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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왕좌를 논하는가
SUZUKI
GSX-R1000 / GSX-R1000R
2017년 드디어 풀체인지 되어 돌아온 GSX- R1000은 강력한 엔진과 최신 전자제어 패키지를 얹고 도로와 트랙 위를 누빈다. 여기에 레이스 사양의 서스펜션을 더한 R1000R까지 함께 선보인다.
자! 과연 누가 왕좌를 논하는가
GSX-R1000
스즈키를 대표하는 슈퍼바이크 GSX-R1000은 2001년 초대 모델이 등장한 이후 꾸준히 진화해왔다. 그리고 2009년에 등장했던 R1000으로 약간의 업데이트만을 더하며 7년의 긴 세월을 견뎌왔다. 그 사이 유럽 브랜드들의 슈퍼바이크에는 모토 GP 머신 수준의 전자장비가 더해지고 200마력이 출력의 기준이 되었다. 이에 스즈키가 드디어 새로운 슈퍼바이크를 들고 왕좌를 탈환하러 온 것이다. 엔지니어들을 갈아 넣은 아니, 엔지니어들이 날카롭게 갈아놓은 완전히 새로운 GSX-R1000과 함께.
0부터 100까지 새롭다
신형 GSX-R1000 등장은 그 어느 때보다 파격적이다. 기존에 없던 것들이 대거 추가되며 역대 R1000 중 가장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우선 기본 모델과 고사양 버전 두 가지로 공개한 것도 처음이다. 우선 디자인부터 새롭다. 기본적인 실루엣에서는 기존의 R1000의 느낌이 약간 남아있지만 디테일은 완전히 새롭게 그려졌다. 2015년 EICMA 쇼에서 공개한 GSX-R1000 콘셉트에서 거의 달라진 게 없이 출시되었다. 아마도 너무 달라진 외모에 대한 반응을 리서치하기 위해 콘셉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분명 전작과의 이미지가 너무 달라진 탓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디자인이지만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 가장 멋진 디자인이라고 평가하는 2007년 R1000과 닮은 점이 마음에 든다. 새로운 R1000의 대표 컬러이며 청명한 하늘색의 메탈릭 GP 블루 컬러는 이름처럼 스즈키 MotoGP팀 머신을 쏙 빼닮은 느낌이다. 새로운 프레임은 더욱 가늘어지고 무게는 10%를 덜어냈다. 콤팩트한 섀시에 콤팩트한 엔진을 얹었다. 차량의 전체 폭도 13mm 가늘어졌다. 수치상 큰 차이는 아니지만 시트에 앉으면 미들급처럼 느껴질 만큼 확실한 콤팩트함이 느껴진다. 시트 좌우 폭이 가늘어 발착지성도 나쁘지 않다.
시트는 좁고 작고 단단하지만 노면의 피드백이 좋고 하체를 홀딩하기 좋은 타입이다. 슈퍼바이크 중에는 탠덤이 편한(?) 편이였던 R1000이었지만 신형은 리어는 짧고 작게 만드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콤팩트하게 바뀌었다. 이 상태라면 탠덤은 ‘사람을 태우고 이동할 수 있다’ 정도의 의미로 보는 게 좋겠다
최신 기술의 전자장비
전자장비는 넣을 수 있는 건 다 넣었다고 보는 게 좋다. 기존의 R1000이 전자장비를 거의 다 배제하고 순수한 컨트롤을 지향했다면 이번에는 완벽하게 뜯어고쳤다. IMU 기반의 코너링 ABS와 트랙션 컨트롤은 기본이거니와 이제는 레이스에서 표준 장비로 여겨지는 상하 양방향의 퀵 시프트(R1000은 옵션 R1000R 스탠더드)와 런치 컨트롤도 장비했다. 그중에 독특한 것은 최근 스즈키 바이크들에 장착되는 로우 RPM 어시시트다. 클러치를 붙일 때 스로틀을 대신 열어 출발을 돕는 초보를 위한 기술인데 의외로 자연스럽고 편해서 시동을 꺼트릴 이유가 전혀 없다. 느낌이 꽤 재밌어서 자꾸 해보게 된다. 클러치는 케이블 타입임에도 무척 가볍다. 출발부터 기분 좋은 느낌이다.
엔진의 파워는 폭력적이다.
스로틀을 열면 펑 터지듯 폭발적인 기세로 가속한다
강력한 엔진 성능
엔진은 너무나 강력하다. 최고의 성능을 추구한 스즈키의 엔지니어들의 집착에 가까운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엔진은 74.5×57.3mm의 보어×스트로크를 76×55.1mm로 변경하며 더욱 숏스트로크화 되었고 압축비는 12.9:1에서 13.2:1까지 높였다. 배기량마저 999.8cc로 한계까지 끌어 썼다. 회전수 향상을 위해 모토 GP 엔진으로부터 가져온 핑거 팔로워 밸브를 장착했다. 이렇게 만들어낸 출력은 202마력, 역대 최강의 엔진이다.
이 엔진의 키포인트는 단순한 최고출력이 아니다. 저회전과 고회전의 밸브 오버랩이 달라지는 스즈키 레이싱 가변 밸브 타이밍 SR-VVT 기술이 접목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저속과 고속에서 매니폴드 사이의 버터플라이 밸브로 배기압을 조절하는 스즈키 배기 튜닝 알파(SET-A)와 스로틀 밸브 상단에 샤워헤드 탑 피드 인젝터를 장착해 고회전에서 흡기에 연료를 추가로 분사해주는 스즈키 탑 피드 인젝터(S-TFI)까지 더해졌다. 이 세 가지 기술을 합쳐 브로드 파워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들 덕분에 고회전에서의 최고출력과 저회전에서의 풍부한 토크를 낼 수 있다.
SR-VVT
일반적으로 4스트로크 엔진은 엔진이 돌아가며 밸브 위의 캠을 돌려 흡배기 밸브를 타이밍에 맞춰 차례로 열어주게 된다. 이때 흡기밸브와 배기밸브가 동시에 열려있는 기간을 밸브오버랩이라고 한다. 이 밸브오버랩이 클수록 흡기가 열려있는 시간이 길어져 고회전에서 출력을 높이기 좋지만 저회전에서 흡기로 배기가 역류하는 문제가 있어 출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반면 오버랩이 작으면 저회전에서 토크가 좋아지지만 고회전에서 원활한 효율을 내기 힘들다. VVT는 회전수에 따라 이 오버랩이 바뀌기 때문에 저회전에서 토크와 고회전에서의 최고출력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스즈키는 이 가변 밸브를 간단한 구조로 구현해 작동 신뢰성을 높이고 압도적인 저회전 토크를 얻었다.
일반적으로 저회전 토크를 강화하면 더 쉬워진 컨트롤을 기대하게 된다. 아무래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는 고회전까지 올리지 않고도 원하는 만큼 가속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이 엔진의 파워는 너무 폭력적이다. 스로틀을 열면 펑 터지듯 폭발적인 기세로 가속한다. 게다가 회전이 상승할수록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점점 더 흉폭해진다. 회전수가 올라가면 배기사운드 뿐만 아니라 흡기사운드와 엔진의 회전음이 합쳐져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낸다. 슈트 아래 온통 소름이 돋을 정도다. VVT 기술은 저회전 토크의 증대와 같은 결과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작동하는 시기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다양한 전자장비는 좌측 그립에 위치한 모드 셀렉트 버튼을 통해 설정할 수 있다
주행모드가 A, B, C 세 가지로 트랙 세팅의 A 모드와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B 모드 그리고 부드러운 출력 특성을 보여주는 C 모드로 나뉜다. 하지만 출력특성만 다를 뿐 최고 출력은 전부 폴 파워다. 취향일 뿐 어떤 모드를 선택해도 느리지는 않다는 말이다. 개인적인 취향과 아기자기한 구성의 인제 스피디움에서는 B 모드가 적당했다. A 모드는 화끈하게 재밌기는 하지만 체력 소모가 너무 빠르다.
같은 속도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얼마나 짜릿한 지가 결국 도로 위의 슈퍼바이크가 존재하는 이유다
주행성능
핸들링은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시선처리만으로도 원하는 라인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뉴트럴한 세팅이다. 유연한 섀시에 제 역할을 하는 서스펜션의 조합으로 핸들링이 정말 탁월하다. 콤팩트한 차체로 연속 코너에서 방향을 수월하게 바꾼다. 작아진 시트레일에 맞춰 시트가 무척 작고 단단해 불편할 것 같았는데 코너링 중에 옆면의 각이 절묘해 상당히 편했다. 생각해보면 시트의 가운데 앉는 것보다 옆에 걸쳐 달리는 일이 더 많은 모델이니까 당연한 결과일까? 넘치는 파워로 코너와 코너 사이가 너무 짧게 느껴진다. 감각보다 바이크가 훨씬 빠르기에 뇌내 연산이 따라가기 벅찬 수준이다.
코너를 탈출하며 일부러 스로틀을 과격하게 열어보니 리어가 흐르는 듯 흐르지 않으며 가속한다. 분명 그 사이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했겠지만 크게 티 안 내고 자연스러워 마치 내가 잘 컨트롤 한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이제는 꽤 널리 보급되고 있는 기술들이지만 R1000에서 이러한 친절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트랙션 컨트롤은 10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브레이크 성능은 상당히 강력하다. 320mm의 T 드라이브 디스크에 브렘보 래디얼 캘리퍼의 조합이다. 풀브레이킹 시에는 뒤에서 누가 잡아채듯 엄청난 감속 G가 걸리며 속도가 줄어든다. ABS의 개입도 상당히 절제되어있고 압력을 빠지며 제동이 약해지는 시간이 짧아 제동력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프런트에 하중이 과도하게 실려 리어 쪽이 올라오게 되면 IMU가 감지해 ABS를 작동시켜준다.
플로팅 디스크 방식 중 작동 유격이 작고 견고한 T 드라이브 디스크를 적용했다. T 드라이브는 플로팅핀과 T 드라이브가 함께 사용되어 견고하면서도 소음은 최소화했다
재밌는 것은 유사한 스펙의 브렘보가 세팅 된 타 브랜드에 비해 초기 반응이 부드러워 초기에는 기대보다 다소 밀리는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레버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면 브렘보 고유의 강력한 성능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컨트롤을 섬세하게 할 수 있는 타입이다. 스즈키 브레이크 세팅은 브렘보를 쓰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고유의 세팅의 차이였음을 증명 한 셈이다.
GSX-R1000R
GSX-R1000에 레이싱 스펙의 서스펜션이 장착된 것이 GSX-R1000R이다. 프런트 포크는 쇼와의 밸런스 프리 프런트 포크 BFF가 장착되고 리어에는 밸런스 프리 리어 쿠션 라이트 BFRC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외형상 차이는 블루 컬러 기준으로 헤드라이트 아래 인테이크 부분의 컬러가 바디컬러인 블루로 칠해졌고 프런트 포크에 챔버가 붙어있는 BFF 포크의 존재감 정도다. 양방향 퀵 시프트가 옵션이 아니라 기본으로 장착된다. 기본적으로 R1000과 크게 다르진 않다. 동력성능은 기본적으로 같다. 하지만 서스펜션의 차이는 크다. 테스트 시간이 짧아 기본값밖에 느껴보지 못했는데 만약 기회가 있다면 세팅을 바꿔가며 그 차이를 더 느껴보고 싶다.
쇼와제 BFF 레이스머신에서나 보던 구조의 서스펜션이 새로운 R1000R에 기본 장착된다. 섬세한 움직임, 뛰어난 노면 추종성과 넓고 섬세한 세팅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프리로드 조절 다이얼이 별도의 공구 없이 쉽게 동전으로 돌릴 수 있게 디자인 되었다
기본으로 장착된 양방향 퀵 시프트는 트랙 주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장치다. 특히 시프트다운을 할 때 회전수를 맞춰줄 필요 없이 스로틀 리턴 후 레버만 밟아주면 되기 때문에 브레이킹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레이스에서는 있고 없고에 따라 기록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는 기술이다. (R1000에는 옵션으로 장착 가능하다고 한다.)
만약 트랙에서의 레이스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서스펜션의 조절 폭이 크고 선명한 트랙션을 제공해주는 고사양의 서스펜션의 R1000R이 당연히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차별점이 크지 않아 R1000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 다만 스즈키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헤드라이트 옆에 가느다란 주간주행등DRL은 R1000R에만 제공된다. 유광 블랙의 글래스 스파클 블랙은 R1000R 전용 컬러이며 레드와 무광 블랙은 노멀 R1000 전용 컬러다.
TRACK & ROAD
R1000의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 트랙과 도로 양측에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일반 도로에서 달린 R1000은 확실히 편안했다. 의외로 포지션도 편안하고 컨트롤 가능한 범위와 그 이상을 바이크가 선을 딱 긋고 넘어가지 않도록 잡아주는데 그 안에서만 달려도 도로에서는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그저 1단에서 이미 150을 넘어가는 엄청난 파워를 내고 최고속이 300km/h를 가볍게 넘기는 이 슈퍼바이크를 도로교통법에 묶어두기란 쉽지 않을 뿐이다. 상대적으로 페이스가 낮아지는 일반 도로에서는 낮은 회전 영역의 토크가 정말 편하게 다가온다. 3단 정도면 R1000이 달릴 수 있는 속도는 거의 다 커버할 수 있어 오토매틱 수준이다.
새로운 R1000/R1000R은 압도적인 성능과 스타일 안전성에 편의성까지 두루 만족스러운 모델이었다. 트랙 라이더라면 가격과 성능 면에서 이보다 좋은 선택이 없을 만큼 훌륭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길 것이다. 공도만 타는 라이더에겐 R1000의 202마력의 파워는 그림에 떡이 아닐까?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비록 2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용기와 스킬이 없더라도, 비록 시속 300km를 달릴 도로가 없더라도, 지금 내 다리 사이에 끼워진 바이크가 202마력의 슈퍼바이크라는 점은 라이더에게 큰 프라이드 아니겠는가. 그리고 같은 속도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얼마나 짜릿한 지가 결국 도로 위의 슈퍼바이크가 존재하는 이유다. 여기에 2099만 원(GSX-R1000R 2399만원)으로 출시되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이 새로운 R1000이 점점 치열해지는 슈퍼바이크 경쟁에서 새로운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UZUKI GSX-R1000 (R1000R) 제원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DOHC 병렬 4기통
보어 × 스트로크 76.0 × 55.1(mm)
배기량 999.8cc
압축비 13.2 : 1
최고출력 202hp / 13200rpm
최대토크 117.6Nm / 10800rpm
시동방식 셀프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16ℓ
변속방식 6단 리턴
최종구동 체인드라이브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모노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R17 (R)190/55 R17
브레이크 (F)320mm 듀얼 디스크 (R)220mm 싱글디스크
전장 2075mm
휠베이스 1420mm
시트고 825mm
건조중량 202kg (203kg)
가격 2099만 원 (2399만 원)
<본 게시글은 월간 모터바이크 17년 7월 호에 수록된 것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글 양현용 사진 이민우, 양현용
취재협조 스즈키코리아 www.suzuk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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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볼수록 딱 갖고싶다는 생각만 드는 바이크인듯 합니다
대단한 성능대비 가격입니다
다 좋은데..다 좋은데..
디자인이 호불호를 떠나서 너무 없어 보인다는 ㅠㅠ
작살나네..
따봉입니다!
퀵시프트 의 신세계를 경험중...^^
성능 가격진짜 왓따 원츄인데 없어보이는 디자인 ㅜ ㅜ
R1000R은 사랑입니다
정말 궁금한데요 왜.. 디자인은 저따구로 만들어서...............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