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아무튼, 주말
서울의 마지막 연탄 공장
[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오늘도 새벽 4시에 깨어난다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입력 2023.12.09. 03:00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3/12/09/524EWN3KUNF3DFQ6KORG4FWOFI/
※ 상기 주소를 클릭하면 조선일보 링크되어 화면을 살짝 올리면 상단 오른쪽에 마이크 표시가 있는데 클릭하면 음성으로 읽어줍니다.
읽어주는 칼럼은 별도 재생기가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 캡처
서울 신이문역 근처 중랑천 변에 낮게 웅크린 건물이 있다. 하늘색 지붕을 가진 삼천리이앤이(옛 삼천리연탄). 1968년부터 가동된 공장이다. 지난 4일 오전에 가 보니 적재함이 텅 빈 트럭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공장에서 연탄을 찍어내는 소음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크렁크렁(쿨럭쿨럭) 노인의 기침 소리처럼 들렸다.
탄광은 1년 내내 돌아가지만 연탄은 겨울 한철 장사다. 동이 트기 전부터 ‘물건’을 기다리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트럭들의 긴 행렬이다. 운전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한 소매상이 말했다. “시흥 연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이제 서울에 연탄 공장은 이곳뿐이다. 유류비와 가스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3.65㎏인 연탄 한 장은 약 8시간 탄다. 1960년대에 전국 연탄 공장은 400여 곳에 달했다. 쌀과 함께 생필품이던 시절이다. 연탄은 서민과 애환을 함께한 ‘국민 연료’였다. 당시 서울시민이 하루에 800만~1000만장을 사용했는데, 삼천리연탄이 매일 200만장을 생산했다.
연탄은 빵과 닮은 구석이 있다. 무연탄 90%에 물 10%를 섞어 반죽한 뒤 연탄을 찍어낸다. 밀가루와 물로 굽는 빵 공장과 비슷하다. 10월부터 일손이 바빠져 이듬해 2월까지 성수기가 이어진다. 1000~2000장씩 트럭에 실린 연탄은 가정으로 절반, 식당이나 비닐하우스 농가로 나머지 절반이 배달된다고 한다. 연탄 트럭 기사가 도매상·소매상에 배달원 역할도 한다.
연탄 한 장은 평균 850원. 지역이나 인건비, 배달 조건에 따라 최종 소비자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무연탄을 공장으로 수송하는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데 10여 년 동안 동결돼 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판매 물량은 줄고 고정비용은 그대로다.
22공탄(구멍 22개)을 생산하는 삼천리이앤이는 하루에 15만~20만장을 찍어낸다. 연탄은 구멍이 많을수록 무게는 가벼워지고 화력은 세진다. 김두용 전무는 “공장 앞에 전날 밤 9~10시부터 대기하는 기사들도 적지 않다”며 “트럭 안에서 자고 연탄을 한두 번 더 실어 나르기 위해서”라고 했다. 마른기침 소리처럼 들렸다. 서울의 마지막 연탄 공장은 오늘도 새벽 4시에 깨어난다.
연탄 출하장에서 분주하게 연탄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박돈규 기자
無影塔
2023.12.09 07:26:15
얀탄 아련한 추억이네요. 연탄은 방을 뜨끈뜨근하게 해 주었는데...
답글작성
2
0
오병이어
2023.12.09 06:11:46
연탄가스에 취약했던 나는 부엌에 들어가면 실신을 했었다. 삼각지 근처 연탄에 쇠고기를 구워 먹던 식당에서도 메시꺼움 현기증으로 나왔었다. (지금도 건재할까?) 가스. 전기로 취사하지 않았더라면 제 명대로 못 살았을 것이다. 아직도 연탄공장은 존재하는구나.
답글작성
2
0
밥좀도
2023.12.09 05:56:14
연탄처럼 불꽃 같은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