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피/산초
조피를 흔히 산초(山椒)라고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조피는 초피나무의 열매다. 지방에 따라서는 제피, 잰피, 잼피라고도 하는데 한자어로는 천초(川椒)라고 한다. 옛말은 ‘죠피’다. 껍질은 추어탕의 향신료로 쓰이고 한방의 약재로도 쓰인다. 초피나무는 당의(蓎藙), 조피나무, 천초라고도 한다.
산초는 분디라고 하며 경상도에서는 난대라고 부른다. 고어에는 ‘난듸’ 또는 ‘ᄂᆞᆫ되’로 나온다. 비슷한말은 애초(崖椒), 진초(秦椒), 화초(花椒)라 한다. 분디는 산초나무의 열매로 씨앗은 기름을 짜 식용한다. 숙종 때의 중국어 학습서인 역어유해(譯語類解)에도 ‘山椒樹(산초수) 분디나무’라는 대목이 보이며, 순조 때 유희가 쓴 물명유고(物名類考)에는 ‘난듸나모’는 분디나무의 옛말이란 설명이 있고 한자로는 애초(崖椒)라 씌어 있다.
또 고려속요 「동동」의 마지막 연에는 이렇게 나온다.
십이월 분디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의 젓가락 같은 내 신세여,
임의 앞에다가 가지런히 놓았는데
엉뚱하게 손님이 가져다가 입에 뭅니다.
임과 인연을 맺지 못한 한(恨)의 애련함을 읊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에 전남대학교의 어느 교수가 호박김치에 대해 쓴 글에, 분디를 ‘분지’로 다음과 같이 기록한 것을 보았다. 분디가 구개음화되어 지금 ‘분지’로 쓰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호박김치는 김장하고 남은 배추, 무청, 늙은 호박을 절인 다음 백령도 까나리 액젓, 고춧가루, 마늘, 파 등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꺽주기 알과 분지 열매도 이때 들어간다.
조피(천초)나무와 분디(산초)나무는 같은 운향과(芸香科)에 속하며, 겉모양이 비슷하여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양자 간에는 모양이나 쓰임새에 많은 차이가 있다. 겉모양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가시의 배열에 있다. 조피는 가시가 두 개씩 마주 나 있는데[對生 대생], 분디는 하나씩 어긋나게 나[互生 호생] 있다. 용도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조피의 열매는 추어탕 등에 향신료로 쓰이며, 잎도 장아찌로 담가 먹지만, 분디는 씨앗만 빼서 기름을 짜서 식용할 뿐이다. 또 조피는 향도 짙어서 톡 쏘는 맛이 있지만, 분디는 이러한 향이 없다.
조피는 천초이며 산초가 아니다. 산초는 분디의 딴 이름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조피 가루의 라벨을 보면, 산초로 되어 있는 것이 많은데 이는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