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화학공장은 순간 정전으로도 가동중단으로 이어지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재발방지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EBN산업뉴스 최정엽/최일권/박영국 기자]SK에너지 울산컴플렉스의 폴리머(합성수지)공장이 지난 18일 오후 10시경 갑작스런 정전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19일 한전 및 SK에너지에 따르면 크레인이 근접해 15만4천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에 크레인이 접근하면서 정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송전선로의 경우 가정 등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력선과 다르게 피복이 되어있지 않아 도체(이번 사건 원인인 크레인)가 일정 간격 안으로 접근하면 전류가 도체쪽으로 흐르게된다. 이번 사고 원인도 크레인이 직접 송전선로에 닿진 않았지만 가까이 근접하면서 발생했다는 게 한전측의 설명이다.
한전 송변전운영처 송전운영팀 관계자는 "송전선로의 경우 하중 등 경제성 문제를 이유로 전세계적으로 피복을 하지 않는다"면서 "크레인이 직접 송전선로에 닿았는지 아니면 일정 간격 안으로 들어와 발생했는지는 명확하진 않지만 지락고장(전류가 일정하게 흘러야 하는데 크레인을 통해 SK에너지 폴리머 공장이 아닌 지면으로 흐른 상태)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전으로부터의 국가 1급시설들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화학공정의 경우 순간적인 정전에도 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고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에너지의 합성수지 공장은 일일 84만배럴 규모의 정제시설 및 아로마틱 등 핵심설비들과는 떨어져 있어 이번 정전으로 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폴리머 공장 파이프라인 등 공정안에 있던 화학물질이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곧바로 안전장치가 가동돼 불완전 연소된 검은 연기와 불기둥이 공장 굴뚝 위로 치솟아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어야했다.
2006년 이후 국가산단 정유·화학공장 정전사고 일지
석유화학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은 물론 수출 효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화단지의 정전사고는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6년 3월 24일 새벽 충남대산석유화학단지에 있는 LG화학과 롯데대산유화가 전력공급 이상으로 전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한국전력 서산변전소 변압기가 고장나면서 약 4분간 전기 공급이 끊긴 것이다.
사고 발생 약 2주 후인 4월 7일에는 여수산단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GS칼텍스, LG다우폴리카보네이트, 삼남석유화학, 폴리미래, LG화학 SM공장 등 상당수 기업들이 정전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전력공급처인 여수화력이 변전소 정비작업을 하던 도중 작업사다리가 15만 볼트 전선에 닿으면서 전력차단기가 내려져 정전이 발생했다.
여수산단에서는 같은 해 5월 31일에도 정전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GS칼텍스와 삼남석유화학, LG화학 SM공장 가동을 모두 중단한 것이다.
또 7월 12일에는 대산에 있는 삼성토탈과 현대오일뱅크 설비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삼성토탈은 NCC를 비롯한 전공정의 생산이 멈췄으며 현대오일뱅크는 황저감공정 가동이 중단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석유화학단지의 정전사고는 올 들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온산의 에쓰-오일 공장에 원인모를 정전이 발생, 정유 및 방향족 등 대부분 설비 가동이 중단됐다.
5월에는 여수산단에서 또 다시 정전이 발생했다. 같은달 3일 오후 4시께 한화석화 내 피뢰기에 이상이 생기면서 여천NCC와 한화석유화학, 대림산업, 폴리미래 등의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특히 여천NCC는 재가동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정전이 발생해 가동에 막대한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전력 1시간 30분만에 공급됐지만 가동에 재가동에 수일 소요될 듯
통상 화학공정의 경우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된다.
특히 정상적으로 가동중지 절차에 따른 것도 아니고 갑자기 가동이 멈췄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정기보수 등을 위해 정상적으로 가동중지 절차에 따를 경우에도 재가동에 최소 1~2일 정도는 소요된다"면서 "정전에 따른 비상가동정지의 경우 반응기 내의 굳어진 폴리머를 제거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최대 일주일씩 걸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갑자기 가동이 중단될 경우 반응기 내에 모노머와 폴리머가 남게 되는데, 기체나 액체인 모노머의 경우 태워서 없애버리면 되지만 딱딱하게 굳은 폴리머는 직접 깨서 재거해야 한다"면서 "공장에서는 요동치는 국제유가와 환율보다 더 무서운게 정전"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고체화된 폴리머를 제거하는 데만 빨라도 2일, 길게는 일주일씩 걸리며, 다시 설비를 돌리는 데 하루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갑작스런 정전에 따른 가동 중단이라면 최소 3일안에는 재가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완벽히 제거하지 않아 불순물이 남아있을 경우 배관을 타고 움직이면서 설비 트러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재가동 시기를 서둘다가는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SK에너지의 PE, PP 연간 생산능력은 69만t(HDPE 19만t, LLDPE 16만t, PP 34만t) 규모로 국내 총생산량(760만t)의 9%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330일 가동기준 일일 2천900t이 생산돼 국내 자동차회사 범퍼 제작용이나, 각종 포장재, 농업용 피름 등으로 공급되고 절반 이상은 수출되는 효자품목이다.
결국 하루에 46만달러(한화 52억원. 제품 평균 국제가격 t당 1천600달러, 환율 약 1천130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최정엽/최일권/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