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부상을 당해서 달릴 수 없게 되었을 때 겪는 슬픔의 5단계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동정적인 위로용 논문이 아니다. 연민을 원한다면 내게 말하지 말라. 듣고 싶지도 않다.
나를 부상 혐오자로 오해하지 마라. 나는 2년이나 지속된 부상을 비롯하여 많은 부상을 당해오면서 어떻게 부상을 다스려야 하는지를 배워야만 했다.
부상 당했을 때, 죽음 같은 어둠 속에 갇혀서 그 억울함을 한탄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다. 물론 그것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오히려 해롭다). 회복이 목표인 이상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달리기를 멈출 수 밖에 없는 날들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는 날 사이의 우울한 간극을 메우는 효과적인 방법이리라.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자기 연민에 파묻혀서, 자기의 유산소적 기반을 잃어버린 채, 체중만 불리는 것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던가 또는 정신없게 할 뿐이다.
다음 지침을 따라보라.
1. 투덜대지 말라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가혹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야를 좀 넓혀보라. 대개의 달리기 부상은 비교적 가볍고 머잖아 치유된다. 달리기를 할 수 없는 것이 막막해 보일 지 모르나, 최악의 쉰스플린트도 진짜 문제, 진짜 병 그리고 진짜 통증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 중에는 불치병인 사람도 있는데, 당신은 치료가 되지 않는가? 그러니 불평하지 말라. 왜냐하면 아무도 그것을 듣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자도, 자식들도, 심지어 달리기 친구까지도 말이다. 또한, 불평은 건강을 되찾는데 악영향을 끼친다.
효과 : 공백기간 동안 적극성을 견지함으로써 회복을 가속화하게 된다.
[譯註] 쉰스플린트 shinsplints: 정강이뼈의 피로골절(stress fracture) 또는 근육 손상 등 하퇴부 앞쪽(정강이 쪽)의 부상, 통증을 통칭하는 용어로서 의학용어는 아니나 널리 쓰이고 있음. '정강이 부목' '정강이 통증' 등으로 번역하기도 함.
2. 인내하라
내가 아는 모든 러너들은 한번 이상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엉치뼈가 골절된 72세의 노인까지도- 다시 달릴 수 있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사실상 모든 달리기 부상은 치료되며, 대부분의 부상은 시간이 치료해준다. 불행히도, 어떤 마법의 약도 부상을 즉시 치료해주지 않는다. 신발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보다는 자신의 부상이 아무리 심각해 보일지라도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확신을 가져라. 치유 과정에 필요한 시간을 줄 만큼 인내할 수 있다면, 누구나 다시 달릴 수 있다.
효과 : 부상이 치료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게 된다.
3. 일상을 고수하라
무슨 말이냐면, 만약 당신이 통상 점심시간에 달리기를 했다면, 계속해서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라는 뜻이다. 이른 아침에 달리기를 하던 사람은, 이른 아침에 걷기라도 하라.
나는 달릴 수 없을 때도 매일 매일의 패턴을 똑같이 유지하려고 노력할 정도로 일상에 집착한다. 일요일은 특히 그렇다. 나만큼 장거리주를 즐기는 사람도 없다. 나는 일찍 일어나서, 새벽의 숲길을 2시간 동안 주행하는 것을 사랑한다.
부상을 당하면, 나는 여전히 같은 숲길에 가서 몇시간 동안 걸어다닌다(매, 사슴 그리고 간혹 야생 칠면조들을 훨씬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이것을 마치면 달리기 후에 하던 의식(儀式)을 수행한다: 약간의 스트래칭, 아이싱(얼음찜질), 샤워, 따듯한 빵 그리고 일요신문이 그것이다. 심리학적인 견지에서, 이러한 의식은 내겐 거의 달리기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런 걷기가 장거리주만큼 만족스러울까? 전혀 그렇진 않다. 하지만 내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 비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훨씬 이롭다.
효과 : 운동 습관을 비슷하게 고수함으로써, 기분이 고양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4. 밖으로 나가라
특히 부상 중에는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 자전거를 타면 그것을 한껏 들이킬 수 있다. 겨울철이나 자전거를 타기에 너무 날씨가 나쁠때는, 나는 걷는다. 또는 산행을 한다. 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막대를 쥐고 언덕을 여러 개 걸어서 오르내린다. 산소를 폐에 채우는 일은 달릴 때 기분을 좋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인데, 다른 활발한 실외 활동을 함으로써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효과 : 자기 주변의 세상을 돌아봄으로써 부상에 대한 염려를 떨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소 익숙했던 만큼의 신선한 공기와 햇빛을 얻을 수 있다.
5. 땀
하루에 보통 45분을 뛰던 사람은, 반드시 하루에 45분 동안 유산소적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격렬한 다른 운동을 해줘야만 한다. 이것은 비단 유산소적 체력 뿐이 아닌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부상을 악화시키지만 않는다면 어떤 운동을 하건 큰 상관은 없다.
속보나 힘든 산행 같은 운동의 유일한 문제점은 땀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으로 땀을 흠뻑 흘리는 습성이 깊히 박혀 있는 나는 훈련 후 젖은 티셔츠의 느낌을 지독히 필요로 한다. 단지 감정적인 관점에서라면, 나는 심장 박동을 올리고 구슬 땀을 흘릴 수 있는 무언가를 매일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면 성취감을 느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어둡고 우울한 허전함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수영은 내게 성취감을 주지 못한다. 풀장 속을 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인라인 스케이트은 너무 위험해 보인다. 나의 햄스트링 부상을 악화시키지 않고 테니스를 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고정식 자전거(stationary bike)를 돌리거나, 이보다 훨씬 좋은 '엘립티컬 트레이너(elliptical trainer)"라고 불리우는 최신 장비를 사용한다.
[譯註] elliptical trainer (사진출처:www.gym80fc.co.kr)
실내운동 기계인 엘립티컬 트레이너는 과거의 스키 머쉰(ski machine), 트레드밀(treadmill), 스테어클라이머(stairclimber) 등의 짬뽕 같은 것이다. 이것을 사용하는데 사실상 아무런 기술도 필요없고, 달리기 동작과 어느 정도 유사한데 충격은 없다. 따라서 일반적인 어떠한 달리기 과사용손상(overuse injuries)도 자극하지 않는 것 같다.
45분간 엘립티컬 트레이너, 고정식 자전거, 스테어클라이머(stairclimber), 로윙머쉰(rowing machine) 등을 이용한다면 땀에 흠뻑 젖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몇개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유산소적 대체운동을 적절히 그리고 충분한 강도로 한다면 체력 수준이 유지되고 심지어 향상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이것은 내키지않고 지루한 기계이므로, 대체 운동을 할 때 마치 달리기 하듯 하라. 예를 들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6마일 순환 코스의 모든 평탄구간, 언덕, 요철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기계 위에서건 순환 코스 달리기의 각 구간을 흉내내려고 노력한다. 나는 "평탄 구간"에서 쉬운 10분 달리기로 출발하고, 다음에 연속되는 3개의 "언덕구간"에서 강도를 높인다. 잠깐 쉬었다가, 내가 달리기를 할 때 가파른 언덕을 공략하고 있음직한 지점에서 정말 강하게 당긴다. 이제 당신도 요령을 알았을 것이다.
효과 : 당신은 칼로리를 태우고 유산소적 기반을 유지하는 일을 했다는 물적 증거인 흥건한 땀과 흠뻑 젖은 셔츠와 함께 운동을 마치게 된다.
6. 근력 훈련
여러분은 어떨 지 모르지만, 나는 마라톤 대회를 준비할 때 가장 하기 싫은 일이 체육관에서 납덩어리를 드는 것이다. 내게 필요한 달리기와 스트래칭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하물며 중량을 들어 올리는 것을 혼합할 시간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다쳤을 때만큼은, 중량 들어올리기는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왜냐면 나는 어쨌든 고정식 자전거를 타거나 엘립티컬 트레이너를 하느라 체육관에 자주 가기 때문에, 중량 들기에 20분을 더 낸다고 해서 대수로울 리 없다. 그리고 내가 달리기를 안하기 때문에, 복부와 상체 운동을 하면서도 평소보다 더 많은 다리 운동을 할 수 있다.
효과 : 칼로리를 태우고 총체적인 체력과 근육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7. 관계를 유지하라
내 경우에, 부상으로 인한 가장 나쁜 점 중의 하나는 내 친구들과 함께 달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같이 달릴 때만 만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는 활동하지 않을 때도, 그들과 접촉을 유지하거나 최소한 여전히 내가 달리기 현장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한 좋은 방법은 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클럽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다.
나는 또 내 가족들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평상시 그들은 내 유별난 달리기 취미 때문에 여러 면에서 양보를 하기 때문에, 나는 부상 당했을 때 그들이 바라는 일을 해준다. 달리기를 쉴 때는 아이들과의 축구, 늦은 밤의 파티 또는 수족관 구경가기를 회피하는데 편리한 달리기 변명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너무 피곤해. 내일 장거리주 때문에 쉬어야 해")
효과 : 자기의 고민에만 몰두하게 되는 대신, 친구들, 가족 그리고 달리기 모임과의 개방된 의사소통 라인을 유지하게 된다.
8. 달리기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일을 매일 하라
개인차가 심하겠지만, 대부분의 부상자들은 휴식과 자가 치료에 아주 잘 따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지압사나 발치료사에게 마사지 받기) 설령 그것이 귀찮더라도 그렇게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얼음찜질 또는 소염제 복용이라면, 나는 종교처럼 그것을 지킨다. 만약 근육의 유연성 부족이나 불균형이 부상에 영향을 주었다면, 나는 반드시 이틀에 한번씩 조심스럽게 스트래칭을 한다.
효과 : 행동함으로써 회복을 빠르게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
9. 적당히 먹어라
달리기를 할 때는, 나는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많이 먹곤 했다. 달리기를 하지 않을 때는, 나는 체중이 곧바로 10파운드 늘 수 있다. 휴식할 때는 음식 섭취를 조금 더 조절해야 한다.
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다. 영양섭취를 줄이면 신체의 자연치유 능력을 저하시킨다. 강요된 휴식기간에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저지방 식품과 과일을 많이 먹으면서 (맥주, 과자 등) 몇가지 음식 섭취를 줄이는 데 신경쓰면, 자신을 제어하면서 풍선처럼 빵빵해 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면, 늘었던 체중은 금방 빠질 것이다.
효과 : 날씬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 슬럼프에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10. 현재에 충실하라
달리기를 재개할 시한을 멋대로 정해놓고서, 건강해졌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달리기를 시작하는 짓을 하지 말라. 아무리 운이 좋아도, 몇 주 동안은 달리기를 할 수 없거니와, 언제 치유될 지에 대해서 절대로 알 수 없다. 과거에 어떤 부상이 4일 만에 치료되었다고 해서, 이번에도 똑같은 부상의 치유에 4일이 걸린다고 장담할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치유기간은 더 오래 걸리는 법이다.
또한 자신이 계획했던 대회에 대해서 잊어야만 한다(특히 그것이 풀코스라면). 그 대회에 참가신청을 했다고 해서, 그때까지 낫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설령 그 대회 전에 부상이 치유되더라도, 기록에 대한 기대를 낮출 각오를 하라. 무사히 출발선에 서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고, 대회 자체를 즐겨라.
효과 : 치료 시한을 정해놓지 않으면, 그것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준비되기 전에 달리기를 시작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