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2일 [설 미사]
루카 12,35-40
우리가 준비하지 않는 이유: 인생을 공짜라고 여기기에
오늘은 새해 설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새해를 시작하며 욤 키푸르라 해서 속죄 예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하였습니다.
한 해 축복받기 위한 준비를 먼저 하는 의미입니다.
우리도 새해 많은 축복을 받기 위해 먼저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한 해 시작부터 잠자고 준비되어 있지 못하면 한 해가 축복일 수 없습니다.
먼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인생이란 어떤 삶일까요? 그저 생존하는 삶입니다. 그러면 말년이 어떻게 될까요?
후회할 것이고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본래는 그러한 뜻은 아니라고 하나 조지 버나드 쇼 묘비에 새겨져 있다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얼마나 많은 후회가 있습니까? 우리는 왜 우물쭈물하게 될까요?
조폭 두목인 쓰촨성의 한룽그룹 류한 회장은 7조 원의 재산으로 전 세계 부자 순위 148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2014년 경쟁자 8명을 살해하는 등 11개의 죄목으로 조직원 4명과 함께 사형당했습니다.
집행관이 사형집행을 위해 그의 어깨를 잡자 49세의 그는 갑자기 펑펑 울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노점이나 작은 가게를 차리고 가족을 돌보면서 살고 싶다.
내 야망과 인생, 모든 게 잠깐인 것을, 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물처럼 그냥 흐르며 살아도 되는 것을, 악쓰고 소리 지르며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 한마디 참고 물 한 모금 먼저 건네주며 잘난 것만 재지 말고 못난 것도 보듬으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며 원망하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 걸 그랬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모든 게 잠깐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흐르는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을꼬. 2015년 2월 사형을 기다리며.”
인생이 숙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에게 무언가 받으면 부모에게 숙제해야 하고 하느님께 무언가 받았으면 하느님께 숙제해야 합니다. 인생에 공짜는 없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용배 씨의 자전적 고백입니다. 그는 조선일보의 일사일언 난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실내악 수업 학기 말 실기 시험 때의 일이다.
한 학기 동안 충분히 호흡을 맞춘 우리 삼중주 팀은 나름대로 자신 있게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심사 교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주임교수가 갑자기 피아노 옆으로 다가오더니 직접 악보를 넘겨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피아노계의 거장인 은사가 곁에 앉아 손수 악보를 넘겨 주신다니 황송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 당황했지만 어쨌든 연주는 시작되었다. 한참 곡이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정확히 악보를 넘겨주던 그 노교수가 갑자기 악보를 넘겨야 하는 부분이 가까워져 오는데도 도무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악보를 넘기기 위해 손을 건반에서 떼어야 했고 연주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그 노 교수는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연주 도중에는 온갖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네. 피아니스트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 넘기기 직전의 한두 줄, 그다음 장의 한두 줄은 꼭 외우고 있어야 돌발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는 것이야.
100% 준비는 항상 부족하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우리는 왜 준비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단순합니다.
거저 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거저 받으면 보답할 이유가 없습니다.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이 준비입니다.
어느 현명한 왕이 현자들에게 세상의 진리를 담은 책을 만들라고 명하였습니다.
현자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12권의 책을 왕에게 가져왔습니다.
그러자 왕은 다시 한 권으로 줄이라고 했습니다.
현자들은 몇 달 뒤에 한 권의 책으로 요약해서 가져왔습니다.
왕은 그것도 많다며 한 문장으로 뽑아내라고 했습니다.
현자들이 진땀을 빼며 한 문장으로 뽑아 왕에게 바쳤습니다.
왕은 그들이 만든 문장을 보고 매우 기뻐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내가 바라는, 여러분들이 바라는 ‘세기의 지혜’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것을 배우면 그동안 고뇌하던
모든 문제가 곧 해결될 것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현자들이 후세에 물려준 단 한 문장으로 된 세기의 지혜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가 사기를 맞는 이유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에 예외가 있을 것이라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받는 것이 있다면 그 속에는 반드시 숙제가 담겨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젖을 주고 키워도 제때 일어나 걷고 제때 말을 할 수 있고 또 제때 학교에 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물며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만든 분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셨겠습니까?
거저 받는 것을 있을 수 없습니다.
거저 생길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절로 거저 받았다고 믿는 것입니다.
내가 거저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것이 교만입니다.
이러한 교만이 우리를 우물쭈물 살게 합니다.
만약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여러분에게 그냥 쓰라고 1억 돈다발을 준다고 해 봅시다.
앞뒤 안 가리고 덥석 받을 분 손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손을 못 드는 분이 더 많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것이 공짜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인생은 공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받았으니 말입니다.
생명이 어떻게 저절로 생겨날까요? 그런 생명체는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거저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교만은 나를 막 살게 만듭니다.
결국 생존만 쫓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숙제를 제출해야 할 때가 되면 후회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헛살지 않기 위한 그 가장 좋은 방법이 ‘십일조’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모든 것이 공짜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선악과를 바치라고 하시며
당신이 주셨다는 부담을 갖도록 하셨습니다.
이 부담이 없으면 인생을 헛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한 해 시작하며 십일조를 봉헌하려는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모든 것은 주님의 것이라는 믿음은 내가 받는 90%도 공짜가 아닌 의미 있는 무엇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 해를, 우리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선악과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느님께서 마련해놓으신 가장 확실한 장치입니다.
우리가 종임을 잊지 맙시다.
오늘 복음에서 깨어 있지 못했던 종들은 자신이 종인 줄 모르고 주인인 줄 착각했던 이들입니다. 봉헌하는 삶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고 느낄 때 우리는 부담을 느끼게 되고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숙제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인생이 준비되는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1월22일 [설 미사]
루카 12,35-40
그저 늘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충만한 기쁨 속에 살아가야겠습니다!
설날이 다시 한번 더 있다는 것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신정 때 야심 차게 세웠던 좋은 결심이나 이정표가 슬슬 느슨해져 갈 무렵, 또 다른 설날인 구정을 맞이하니, 각오를 재정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니 말입니다.
차례를 지내고, 연미사를 봉헌하면서 먼저 떠난 우리 조상들과 신앙의 선배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는 오늘, 성경 말씀들은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어김없이 다가올 마지막 순간을 잘 준비하라고 초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야고보서 4장 14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루카 복음 12장 40절)
오랜만에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병원측 서비스가 얼마나 자상하고 친절한지 모릅니다.
꽤 두툼한 볼륨의 노트 한 권 안에는 저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아주 세부적으로,
항목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더군요.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짚어주고 있었고, 위험수위인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유난히 제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다 종합해서 볼 때 귀하의 기대 수명은 84세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84라는 숫자를 처음 대하는 순간, 아~정말 다행이다.
아직도 꽤 남았군,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자고 일어나니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왜 기대 수명이 94가 아니라 84인가?
ㅋㅋㅋ 보시다시피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리 많이 많지 않은 남은 날들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나 하는 새로운 과제가 제게 생겼습니다.
오늘 성경 말씀처럼, 그날은 언제인지 모릅니다.
기대 수명 84라고 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저 늘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충만한 기쁨 속에 살아가야겠습니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그날 주님께서 흐뭇한 미소 지으실 그런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남은 날들이 그리 많지도 않으니 하루를 천년처럼 알차게, 보람되게, 후회 없는 하루를 살아가야겠습니다.
주님께서 한 번 더 주신 보너스 설날 아침, 고마우신 한 수녀님께서 언제 쓴 글인지도 잘 파악이 안 되는 성모님 관련 졸시를 보내주셔서 공유합니다.
새해의 어머니
별이 사위어가는 새벽의 뜨락
어둠의 여운을 헤치고
새벽노을로 고이 오시는
새해의 어머니
생계를 위한 몸짓엔 살기가 흐르고
자신을 갉아먹어야 사는 암울의 시대
눈꽃의 순수를 머금은 당신의 미소는
내 오랜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한줄기 청정한 바람입니다.
보십시오.
차마 버리지 못해
늘 끼고 사는 이 악습과
죽순같은 사욕과 슬픈 위선
회한과 부끄럼의 한해를
무량의 위로자이신 어머니‘
은총의 선물인 새해엔
칡뿌리 같은 삶의 고뇌와 방황의 의미를 알게 하시고
이타와 천상을 추구하는
회심의 길을 걷게 하소서.
각고의 노력과 비상을 위한
숱한 우리의 날개짓이
아린 상처로 남는다 해도
거듭 새로남의 노력을 다하게 하소서.
가장 작고 소박한 삶을 엮으셨던
가장 크신 분의 어머니 마리아
새해의 날엔
작음에로의 투신을 계속하게 하시고
이 탁류의 세상
비참과 비겁을 딛고 일어서는 의연함을 주소서.
천주의 어머니 마리아여.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설에 벗에게>
2023. 01. 22 설
민수기 6,22-27 (사제의 축복)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일러라. ‘너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축복하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야고보 4,13-15 (자만하지 마라)
사랑하는 여러분,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루카 12,35-40 (깨어 있어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설에 벗에게>
오늘은 설이니
주님의 축복이 되어
벗에게 스미어요
서러워서 설이라
설이 서러운 벗에게
따뜻한 품이 되어주어요
낯설어서 설이라
설이 낯선 벗에게
든든한 곁이 되어주어요
새해가 선다고 설이라
설이 설레는 벗에게
벅찬 희망이 되어주어요
한 살 더 먹어 설이라
설이 버거운 벗에게
기름진 밑거름이 되어주어요
사려야 한다고 설이라
설이 조심스러운 벗에게
바른 길이 되어주어요
오늘은 설이니
주님의 축복이 되어
벗에게 스미어요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