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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첫째 일요일. 서울의 남쪽 낙성대역. 관악산을 오를 때는 대부분 사당역이나 과천 쪽에서 만났는데. 사당역은 사람들이 너무 붐비고 역에서 등산로 입구까지도 멀고, 과천 쪽은 서울에서 멀어 모두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나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기에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를 주고자 출발역을 바꾼 것이다. 서울시내 2호선 정거장이니 시간에 맞추어 많이 나와 주기를 빌며 8시 5분경에 도착하니 인호, 병완이는 벌써 와서 김 밥집에서 아침을 시켰단다. 밖으로 나와 보니 오회장과 춘상이가 반갑게 맞이한다. 8시 30분이 지나서 참석자를 헤아려보니 21명이나 된다. 자주 나오는 조영회, 이봉수, 김정배 친구들에게 전화하니 행사가 있어 참석이 어렵다고하며 영회는 뒤풀이 장소에 합석하겠다고 한다. 회장에게 10여분 늦는다고 한 기창이만 도착하면 출발하라고 부탁하고 막걸리를 준비하러 원당시장으로 먼저 간다. 오늘은 특별한 친구가 참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면서 드문드문 서울에 와 친구들과 안부를 나누는 홍병철 친구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고우회 정기산행에 함께한 것이다.
오늘도 바람 없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것이 한낮의 더위는 오뉴월보다 더 할 것 같다. 여름날의 끝자락, 가을 초입의 따가운 햇볕은 오곡을 익히고 열매를 여물게 하지만 산을 오르고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참기 힘든 따가움만을 준다고 생각된다. 주택가를 지나 산에 오르니 여기도 환경미화사업(?)을 하느라 계단을 만들기 위한 목재들을 쌓아 놓고 또 다른 쪽은 길을 넓힌 흔적이 역력하다. 토사가 흘러내리고 길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면 계단을 만들고 길을 재정비해야 하겠지만 이런 곳의 공사는 구청의 과잉친절이 아닐까 한다. 1차 전망대겸 쉼터를 지나면서 비교적 나무가 많고 물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 같은 계곡 길로 가자고 안 교수에게 부탁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뒤처지는 친구들이 나오고 앞서서 나가는 친구들에게 남의 사정은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매정한 놈들”이라니 ”의리 없는 놈들”이라고 하면서, 별도로 회장도 뽑고 총무도 임명하여 따로따로 놀자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친구들이 있다. 양이를 중심으로 왕식. 경훈, 정훈, 재선, 병완이가 뒤따라오며 드디어 혁명적인 반란을 모의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산에 오르고 체력을 관리한다면 따로 놀 필요가 전혀 없을 텐데 오늘 하루의 어려움을 참지 못하고 분란을 일으키려고 하다니. 허기야 고우회 모임이 산에 오르고 체력을 단련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친구들 얼굴 보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을 주고받거나, 꺼리도 안 되는 문제를 가지고 언성을 높이고 따지는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으니 무엇을 한들 문제가 될 것인가.
상봉 약수터에 올라 가져온 식수도 한잔, 약수도 한 모금,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산행코스를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헬기장을 지나 연주암을 거쳐 서울대 앞으로 내려갈 예정이라하니 “이 더위에 왜 그렇게 심하게 돌리느냐?”고 아우성이다. 김기창 친구가 아들의 SBS 예능 PD에 합격되었음을 자축하는 의미로 한 턱 쏜다고 했으니 너무 일찍 내려가도 부담이 되므로 3시 반에서 4시 쯤 하산하기 위한 코스라고 설명하지만 “쉽게 가자. 쉽게 가자”하며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로는 들어서지 않겠다고 한다. 뒤쳐진 친구들도 합류하고 모두가 즐기는 방법은 계곡의 물가에 앉아 먹고, 마시고, 휴식을 취하다가 시간 맞추어 내려가도 괜찮을 것이다. 회장의 동의를 얻어 즉석에서 코스를 바꾼다. 계곡에서 쉬다가 사당동 쪽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한다고 하니 이구동성으로 회장단이 금년에 한 것 중에 가장 잘 한 일이라고 박수와 칭찬이 쏟아진다.
22명이 쉬기에 안성맞춤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싸온 도시락을 풀고 준비한 김밥과 찬을 앞에 놓고 막걸리와 소주가 몇 순배 돌고 나니 마음은 넉넉해지고 온갖 화제가 만발한다. 언제 어디서 모여도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공부하는 친구들, 술잔을 돌리는 친구들, 또 다른 패는 산이 좋아 산을 더 타겠다고 배낭을 둘러매고 길을 나서고, 몇몇 친구들은 본격적으로 잠을 청한다. 12시 30분부터 산을 오르는 친구들에게 3시 반에 사당역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2시가 되어가자 다시 나타난다. “우리가 남이가? 같이 왔으니 같이 가야지” 하며 너스레를 떤다. 자리를 정리하고 안교수가 소개한 ‘토담골’에 도착하니 3시 반이 넘었다. 어찌되었든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에서 5시간 가까이 보낸 셈이다. 오늘의 만남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좋아하는 친구들과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며 이렇게 마감한다.
쉽지 않은 자리를 함께한 홍병철 친구, 기대에 부응하는 훌륭한 피디가 될 자랑스러운 아들을 둔 김기창 친구의 넉살과 훈훈한 인심에 오늘 참석한 고우회원 모두의 기쁨은 두 배가 되었을 것입니다. 친구들 감사합니다.
참석자: 권춘상, 김기창, 김주명, 김왕식, 김인호, 김정훈, 김철주, 박종휘, 변경훈, 신재선, 안태인, 오의균, 오재명, 유춘성, 유호문, 이 양, 이진우, 이추석, 정하선, 최동준, 홍병철, 황병완 총2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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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제 산행의 영상을 생생하게 재연 시켜주는 추석성님의 글 솜씨가 대단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창이 성아, 축하혀요, 뒷풀이가 쫌 뻑셌겠네요..좋은 일입니다..추서기 성님의 산행일지가 압권입니다..
생생하게 만들어주누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