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나온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더 빨리 출근했어요. 안 그러면 시간 안에 청소 못 끝내."
핼러윈 축제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1일 오전 6시1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 술집 앞. 청소노동자 60대 김모씨는 연신 빗자루로 바닥을 쓸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어제는 평일인데도 핼러윈데이라 쓰레기가 많이 쌓였다. 담배꽁초부터 각종 쓰레기, 토사물까지 치우다 보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핼러윈 축제는 안전사고 없이 막을 내렸지만 전날 인파가 많이 몰린 서울 거리 곳곳은 쓰레기와 오물로 홍역을 치렀다.
이날 오전 이태원동에서는 동이 트고 나서도 들뜬 분위기에 취한 축제 참여객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코스튬을 한 채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거나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일부는 술에 취한 채 거리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부터 이태원 세계 음식문화 거리 70m가 넘는 구간 동안 바닥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가득했다. 길거리에 버려진 페트병과 캔 등이 행인들의 발에 걸려 굴러가거나 택시 바퀴에 깔려 퍽 하고 터졌다. 짙은 알코올 냄새와 담배 냄새, 토사물 냄새가 뒤섞여 풍겼다.
해밀톤 호텔 인근 한 술집 바닥은 손님들이 버린 휴지와 쓰레기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내부를 청소하던 직원들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거 언제 다 치우냐'고 외치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핼러윈 축제의 또 다른 '메카'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모습도 비슷했다. 같은 날 오전 6시쯤 홍대 클럽 거리는 호객 행위가 한창이었다. 클럽 주변 전봇대 앞에는 담뱃갑, 생수병 등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한 클럽 관계자는 "정해진 마감 시간이 없다"며 "사람이 많으면 계속 영업하고 손님이 없으면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오전 7시가 넘도록 클럽 영업은 이어졌다.
길거리에는 핼러윈 분장을 한 외국인들도 많았다. 영국에서 여행을 위해 한국을 찾은 스티븐씨(28)는 "전날 밤 9시부터 이태원에서 놀다가 새벽에 홍대로 넘어왔다"며 "재밌게 놀았는데 이태원과 홍대 모두 사방이 소리를 지르는 사람으로 가득했다"고 밝혔다. 스티븐씨가 말을 마치자마자 한 외국인 남성이 고성을 지르며 옆을 뛰어갔다. 편의점 직원 황모씨(29)는 마스크를 쓴 채 빗자루로 바닥 구석구석을 쓸고 있었다. 과자 봉지와 컵라면 용기, 전단과 찢어진 박스 종이 등이 금세 편의점 앞으로 모였다. 술과 음료 등을 뿌려 바닥 일부는 젖어있었다.
황씨는 "핼러윈 데이에는 쓰레기양이 차원이 다르다"며 "전날 밤 9시부터 사람들이 몰려 처음에는 '여기 쓰레기 버리면 안 된다'고 막아봤는데 자정이 넘자 말해도 듣지 않기에 그냥 포기했다"고 밝혔다.
쉴새 없이 바닥을 쓸어도 쓰레기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계속 치워도 쌓여서 여러 번 청소했다"며 "편의점 앞에 테이블을 깔아두니 여기서 먹고 마신 뒤 그대로 버리고 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홍대 레드로드에는 코스튬에 사용된 신발과 인형 등이 버려져 있었다. 사람들 발길에 찢겨 솜이 터진 채 방치된 상태였다. 환경미화원은 거리에 묶인 채 놓여있는 쓰레기 봉지를 쓰레기 차에 바쁘게 옮겨 담았다. 종이박스부터 우산 등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도 보였다.
마포구청 추산 결과 전날 핼러윈 축제로 마포구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운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이태원과 홍대 등 주요 지역 12곳에 경찰관 3012명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