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얄롬 Irvin D. Yalom(1931~)은 집단 정신치료를 잘 이끌기로 유명한 분입니다. 그가 집단치료 참가자들에게 집단 안에서 가장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이 무엇인지를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참가자들은 그가 이룬 성취나 지위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사실은 자신이 부적절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참가자들은 모임의 횟수가 거듭되어도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이 탄로날까봐 두려움을 내려놓지 못합니다.
인간은 그만큼 인생 초기의 '자기 이미지self-image'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는 것과 무엇보다 거절과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단 자체가 수용적이라고 느낀다면 그러한 두려움은 점점 옅어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더 안전함과 연결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개인상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취약함이 주는 고통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상담실을 찾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 취약함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그 취약함을 감추고 방어해 온 것이 평생의 습이기 때문입니다. 머리로는 그 취약함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머뭇거리게 됩니다. 게다가 자신의 취약함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자신이 숨긴 것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감춰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치료의 시작은 안전함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안전함의 핵심은 '취약함을 드러낸 상태로 함께 있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것이 치료되는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그 안전함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요? 그 핵심이 바로 마음 헤아리기입니다. 마음 헤아리기란 '상대의 주관적 경험을 속단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서 그 마음을 알고 싶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치료적 상황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고도 편안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내 마음을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알고 싶어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첫댓글 취약함을 드러내고도 편안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