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여름방학에 접어들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늦잠도 자고 낮잠도 즐겼다. 귓바퀴 위를 덮은 머리카락을 도리질을 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짧게 깎았다. 제대 말년의 병장 같은 모습이다. 지난 주 치룬 육상대회 때는 5학년 남학생 선수 한 명이 결의를 다지며 삭발 투혼을 발휘하여 자신이 부산의 남학생 가운데 200m 최고 실력자임을 보여주었는데 나도 삭발의 유혹을 받았지만 내일부터 방학 내내 아이들과 아침 조깅(1km)으로 <여름방학 건강달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해서 꾹 참았다.
지난 주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61년 역사의 <회장기 부산초중학교대항육상경기대회>는 초읍초가 남초부와 여초부 우승을 하며 초등부 종합우승을 하였다. 우리 연산초는 학생수가 천 명에 가까운 큰 학교라 초읍초와 경합하며 우승을 노렸는데 6학년 중심의 이 대회에 6학년 선수가 거의 참가하지 않아 절호의 우승 기회를 놓쳤다. 6학년의 빈자리를 5학년이 채워 장기판의 차포와 상마를 다 떼고 졸로만 경기를 치루는 형세였다. 그래도 5학년과 4학년 선수들이 득점에 가세하여 육상부 전문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10여개 육상부 학교를 물리치고 남초부 4위, 여초부 3위, 종합 4위를 하였다. 2학기 때는 6학년들을 잘 설득하면 9월의 <제12회 부산초중학생육상챌린지대회>와 10월의 <제35회 교육감배 초중학교 꿈나무선발육상경기대회>에서 남초부와 여초부 모두 동반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대회가 끝나고 후배들의 입상과 실력이 알려지자 뒷짐지고 있던 6학년들이 서로 육상을 해보겠다고 체육전담실을 찾아와 난리다. 여름방학도 2학기도 아이들과 육상을 할 수 있어 화투판에서 꽃놀이패를 쥔 듯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회장님과 부지런한 쥐띠 회원 4명(달리마, 오궁, 꾸니, 태암)이 출석했다. 달리마 샘은 달리기 반, 웨이트 트레이닝 반으로 훈련을 하셨는데 추자골 체력단련장에서 기구운동을 하다가 지독한 산모기한테 왼쪽 장딴지에 두 방이나 물려 물린 부위가 눈에 띄게 부풀어 올랐다. 나도 왼쪽 팔뚝에 한 방을 물렸는데 살짝 부풀어 오르더니 지금은 사그라들어 표시가 나지 않는다. 회장님과 오궁, 꾸니 샘은 수원지 1바퀴를 빠르게는 9분대에 달리며 6-7바퀴를 달렸다. 나는 추자골에서 출발하여 바람고개에 올랐다가 좌회전하여 초연중학교, 대공원 입구를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왔는데 52분이 걸렸다. 10km 훈련코스로는 썩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림보 달리미인 나도 거듭 연습하면 40분대 후반에 주파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다.
달리기를 끝내고 오궁님이 상의를 벗어 쥐어짜는데 땀이 거의 맥주잔 한 컵 정도 쏟아졌다. 밑에 개구리라도 한 마리 있었더라면 등짝에 떨어지는 물벼락에 놀라 펄쩍 뛰어 달아날 정도의 엄청난 양이었다. 마라톤 연습이나 대회를 하고 나서 상의의 땀을 짜는 모습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인데 어마어마한 양에 놀랐다. 오늘은 최근에 기록적으로 내린 장맛비와 어젯밤에 잠깐 내린 비로 숲속의 습도가 엄청 높았는데 우리 달리미들의 옷을 더욱 축축하게 만든 주원인이 된 것 같다. 다음 일요일에는 나도 훈련 후에 상의를 벗어 땀의 양을 살펴보고 싶다.
오늘은 콩나물국밥과 순두부로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운전자인 꾸니 샘과 나는 냉수로 목을 축이고 세 분은 생탁 두 통을 반주로 비웠다. 수원지의 물이 대거 외출하여 숲속의 다습한 공기가 우리 다섯 달리미의 땀을 쥐어짰지만 용감하게 잘 이겨냈다. 최근에 코로나로 컨디션이 떨어져 회복중인 성지곡 단골 고무신 샘이 나오시지 않아 생각이 났다. 다음 주 일요훈련 때는 기력을 회복하여 예전처럼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훈련장에 나오실 것 같다. 또 어떤 분이 짠 하고 나타나서 천하명당 성지곡에서 함께 땀흘리며 走仙이 되시려나? 몇 달째 얼굴을 뵙지 못하고 있는 서성수 샘의 근황을 회원님들이 궁금해 하셨다. 사모님과 함께 아드님이 있는 마산에 가 계시는 것이 아닌지 추측해 보기도 하였다. 서성수 교장선생님 많이 보고 싶네요. 가내 두루 안녕하신 것 맞죠?
花路輕走
身安心輕放學來
敎師苦待夏佳客
昨夜熟眠朝出門
走場向路花路樂
二伏過去大暑到
斷髮走心對敵暑
騰騰氣勢登風峴
林道下走回歸原
꽃길을 달리듯 가벼운 달리기
몸도 편안하고 마음도 가벼운
방학이 찾아왔다.
교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반가운 여름 손님이다.
간밤에 깊은 잠을 자고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달리기 훈련장으로 가는 길이
꽃길인 듯 즐겁다.
초복과 중복도 지나가고
대서에 당도했다.
머리를 짧게 깎고 走心으로
더위에 맞선다.
차오르는 기세로
바람고개에 올랐다가
임도를 따라 내리막 길을 달려
원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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