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가능한 짧은,걷기 명상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마음이 힘들다고, 우울하다고 하소연이다.
나라 돌아가는 상황에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쳐 더욱 힘들다고 한다.
밖에 나가기도, 사람 만나기도 꺼려지고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은 살아오면서 처음이라고 한다.
이때 집안에서 간단한 명상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신체의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면?
흙탕물 잠시 두면
저절로 맑아집니다.
생각도 잠시 두면
저절로 맑아집니다.
명상은 사실 복잡한 기술이나 학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디든 자세를 바로 한 채 마음을 ‘지금 & 여기’에 모우는 훈련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안정된 호흡과 마음 집중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시행하는 우울증 치유 8주 프로그램 MBCT(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
중에서 시행하는 1분 명상, 3분 명상을 해보기로 한다.
우울한 기분, 우울한 몸
우울증에 걸리면 키가 보통 1~2㎝ 줄어든다.
우울한 마음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고개를 숙이고 어깨가 처지고 등이 굽는 자세가 고착되기 때문이다.
물론 회복되면 키도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
정신과 의사들은 “마음이 몸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 케이스"라고 말한다.
반대로 몸이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보자.
1980년 미국 심리학자 게리 웰스와 리처드 페티교수는 스테레오 헤드폰을 낀 72명에게 음악과
연설을 들려주고 소리의 질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다만 소리를 들을 때 ▲A그룹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게 했고(거절 암시) ▲B그룹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게 했으며(수긍 암시) ▲C그룹은 고개를 전혀 움직이지 않게 했다.
실험 결과 B그룹이 A그룹보다 소리를 더 좋게 평가했다.
또 대학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서도 ▲B그룹은 인상 ▲C그룹은 동결 ▲A그룹은 인하에
각각 찬성했다.
자신도 의식 못한 채 ‘수긍’과 ‘거절’을 암시하는 고갯짓을 한 결과인 것이다.
머리를 흔드는 단순 동작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생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처럼 평소 생각, 자세, 습관이 상호작용해 그 사람의 심신(心身)에 영향을 준다.
일찍이 동양에서는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심신일원론, 서구에서는 ‘몸과 마음은 별개’라는 심신
이원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 서구에서도 심신통합론이 인정받고 있다.
기분이 우울하면 몸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더 예로 들자.
독일 보쿰에 있는 루르 대학에선 광학 모션 캡쳐 시스템을 이용해 우울증 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걸음걸이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걸음걸이 속도가 느렸고 팔도 더 적게 흔들었다.
또 걷는 동안 상체가 상하가 아니라 좌우로 더 많이 흔들렸다.
또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구부정한 자세로 몸을 앞으로 숙이고 걷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우울 때문에 자세가 구부정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반대도 성립한다.
지금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면 머리와 목, 어깨를 펴고 똑바로 앉아보라.
◇ 1분 명상
1.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바로 세워 앉는다.
가능하다면 등받이에서 등을 살짝 떼 허리가 스스로 설 수 있게 한다.
발바닥은 바닥에 붙이고 눈은 감는다. 뜬다면 지그시 뜬다.
2. 몸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감각에 주의를 집중한다.
매 들숨과 날숨에서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감각과 접촉한다.
특별한 현상을 찾으려 하지 말고, 다만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을 관찰한다.
호흡하는 방식을 의도적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3.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은 이리저리 방황할 것이다.
이때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주의를 호흡으로 되돌린다.
마음이 (호흡이 아닌) 다른 곳을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더라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서
주의를 되가져오는 것이야말로 마음 챙김 명상 수련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4. 마음이 고요한 연못처럼 평온해질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초보자는 더욱).
설령 아주 고요한 상태에 이르렀다 해도 오래 지나지 않아 사라진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더라도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은 변화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다만 있는 그대로 내버려둔다.
5. 이렇게 1분이 지난 뒤 눈을 뜨고서 눈에 들어오는 방 안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나 있을 경우 10~20분 시간을 내어 명상하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다.
지금 있는 공간이 회사나 다중이 있는 곳이라면 명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또 우리의 마음 습관은 심리적 압박을 받으면 평정하고 열린 마음을 유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흔들리는 감정에 맡기거나, 반대로 감정을 억누르는 평소의 낡은 습관으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3분 호흡명상은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일종의 ‘미니 명상’이요 ‘응급 명상’이다.
그러나 1분 ‘잠깐 명상’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효과는 두 가지다.
첫째,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3분 호흡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정과 깨어있는 자세를 더 쉽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3분의 짧은 시간으로도 화, 짜증, 불안, 두려움, 무기력 등 자신의 부정적 생각 패턴이 우리 삶을
장악하기 전에 스르르 사라지게 만든다.
두 번째, 우리의 생각이 통제를 벗어나 소용돌이치며 감정의 격발로 나오려고 하는 순간, 3분 호흡
명상은 이를 자제하게 만드는 냉철한 심판자, 또는 연민으로 돌아보게 하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때문에 상황의 더 이상 악화를 막아준다.
3분 호흡명상은 집이든, 회사든, 지하철이든 그 어느 곳에서도 잠시 짬을 내 자세를 바르게 하고
호흡을 고르며 할 수 있다.
되도록 눈을 감고하는 게 마음집중에 보다 효율적이다.
방법은 간단한 데 그것을 잊지 않고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 3분 명상
앉아 있건, 서 있건 몸을 바르게 세우고 의도적으로 위엄 있는 자세를 취한다.
가능하면 눈을 감는다.
1단계: 알아차리기
나의 내면의 경험으로 의식을 가져간다. 바로 지금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
- 어떤 생각이 일어나고 있나?
- 어떤 느낌(감정)이 있나? 즐거운가, 불편한가 등등을 있는 그대로 살펴본다.
- 어떤 신체감각(오감)이 있나? 잠시 몸 전체를 마음의 눈으로 훑으며 느껴본다.
2단계: 주의를 모아 한곳에 집중하기
이제 주의를 호흡 감각의 좁은 한 지점으로 돌려 배에서 일어나는 신체감각에 집중한다.
숨이 들어오면서 배가 팽창하고 숨이 나가면서 배가 꺼지는 것을 관찰한다.
(배가 아니고 콧구멍 등 호흡이 지나가는 다른 특정 지점도 좋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과정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며 알아차린다.
호흡 하나하나를 현재에 머물게 해주는 닻으로 여긴다.
마음이 딴 곳을 방황하면 다시 부드럽게 호흡으로 주의를 되돌린다.
3단계: 주의 확장하기
이제 호흡에 가 있던 알아차림을 확장해 몸의 자세나 얼굴 표정 등 몸 전체를 알아차린다.
마치 몸 전체가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불편감이나 조이는 느낌이 일면 그것 역시 알아차린 뒤, 들이쉰 숨이 그 부위로 들어간다고
상상하면서 그 부위의 감각에 주의를 집중한다.
몇차례 호흡을 하다보면 불편한 감각이 완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매 순간 알아차리면서 의식을 신체의 딴 부위, 또는 몸 전체로 옮긴다.
◇ 걷기명상의 7요소
걷기 명상은 명상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을 지속할 수 있는 명상법이다.
호흡에 맞춰 걸으며 자신의 리듬을 발견한다.
걷기 명상의 7가지 요소를 소개한다.
(1) 속도 - 호흡에 맞춰 자신의 리듬을 발견한다.
(2) 자세 - 제대로 걷기
(3) 장소 - 처음에는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나간다.
(4) 시간 - 그래도 한두 시간은 걸어야 하지 않을까?
(5) 동행 - 혼자서도 충분, 너무 많이는 글쎄
(6) 언제 - 틈이 난다면 언제든. 온전히 걷기에 빠지기 위해서는 새벽
(7) 복장 - 걷기 명상에 적합한 신발과 옷
※ 속도에 따른 걷기 방법
완보(천천히 걷기) - 시간당 3~3.5km
산보(산책 걷기) - 일상에서의 걷기. 시간당 3.5~4km
속보(빠르게 걷기) - 활기차게 걷기. 시간당 5~5.5km
급보(급하게 걷기) - 운동으로 걷기. 시간당 6~7km
강보(힘차게 걷기) - 최고 속도로 걷기. 시간당 7~8km
경보(경기 걷기) - 경보 경기 속도로 걷기. 시간당 15km 이상
<영국 옥스퍼드대 MBCT(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 8주 프로그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