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 대지를 덮는 흰 눈이 쏟아지는 날,
집을 훌쩍 떠나 교외 나가 눈 내리는 하늘과
흰 눈 쌓인 들판이나 산에 가서 한참 둘러볼 일이다.
신비와 상념의 꼬리를 무는 그만한 산등성과 강, 대지(大地)가 따로 없다
그래서, 1월의 중간을 달리는 길목의 어느 날.
어느 모임의 등산회원을 중심으로 한, 회원가족 30여명.
강원도 및 경상도를 잇는 태백산 줄기를 따라
겨울 눈꽃열차여행을 아침 이른 시간, 동심을 싣고 떠났다.
꼬박 12시간을 타는 일정의 인정과 낭만이 깃든 완행 무궁화호.
150개의 굴과 500여개의 교량으로 이어진 550Km의 환상의 눈꽃열차.
시간 시간마다 조금씩 식어가는 태양의 온도.
차장으로 보이는 휘날리는 눈과 하얀 천지를 향한 탄성
눈 사이로 펄럭이다 못해 하늘로 솟구치는 찬바람.
행운의 눈이 내린다.
누군가의 애타는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 셨는가 보다
한국에서 제일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한 태백시의 추전역에도 눈이 내린다.
하늘아래 가장 가까운 고지의 설경이 아름다운 역.
전망이 신비로워 뛰어내리고 싶은 곳.
낙동강 7백리가 발원하는 눈꽃마을, 봉화군의 승부역. 환상의 반환점.
뚝 밑 물이 얼어, 어른 애 할 것 없이 썰매를 타며 추억을 만드는 곳.
딸이 엄마를 끌어준다. 역시 딸이 있어야 하는가 보다.
해질 어둠이 찾아오는 단양역의 밤무대 뽕짝 노래자랑.
눈꽃 관광열차 올 때만 팔고 들어간다는 먹거리 시장.
둘러 추위를 잊게 한 매밀국수, 잔치국수의 감칠 맛
설원의 빛을 등에 지고 찬바람과 어깨동무하여
얼어 붙은 물길 위에 눈발만 날린다.
파란 풀잎과 익은 벼로 뒤덮은
둔 턱과 황금들녘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개구리, 메뚜기, 뱀, 뜸부기 등 울어대며 흥성거리던
뭇 생명들은 어디로 숨었단 말인가.
농부의 웃음소리, 찌글대던 벌레소리, 노래하던 새소리는
다들 어디에 깃들었는가.
싱싱한 나뭇잎, 촉촉한 논두렁, 푸른 이마의 언덕은
다 어디로 가고
휘날리는 눈, 무너진 논두렁, 황량한 언덕만이
백두대간을 가로 질러 부는 바람에 몸을 마낀다.
S라인으로 가슴 흔들며 흐르던 물길은
말라 비틀어진 얼음 꼴로 꼴사납게 누웠다.
들판과 계곡, 높은 산이 그러하듯이 우리 인생도 그러하다
오월 난초와 유월 목단, 팔월 보름, 시월 단풍, 십일월의 낙엽과 일월의 눈을
다 접고 떠나야 할 시간!
매서운 바람, 눈 내리는 한 겨울이다
서서히 겨울을 떠나 보내는 길목의 눈이다.
찬바람에 흩날리는 태백준령에 내리는 눈은
사진을 찍는 철로 변의 내 머리 위에도 앉는다.
첫댓글 눈앞에 풍경이 보이는듯 합니다.
감성이 깊고 풍성하신 후배님이 함께했으면
좋은 글과 사진으로 이 카페를 도배했을 것인데....
恩波 學友는 환상의 눈꽃열차여행을 하셨군요-----小弟는 실패를ㅡ어느 해인가--눈꽃열차가 생기자말자 탑승했었던 눈꽃열차여행 ㅡ그런데, 갔던 때가 하필, 눈이 내리지 않아서 눈꽃구경은 빈말이 되었섰지요----점심인가-저녁인가를 열차안에서 미리 신청했었던 기억과ㅡㅡ승부역인가, 추전역인가에 내려서- 바로 옆의 개울을 보니 조금 흐르던 시냇물이 그나마 메마르게 얼어붙어 있었던 것ㅡ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눈이 흠벅 내린후에 눈꽃열차 여행에 참가하시기를
맞아요!
눈이 내리지 않으면 눈꽃겨울 열차여행은 깊은 계곡과 높은 산맥, 강과 산야, 밭두렁과 옛 기차역만 관광할뿐....
생전 처음 태백준령을 가로질러 경기도, 강원도, 경북도를 잇는 추억이 담긴 완행열차의 묘미였는데
출발 전날 밤부터 내린 함박 눈이 당일에도 계속내려 환상적이였습니다.
그런데 "환상의 겨울 눈꽃열차여행"이라기에 "환상"이 "幻想"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한바퀴 고리를
돌아온다는 뜻의 "環狀"이란 한자語이더구먼요!
코레일에서 상술로 한자는 쓰지않고 환상의 눈꽃열차여행이라하니.....
눈이 내리면 그야말로 "環狀"이 "幻想"으로 바꾸진다는 말인지? 알수가 없구먼! ㅎㅎ
나쁜 korail 사람들 ㅡ幻想이 아니고 環狀이라니 ㅡ내 원 참--------
그러기 말이요!
글 읽기 함과 동시에 내가 여행을 하는것 같다
시간을 내서, 눈오는 일기예보에 맞추어 어부인 뫼시고 한번 환상의 열차여행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