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능조(小陵調)/천상병
-1970년 추석에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하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한국 대표 명시 2, 빛샘]===
추석이나 설에 고향을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지 못할 때는 많이 슬프고 외롭지요.
괜스레 하늘을 보고, 나무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여비가 없어 고향에도 못 가니
저승에도 갈 수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라고 말씀하십니다.
없음을 한탄하지 아니하시고,
없어도 좋고, 있어도 좋은 것이라며
허허 웃으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가난한 시인이었으나 늘 유쾌하셨던 천상병시인님,
매일 술을 마셨으며 친하게 지내는 김동길 교수가 좋은 술을 마시라고 조니 워커 위스키 한 병을 선물했는데, 다음에 만나 "교수님이 주신 그 양주는 입에도 대보지 못했다, 아내가 비싼 술이니까 팔아서 막걸리나 사서 마시라고 막걸리를 마셨다"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고 하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유명한 "귀천"이라는 시를 남기셨고 가난하지만
낙천적이며 어린아이와 같이 맑은 영혼을 소유하신
시인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내분이신 문순옥 씨께서 1985년에 종로구 인사동에 전통찻집 "귀천"을 개업했으며,
천 시인의 처조카인 목영선 씨가 2002년에 인사동에 귀천 2호점을 개업했답니다.
귀천 1호점은 문순옥 씨께서 돌아가시며 폐업하였고, 현재는 인사동에 귀천 2호점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귀천 2호점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2023/4/9에 "주막에서", 2024/4/2에 "귀천"이라는 시를 본 카페 [좋은 시 모음방]에 올려놓았습니다.
오늘은 "단오절"입니다.
일 년 중에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음역 5월 5일에 지내는 명절이래요.
가장 행복한 오늘되세요.
=적토마 올림=
KBS에서 방송한 천상병시인의 곁은 30년 넘게 지킨 아내 문순옥 씨라는 영상을 링크합니다.
귀천의 시인 천상병의 곁을 30년 넘게 지킨 아내 목순옥 씨. 시인의 유고 1년 전, 인생을 아름다운 소풍처럼 살았던 부부의 소소한 일상 (KBS 19921020 방송)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