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결혼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할까요? 요즘은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미혼이 아니라 비혼으로 인생을 몰고 가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야 자기 인생이니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대와 의식이 참 많이도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결혼은 남녀를 불문하고 인생길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습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젊은이들의 사고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큰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 어려움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전 사람들이라고 여유가 있어서 결혼한 것은 아니었으니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부일처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떻게 수십 년 한 사람만 사랑하고 살 수가 있어요?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드물기는 합니다. 많은 부부들은 사랑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윤리도덕의 문제요 책임 때문에 매여 있기도 합니다. 물론 구태여 사랑이 아니더라도 마치 오랜 이웃처럼 정이 들어서 같이 살기도 합니다. 한 평생 연인처럼 사랑하며 사는 부부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꿈같은 이야기지요. 결혼은 종교가 강제로 붙들어 매 둔 억압이라고 혹평도 합니다. 그러나 종교적 이유만이 아니지요. 오랜 세월 경험한 사람들의 사회적 합의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얼마나 큰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상처를 가지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임입니다. 정식으로 결혼을 했던 사람도 있고 그냥 사랑했다가 아기만 가졌던 사람도 있고 이제는 헤어졌든지 아니면 사별을 했든지 대부분 홀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퀼트를 하며 모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티격태격 입니다. 마치 싸울듯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싸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기야 그 나이에 싸움질 하겠습니까? 그냥 입씨름이지요. 그런데 뼈가 들어있습니다. 먹을 만한 뼈입니다. 인생 연륜이 깔려있고 나름의 철학이 스며있는 말입니다.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경험을 짓밟을 수는 없습니다. 서로 인정하고 수용해줍니다.
‘핀’은 이제 나이 26세입니다. 석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약혼자가 집을 마련할 준비하느라 그 사이 할머니 댁에 잠시 머물기로 하고 내려와 있습니다. 할머니와 이모할머니가 함께 사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곳이 동네 할머니들 퀼트 모임이 있는 곳입니다. 핀이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이번에는 핀의 결혼 선물로 준비합니다. 여러 사람이 조각조각 만들어서 이어 붙입니다. 한 가지 주제를 주고 나름의 마음을 담아서 만듭니다. 개성이 담기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요. 그러니 전체를 조정하는 조장이 있게 마련입니다. 맡고 있는 ‘안나’도 운명처럼 만났던 남편과의 사랑의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가업으로 이어오는 퀼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모임에 리더입니다.
핀의 결혼선물을 만드는 작업이니 서로 나누는 이야기도 주로 결혼에 집중됩니다. 어떻게 남자를 만났는지, 어떻게 사랑했는지, 어떻게 헤어졌는지, 그 남자 또는 남편은 어떠했는지 등등 할머니마다 인생꾸러미를 풀어줍니다. 뜨거웠고 아름다웠고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또한 오래가지 못하고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누구는 예쁜 아내를 두고도 예술가라 핑계 대며 이 여자 저 여자를 건너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는데 할머니의 비밀까지도 알게 됩니다. 할아버지를 병마로 잃게 되고 형부의 위로를 받으며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합니다. 형부와 처제의 관계,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것 여러 번 들었습니다. 거기나 여기나 사람은 사람이니 별 차이가 있겠습니까? 이모할머니가 그렇다고 동생을 잡아먹겠습니까? 결국은 용서하고 같이 사는 거죠.
핀의 엄마도 오래 전 그러니까 아마 핀이 어려서 이혼하였습니다. 혼자 키우며 딸인 핀에게 결혼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준 듯합니다. 사실 핀도 할머니 댁에 잠시 머물면서 외도를 합니다. 약혼자 ‘샘’과 다투고 나서 심란했겠지요. 결혼한다고 매여 산다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결혼하고 바로 아기를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의견대립을 만듭니다. 잠시 갖지 말자는 것인지, 아주 갖지 말자는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고 합니다. 핀은 당장 답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피합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당분간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기만의 방도 필요하답니다. 남자의 생각과는 좀 다릅니다. 어떻게 조정하지요?
헤어지고 20년이나 되었는데 엄마가 나타나서 그 아빠와 다시 재결합한답니다. 아니 그건 엄마가 가르쳐준 결혼이 아니잖아요? 핀이 항의합니다. 그 때는 그랬지.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나에게는 그렇게 가르쳐놓고 그게 무슨 일예요? 하기야 시대가 달라졌으니 생각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삶의 형태도 바뀔 수 있겠지요. 하지 않고 평생 후회하고 사느냐, 저지르고 평생 가슴을 치며 사느냐, 어느 쪽이든 아픈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단, 잡을 수 있는 사랑과 행복을 놓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영화 ‘아메리칸 퀼트’(How to Make an American Quilt)를 보았습니다. 1995년 작품입니다.
첫댓글 좋은 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복된 주말입니다. ^&^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복된 주말을 빕니다. ^&^
감사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