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변준형은 제물포고에 다닐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리블로 꼽았던 바 있다. '카이리 준형'이라고 불리는 변준형의 테크닉을 생각하면 다소 뜻밖의 과거다.
"그때까지만 해도 센터는 리바운드를 하고 포워드는 돌아다니면서 슛하고 가드들은 볼 운반을 하고 이런 식으로 농구를 했어요. 훈련도 그걸 위한 걸 많이 했죠. 그래서 저는 어릴 때 드리블 훈련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제가 드리블이 약점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지금도 강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죠. 그래서 어렸을 때는 진짜 심한 약점이라고 생각해서 나중에는 드리블 연습을 진짜 많이 했었어요. 솔직히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드리블을 약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점점 포지션이 센터였다가 포워드, 가드로 가면서 드리블이 너무 약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공격할 때 제가 수비수를 뚫을 방법이 아예 없었어요. 그래서 야간에 혼자 드리블 연습을 많이 했죠."
"대학교 고학년쯤 되니까 이제 어느 정도 괜찮아지더라고요. 수비수를 뚫을 정도요? 그 정도는 아니고 뺏기지 않을 정도는 됐던 것 같아요."
아차. 이건 아니다 싶었다. 1대1 능력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동국대 변준형을 농구 팬이라면 모두가 아는데. 본인의 기술을 너무 과소평가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제가 사실 저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좀 높아요."
운동선수에게 만족은 곧 도태로 이어진다.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하고, 자신의 농구에 만족하는 순간, 그 선수는 도태된다. 변준형이 데뷔 후 어린 나이에 리그 정상급 팀 KGC인삼공사에서 뛰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 성장을 거듭했던 이유. 그건 본인에 대한 높은 기준점이었다.
"저의 플레이에 대한 만족감은 지금도 한 20%나 30%? 밖에 못 줄 것 같아요." 변준형이 미소가 사라진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를 들어서 이런 거예요. 오늘 경기를 했는데 마음에 안 든 게 있잖아요? 그러면 그걸 계속 되새겨요. 화가 나요. 사실 오늘도 어제 경기(삼성전) 때문에 화가 좀 많이 났었어요. 오늘 쉬는 날인데 아침 7시부터 눈이 떠지더니 갑자기 화가 정말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7시부터 혼자 계속 그러고 있었어요."
"졌다고 해서 모든 경기에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경기를 하면서 저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면 이러는 것 같아요. 어제 경기는 좀 많이 느꼈거든요. 어제 같은 경우는 제 수비도 아쉬웠고, 포인트가드로서 운영도 잘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 계속 기분이 다운된 상태로 다음날을 보내는 거죠."
자신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만들었기 때문일까? 지금 변준형의 눈에 과거의 자신은 "허세가 심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선수"로 보인다고 한다.
"제가 원래 고등학교 3학년 때 어깨에 힘도 많이 들어가고 뽕(?)도 많이 차올랐었거든요. 나밖에 모르고, 내가 최고고 막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허세도 심했고 이것저것 의식하는 것도 많았고요. 그게 빠지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대학교 올라가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대학 3학년쯤 지나니까 그게 사라지더라고요."
"고등학교 때까지 제가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최고인줄 알았는데 대학교 올라가고 한 3, 4학년 때부터는 제가 저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좀 낮아졌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보다 드리블도 잘 못하고 슛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패스는 많이 부족했고요. 경기를 할 때 그 부분에 대해서 만족스러운 플레이가 그래도 나와야 하는데 만족을 못하니까 제가 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버리더라고요."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에요. 사실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데 선수들은 저 빼고 원래 노력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만큼 노력하면, 또 다른 선수들도 이만큼 노력하니까 결국 똑같아지고 그러니까 힘들었어요."
카이리 준형 말고 변치치
요즘 변준형에겐 새로운 '최애' 선수가 생겼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루카 돈치치다.
"농구를 너무 여유롭게 해요. 신장도 크니까 그런 플레이가 가능한 거겠지만, 농구 자체를 너무 여유롭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신장이 좀 더 컸다면 돈치치의 플레이도 참고를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보면서 어떻게 저기서 저런 패스를 하지 싶더라고요. 다만 저한테는 아직 그냥 좋아해서 많이 보는 정도예요. 따라하긴 힘들죠."(웃음)
KGC인삼공사는 지난 2년 동안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2020-2021 플레이오프에서는 '퍼펙트 텐(10)'이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프로농구 역사에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사건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KGC인삼공사는 또 다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제러드 설린저도, 이재도도 없었지만 KGC는 여전히 강팀이었다.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KGC인삼공사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대이변'에 가까웠다. 3승 1패로 정규리그 2위 팀 KT를 압도했다. 변준형은 4차전에서 종료 직전 81-79로 경기를 뒤집는 극적인 위닝샷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당시 변준형은 장염과 몸살 기운으로 경기를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KGC인삼공사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김승기 감독은 변준형에 대해 이번엔 쓴소리 대신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그때는 정말 걷는 것도 힘들었어요. 경기할 때 외에는 그냥 누워 있을 정도의 몸 상태였어요. 김승기 감독님이 진짜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던 게 기억이 나요. 살면서 그 정도로 했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KT 전 위닝샷이요?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나요. 제가 어떻게 넣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사실 어떻게 넣은 지조차 처음엔 기억이 안 났어요. 슛을 넣고 그냥 소리를 질렀던 것만 기억이 나는데, 그때 소리 질렀다가 머리가 갑자기 핑 돌아서 힘들었어요. 본능적으로 만든 득점이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영상 보고 제가 어떻게 넣었는지 알았어요."(웃음)
"왜 그렇게까지 했나요?" 너무나도 뻔하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변준형에게 물었다. KGC인삼공사는 이미 디펜딩 챔피언이었고, 변준형은 스타였다. 그런데 왜 변준형은 그렇게까지 간절했을까.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농구선수니까요"였다.
"저희는 어쨌든 농구선수잖아요. 우승을 하고 싶고 경기는 늘 이기고 싶어요. 그리고 자존심도 있죠. 지면 자존심 상하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선수라면 당연히 경기는 이겨야 하고 승리는 잡아야죠."
변준형의 소속팀 KGC인삼공사는 1라운드에만 8승을 챙기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2라운드에는 변준형의 활약을 바탕으로 1위 독주를 이어갔고, 현재까지 15승 5패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전성현의 이적으로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보기 좋게 깨부수고 있는 셈이다.
변준형은 시즌 초 인터뷰에서 "내가 득점이 좀 낮아도 팀이 좀 더 이길 수 있도록 경기를 운영하겠다"며 포인트가드로서 느끼는 막중한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묻자 변준형은 "제 개인적인 플레이보다는 다 같이 어우러져서 하는 플레이를 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식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것도 모션 오펜스이고, 5명이 볼을 고르게 만지면서 움직이는 농구이기 때문에 저도 그걸 맞추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게 농구를 하다 보니까 경기력도 좋고 팀 동료들도 다 같이 득점하면서 승리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더라고요."
자신보다는 동료들이 더 빛나는 시즌이 됐으면 한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저 자신에게 바라는 플레이요? 우리 팀이 이기려면 제가 더블-더블은 계속 해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안 돼서 아직 많이 부족하죠."
"저는 수상 욕심은 없어요. 대신 형들이 좀 받았으면 좋겠어요. (배)병준이 형이 기량발전상을 꼭 받았으면 좋겠고, (문)성곤이 형도 연속으로 수비상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굳이 노린다면 어시스트왕? 그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웃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변준형에게 어떤 선수로 남고 싶냐고 물었다. 너무 거창한 질문에 변준형은 "(양)희종이 형 같은 선수"라고 답했다.
"무조건 (양)희종이 형 같은 선수죠."
"멋있는 선수잖아요. 아직까지도 굉장히 열심히 하시고 투지도 넘치는 형이시라고 생각해요. 그건 걸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을 통해서 저도 희종이 형처럼 후배들에게 리스펙트를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과연 변준형 선수가 선배 양희종 선수처럼 안양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수 있을 지 궁금해집니다.
첫댓글 과연 인삼이 안 팔고 대리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종종 덩크도 좀 해줬으면
안양이 양희종 오세근 두 선수 이후
코어로 생각하는 선수는
문성곤 변준형인것 같습니다
변준형은 올시즌 진짜 너무 잘해주고 있는데
정규리그 우승 꼭 해서 mvp받았으면 좋겠네요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요
1년차에는 아이솔에만 강점을 보이다
2년차에는 수비 장착
3년차에는 3점슛 갖추고
4년차에는 리딩에 눈을 뜨더니
올 시즌에는 미드레인지까지 쏘고 있습니다. ㅎ
매년 눈에 띄게 발전하는것 보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인게 보여서 더 응원하게 되네요 ㅎ
팬들 대하는 인성도 너무 좋고요 ㅎㅎ 드랩 당시 왜 인성 논란이 있었는지 저도 궁금하네요 ㅎㅎ
변준형도 포지션이 센터로 시작했었군요.. 플레이를 보면 상상이 안가는데;; 얼마나 혹독한 연습을 했을지 그나마 가늠해봅니다
더 자유롭게 하게 냅두는 감독을 만났으면 어땟을까 싶어요. 계속 잘 성장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