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사업을 앞두고 현지 시장동향을 살펴 보기 위해 부산을 다녀온 대형건설사 주택사업 담당 임원을 최근 만났다. 분양했다 하면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터라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보러 갔다고 했다.
그가 들려준 지방 주택시장 열기의 여러 가지 배경이나 이유 가운데 귀를 솔깃하게 하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의 청약통장 불법 거래였다.
요즘 지방에선 청약경쟁률이 수십대 1, 수백대 1에 달하다 보니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다. 새 아파트 분양은 대부분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가린다. 1%도 되지 않는 당첨 확률을 뚫는 확실한 방법이 전용 85㎡ 이하에 적용되는 청약가점제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등으로 매긴 청약가점(84점 만점)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점수가 높으면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걱정 없다. 가점제는 현재 전용 85㎡ 이하에만 분양물량의 40%에 적용된다.
이를 노리고 떴다방이 당첨 가능성이 큰 청약가점 60점 이상의 청약통장을 매입한다고 한다. 금액은 무려 4000만원까지 나간단다. 떴다방이 4000만원을 주고 산 타인 명의의 통장으로 당첨되면 통장 비용 이상의 웃돈을 붙여 되판다. 그만큼 남는 것이다. 지방에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어 계약 직후 바로 팔 수 있다. 물론 계약금은 떴다방의 돈으로 댄다.
그는 떴다방이 부산·대구 등지에서 점수가 높은 청약통장을 1만개 이상 확보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전했다. 통장은 당첨되더라도 곧 다시 쓸 수 있다. 지방에선 재당첨 제한기간이 없다.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이면 1순위가 된다. 당첨 뒤 바로 다시 통장을 만들면 6개월 뒤 같은 점수로 다시 신청할 수 있다.
분양에서 입주까지 2년 반 정도 걸리기 때문에 입주 전에는 무주택 자격이 유지된다. 청약가점 고득점자들이 6개월마다 청약하는 ‘회전문 청약’이 가능하다.
6개월마다 높은 점수로 청약 가능
실제 지방의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예사롭지 않다. 60점도 당첨을 장담하기 힘들다. 최고점 가운데 84점 만점이 심심찮게 나온다. 지난달 말 1순위 평균 3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부산시 대연동 SK뷰힐스의 가장 낮은 당첨 점수가 65점이었다. 주택형별 평균 점수가 66~70점이다.
지난달 분양된 부산시 연제 롯데캐슬 앤 데시앙의 최저 청약가점이 66점이었고 최고는 81점이었다. 이 단지의 1순위 경쟁률은 248대 1이었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자들에게 새 아파트 당첨 기회를 우선적으로 주기 위해 생겨난 제도다. 오랜 기간 동안 집 없는 설움을 풀어보라는 것이다. 물론 청약가점제 문턱을 넘은 당첨자들 가운데 내집 마련이 꿈인 무주택자들이 많다.
일부가 흙탕물을 일으키는 것이겠지만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꿈이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한 게 안타깝다.
뿐만 아니라 떴다방의 불법 청약통장은 고스란히 주택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문이 그만큼 더 좁아지고 문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떴다방은 통장구입 비용을 뽑아내기 위해 웃돈 거품을 만든다. 이 거품은 대개 실수요자 손에서 터지게 된다.
첫댓글 결국 실수요자 피해가 가는 ㅠ
저도 팔아 볼라 하는데...ㅋ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