려진 목욕가운을 들고 그에게 던졌다.
“조, 쫌 가려요!!!!! 그게 뭐야!!”
"뭐가. 내 집에서 씻으면 안 되는 건가?”
“몇 번 말해야 알아요!!
옷 좀 입으라고요!!”
그는 그녀의 반응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피식거리며 가운을 거실 중앙에 던지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법 편안해 보이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였다.
“이제 됐나.”
“..................생각보다 청바지가 어울리네요.”
그는 군청색이 짙은 청바지와 하얀색 면 티를 걸치고 나왔다.
그렇게 둘이 나란히 마주서고 있으니, 마치 커플티를 입은 연인 같았다.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곤, 서둘러 식탁에 앉았다.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고등어와 김치. 그리고 막 끓여낸 된장찌개가 입맛을 당기게 했다.
그녀는 그가 먼저 먹길 기다리기라도 하듯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윽고 먼저 그가 수저를 들며, 된장찌개를 한입 떠먹었다.
된장의 구수한 냄새가 입에 퍼지며, 입맛을 당기게 했다.
제법이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다니.
게다가 조미료는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는지 뒷맛이 깔끔했다.
“맛있네. 제법이야.”
“후훗~ 자취생활 3년이에요.
이 정도는 기본.”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씩 웃어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냈다.
그는 말없이 밥을 계속 먹었다.
그녀는 무안함을 느끼며, 손을 내리고 식사에 열중했다.
한동안 오고가는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문뜩 지루함을 느낀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상이야.”
“에........?”
복스럽게 먹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고등어 가시를 손수 발라내어
그녀의 밥 위에 올려주었다.
그녀가 조금 전부터 고등어엔 손도 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가시 바르는 것이 서투른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밥에 올려준 고등어를 멀뚱히 쳐다보다가 입에 넣었다.
어찌나 정갈하게 발라냈던지, 고등어 살이 많았는데도 불과하고 가시는 하나도
씹히지 않았다.
“......고마워요.”
“잘 봐.”
그는 조리하지 않은 고등어 한 마리를 빈 그릇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칼을 이용해, 머리와 꼬리를 천천히 제거했다.
머리와 꼬리를 잘라내어 몸뚱이만 남은 생선의 옆을 미리 살짝 갈라놓은 뒤
위에 신문지를 덮어두고 중간불로 서서히 구웠다.
그리고 잘 익은 생선을 쟁반위에 올린 뒤 옆구리에 젓가락을 꽂고,
뼈를 끄집어내었다. 뼈는 정확히 하나도 빠짐없이 깔끔하게 발려 나왔다.
가만히 그를 지켜보던 그녀는 놀라며 감탄하기에 바빴다.
그녀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왼지 모를 부담스런 눈빛에 그는 소름을 느끼며, 손을 씻었다.
“와-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요?”
“......글쎄.”
그는 자신이 먹은 그릇을 물에 담가놓았다.
그리곤 다시 의자에 앉아 그녀가 다 먹길 기다렸다.
혼자 식사를 할 그녀를 위한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그는 거의 식사를 다 마쳐가는 그녀에게 문뜩 뭔가 생각나는 듯 물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려고 했었지?”
“네~ 그랬죠.
근데 이제 틀렸으니,
다른데 가 볼 생각이에요.”
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물을 마셨다.
배가 불렀다. 포만감을 느끼며 만족한 듯 자신의 배를 감싸는 그녀였다.
그녀가 식사를 다 마치자, 그의 황당한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커피는 잘 끓이나?”
“물론이죠.”
“밥은 이만하면 됐고,
정리정돈은.........?”
“깔끔한 편이예요.”
“학교는 좋은데 다니니까
머리는 좋겠지?”
“물론이에요.
이래 뵈도 장학생이니까.”
“사교성은 좋나?”
점점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그의 질문에, 그녀는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황당한 질문에 대답할 필요성을 더 못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면접. 취직하고 싶다며.”
그는 한쪽다리를 꼬아 올리며, 두 팔을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다른 사람이 하면 거만해 보였겠지만, 그가 그런 포즈를 취하니 매우 편안해 보였다.
“하고 싶죠! 물론.”
“딱 좋은 자리가 있어.”
“뭔데요?”
눈을 빛내며, 그의 손을 꼭 잡는 그녀.
그녀의 머릿속엔 취직에 대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한 말은........
절박한 그녀의 심정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윽고 그가 꺼낸 말은, 남들이 딱 오해하기 좋은 말이었다.
“나한테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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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눈이 피곤하네요~
눈이 아파서 오늘은 여기까지 밖에 못 썼습니다. 죄송해요~
제 소설 열심히 읽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분들 감사드리구요!
언제나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중편 ]
Eternal sunshine[07. 취직?]
로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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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04 00:38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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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한테 와! 이말 ㅋ 비서라든지... 그런건가요? ㅋ 재밌네요~
ㅋㅋ 뭐, 지켜봐주세요^^
비서직인가? 서영이의 배려 깊은 마음에 서진이가 동했나봐요.후후..
^^ 그러게요~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가정관리사? ㅎㅎ 파출부라고도 하져.. 으히히히!!
ㅋㅋ 가정부도 좋겠죠. 부려먹는데는 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기대하세요
파출부라니........ㅎㅎㅎ 비서겠죠?
쿡쿡 파출부도 잼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