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광화문·뷰] 우크라이나 전쟁과 ‘1938년의 순간’
조선일보
김신영 국제부장
입력 2023.12.09.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12/09/4U6IE6TPINFKJMG5EDLLCBN4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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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진영 안이함과 나태가 나치의 진격을 용인했다
“침략자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역사 속 교훈 잊은 것 아닌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참전한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모습.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푸틴이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 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때 국제사회가 이를 용인한 것이 지난해 전격 침공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청년 비탈리 쿠즈멘코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자원입대해 남부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그는 구(舊)소련이 붕괴해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1991년 태어났다. ‘자유민주주의 우크라이나’를 당연히 여기며 자란 그는 스물두 살 때 친러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폭정에 맞선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진압대에 구타당해 다리가 부러지고 교도소에 갇혔다. 얼마 전 키이우에서 만난 그는 “야누코비치는 축출됐지만 내 삶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 국가가 너무 싫어 친러 정부에 맞섰고 이겼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바로 이듬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침공해 무력으로 병합해버렸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많은 우크라이나인은 전쟁이 지난해 발발했다고 여기지 않았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및 강제 병합 때 시작된 전쟁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이라고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국제사회가 당시 러시아를 용인했기 때문에, 한발 더 나아갔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서방 주요국을 중심으로 협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추가 침공을 멈추되 이미 점령한 지역은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라는 협상안이 확산 중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역사학도였던 쿠즈멘코씨는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은 ‘침략자는 절대로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은 러시아가 멈출 생각이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 지금이 두 번째 ‘1938년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지목한 ‘1938년’은 나치 독일의 체코 침공을 영국과 프랑스가 사실상 용인한 때를 뜻한다.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데 이어 체코 서부를침공하자 영국 국민은 확전 공포에 휩싸였다. 이에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히틀러와 회동 후 런던으로 돌아와 이야기가 잘되었다며 합의문을 흔들었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입니다! 이제 집에 가서 조용히 주무시길 권합니다.” 후일 조롱거리가 되는 이 합의문은 지금 거론된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안과 닮았다. 이미 점령한 체코 땅은 독일이 가져가고, 대신 유럽의 추가 침략을 멈춘다는 내용이 골자다. 독일은 하지만 이 합의를 비웃듯 체코를 곧 전부 병합하고 1년 후엔 폴란드를 점령했다. 2차 세계대전의 시작점이다.
1938년 9월, 당시 영국 총리였던 네빌 체임벌린이 나치 독일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와 체코 침공에 대해 합의한 후 합의문을 흔드는 모습. 그는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하면서 독일이 점령한 체코 영토를 인정하는 대신 더 이상의 침략은 하지 않기로 약속받았다고 했다. 나치 독일은 결국 이 약속을 깨고 이듬해 체코 전체와 폴란드를 침공했다. /유튜브 iconic
침략자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서로 알아보고 뭉친다는 것이다. 나치의 독일, 파시스트의 이탈리아, 제국주의의 일본은 1940년 동맹 조약을 맺고 세계를 전쟁으로 완전히 몰아넣었다. 러시아가 지금 북한·이란·벨라루스 등과 ‘독재자 동맹’을 강화하는 현실을 쉽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만난 한 일본 언론인은 “당시 세 나라는 ‘어라, 이래도(타국 침공) 되는구먼’이라고 믿었을 것”이라며 “그 믿음은 결국 1941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몇 년 후 우리가 지금을 돌아보며 ‘그때 러시아를 저지했어야 한다’고 후회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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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2차 대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6·25전쟁 발발 하루 만에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참전을 결정했다. 지난 수십 년간 긴 평화의 시간이 이어져서일까. 국제사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외면하고 싶어하는 듯 느껴진다. 그사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야금야금 손에 넣고 그 너머 유럽에 눈독을 들이면 세계는 어떻게 될까. 중국이 ‘어라, 이래도 되는구먼’이라고 마음먹는다면 어떤가. 70년간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한반도의 균형이 영원하리란 법도 없다. ‘1938년의 순간’과 또 한번 마주하게 되지 않기를 염원한다.
#우크라이나전쟁우크라이나러시아푸틴2차대전1938년
김신영 국제부장
bigpower
2023.12.09 05:52:35
세계에서 지독한 공산주의 독재자 3인방이 김정은, 시진핑, 푸틴이 아닌가 싶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여 전쟁을 일으킨 푸틴은 분명코 상응하는 댓가를 치를 것이다. 푸틴과 같은 패륜 정치인들이 우리나라에도 많다. 바로 중국과 북한을 추앙하는 공산주의 좌골이념 주사파 집단 더불어민주당에 이런 패륜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롭지 못한 민주당은 해체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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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12.09 05:45:49
국제사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힘이 없거나 동맹에 소홀하면 언제든지 강국에 점령 당한다. 한국은 주변 북한과 중국 등이 호시탐탐 노리므로 부국강병을 철칙으로 삼아 안보를 다지고 동맹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국내 종북 좌파 퇴치도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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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다
2023.12.09 07:29:07
푸틴이 우크라에서 승리하면 미국과 유럽은 발틱 3국이나 몰도바에서 푸틴과 다시 대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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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2023.12.09 06:44:05
역사적 사실과 국력은? 우크라와 러시아 같은 종족 한 나라였지요. 한반도 남북분단은 전승국의 나누어 먹기. 남한 통일 전략은 북을 이겨 내는 방법 뿐.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우크라에 구 러시아가 만든 온갖 전략시설이 있지만 이를 지켜낼 힘이 부족한 탓. 좋은 여건 이었던 우크라가 러시아에 침공 받는 이유. 내부 분열이 가장 가장 큰 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