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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정시학작품상
중국집 全씨 / 김사인 가령 그토록 빠르게 면발을 뽑아내는 일 훔쳐보는 코흘리개들 쪽으로 큰 눈 찡긋 우수어린 웃음 지어주는 일 앞으로 목을 빼고 큰 키 휘청휘청 걸어가는 일 더러운 앞치마는 풀어 시덥잖다는 듯 구석으로 뭉쳐 던지는 일 기묘한 액센트로 말하는 일 중국집 全씨처럼 장래 희망으로야 대통령도 장군도 싫지는 않았지만 돈 많은 사장이나 비행기조종사도 꼭 싫지는 않았지만 눈부셨지 껌 잘 씹는 중국집 全씨 입을 움직일 때마다 따닥따닥 소리가 나던 휘파람을 불면 지나는 처녀들 어김없이 킬킬거리던 뱀 모가지를 맨손으로 눌러서 잡던 어느 가을 웃말 김씨한테 맞아 코피를 흘리며 울던 홀아비 全씨 다 찢어진 그 난닝구 서러운 갈비뼈 같이는 아니고 싶었으나 저만치 기둥 뒤에서 섧게 따라울던 그의 어린 아들 같이는 아니고 싶었으나 (나도 슬퍼 조금 따라는 울었지만) 벗꽃 질 무렵 어린 아들 데리고 사라진 중국인 全씨 아모레 아줌마하고라던가 가게 안집 큰 누나라고 하던가 그 길로 자기 별로 돌아간 걸까 그 곳에서 다시 중국집을 내고 난닝구 바람에 껌을 씹으며 멋지게도 면발을 뽑고 있을까 어린 날의 내 우상 중국집 全씨
김사인 시인
1956년 충북 보은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1982년 ‘시와 경제’ 창간동인으로 참여하며 시쓰기 시작
[출처] 중국집 全씨 / 김사인 |작성자 마경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