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도 받고 싶고,
작으나마 도움이 될만한 얘기도 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적어봐.
좀 길지만... 내 얘기 좀 들어볼래?
3월 말일부로 5년 몸담았던 회사를 박차고 나왔어.
내 능력만큼은 자신있었는데
애초에 약속했던 보상을 해주지 않은 회사,
그리고 자기 입으로 한 약속을 일말의 미안한 기색도 없이 저버렸던 상사.
자부심 있었고 잘 다녀왔던 곳인데
다른 모든 장점보다도 그 두가지에 너무나 충격을 받고 배신감을 느껴서...
한달간 업무 인계 그딴 거 해줄 생각 없으니까
사직서 제출한 당일에 바로 퇴사 고고씽해달라고 으름장 놨고
당일 짐싸서 나왔지.
입사 초반에 느끼는 사회생활에 대한 염증,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얽매인 삶이 지겹고 마냥 자유롭고만 싶은 욕심,
그런 시기가 이미 다 지나고
일하는 나 자신에 익숙해져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그만두고 나오니 지난 한달간 정말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더라.
남친은 여유있게 생각하고 라식 수술이나 여행이나 그런 거 맘껏 해보라고 했는데
빨리 면접 많이 보고 빨리 재취업하지 않으면 내 미래가 불투명해질 거 같은 불안감이 너무 커서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지원서만 열심히 내고 고용센터 수시로 들락거리고... 오로지 취업활동 뿐이었어.
그리고 어제 아침,
합격 통보.
전에 다녔던 회사가 연봉도 워낙 업계 탑 수준이고 해서
연봉은 400이나 깎였어
그리고 매일 6시 칼퇴였는데, 여긴 일도 많고 야근도 많대.
전엔 출퇴근도 10분 거리였지만 여긴 30분 거리.
자잘한 아쉬움은 참 많아. 사람 욕심이란 게 이런가봐.
대신에 네임밸류나 규모는 더 좋은 회사고,
직급도 전 회사보다 한 단계 올랐고,
야근수당 칼같이 챙겨주고,
무엇보다 조직이 젊고, 쓸데없는 간섭 안 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라고 들었어.
승진연한도 아주 짧은 편이라
7년만 열심히 일하면 부장 달 수 있다고도 하고, 직급에 따라 연봉 상승폭도 큰 편이고.
지난 한달이 일년처럼 길게 느껴지고
하루하루 눈뜨는 게 고통이었지만
그래도 고용센터 같은데 일부러 매일같이 들락거리며 심리상담도 받고 하면서
전에 회사 상사에게서 느꼈던 배신감, 울분도 많이 삭이고
또 자신감도 많이 얻었거든.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자신있게 면접에 임한 게 플러스였던 거 같아.
면접관이 그러더라고 솔직하고 조리있고 능력을 어필 잘 하는 면이 보기 좋았다고.
그래서 목요일부터 출근.
걱정 많이 되지만, 일단은 맘은 한결 가벼워졌어.
더 나은 회사 갈 수 없을 거라는 걱정이 제일 컸고
또 전에 회사 특히 상사들한테 보란듯이 더 큰 회사 합격해서 나름 앙갚음을 해주고 싶었는데
우리 업계가 특수해서 서로 다 긴밀하게 알거든...
합격한 회사 사장님이랑 전에 회사 상무하고도 서로 아는 사이고.
어느 정도는 목표를 달성하고 우려도 떨친 거 같아서... 그게 가장 다행이야.
나 같은 상황인 사람들 혹시나 있다면
고용센터 같은 시설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길 권하고
종일 지원서만 열심히 여기저기 내는 것보다는
하루에 한두시간만 할애해서 심리상담이든, 외부활동이든 꼭 몸을 움직이고 긍정적 에너지를 항상 놓치지 말기를 권해
모두의 건투를 빌고
나도 열심히 살아볼게!
화이팅~~
첫댓글 좋은글이다
ㄱㅆㅇ) 고맙당 ㅎㅎ
언니 멋있다 ㅜㅜㅜ 난 전회사 관두고 한달반째 ....면접 보는데마다 줄줄이 탈락..... 나도 전회사 진짜 싫어서 뒤도 안보고 박차고 나왔는데 거기보다 나은곳 더 없을까봐 그 걱정이 너무 커 ... 한달을 넘기니까 이젠 진짜 멘붕.............. 맨날 뒤져봐도 자리도 없고 ㅠㅠㅠ 부러워 ㅠㅠ 글잘읽었어 나도 힘내야겠다 ㅠ
ㄱㅆㅇ) ㅇㅇ 동생도 심리상담 같은 거 받아보면 자기 자신이 어떤 성향이고 어떤 일이 잘 맞는지도 알 수 있고
아마 많이 도움될거야... 다른 것보다 규칙적인 운동이라든가 하는 외부활동을 조금씩이라도 꼭 하면서
긍정적으로 지내야해 힘내 동생아 화이팅
ㅊㅋㅊㅋ
ㄱㅆㅇ) 감샤감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ㄱㅆㅇ) 동생은 그럼 졸업한지 얼마 안된 거야?
나이가 어리다면 4개월 일한 건 당연히 숨겨야지
취업활동 꾸준히 했다고 해...
4개월 일하고 그만두려는 사람 받아줄 회사는 내 생각에 많지 않다.
ㄱㅆㅇ) ㅇㅇ 근데... 대한생명 어떤 직무인지는 모르겠지만 은행이 나을 수도 있으니까 너무 싫다 생각은 말고
대한생명은 그냥 붙고 나서 고민해도 되니까
일단 지금 회사에 대해서도 좀 더 길게 생각해보면 좋겠어 동생아
암튼 힘내 화이팅 ㅎㅎ
생보사 왜 헬이라눈 걸 모르지
여자라면 생보보단 은행임
여자 잘 뽑지도 않고 와봤자 헬입니다
17:45 나 글쓴인데 여기 은행다니는 동생은 남잔 거 같아
ㄱㅆㅇ) 그치 동생 맘 어떤지 알아... 은행 힘들지. 안 붙어도 그만둘 생각이라면 금융계 말고 다른 쪽으로 취직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회계 쪽 전공이라면 일반 기업 재경팀도 많이 지원해봐.
ㄱㅆㅇ) 그래그래 어문계열이고 남자니까 해외영업이나 외국어 비중이 많은 직무도 많이 지원해봐 아직 젊으니까 긍정적 기운 놓치지 말고 ㅎㅎ 화이팅!
동생님 직장생활 다 힘들어요. 그냥 버티고 다니세요. 은행보다 훨씬 어려운 업무가 다반수입니다.
작년에 내모습 보는거 같다^^나도 연봉 사백깍고 다른데 들어갔지, 심리상담도 받아보고 쉬는동안 잠깐이나마 남친도 만나고 힘들었지만 괜찮은 한해였는데,지금은 후회한다ㅠ야근쩔구 전회사랑 비슷한 루틴으로가니 차라리 전에 다니던 대겹이나 계속 다닐껄,,여튼 넌 나처럼 후회하지는마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