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 관련 법안이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 가능성이 커졌다고 합니다. 개 식용 금지법안은 9건이 발의돼 있는데, 대부분 도살·처리, 식용 사용·판매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구에 있는 칠성개시장은 폐쇄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과거 경기 성남 모란가축시장과 부산 구포가축시장과 함께 ‘국내 3대 개시장’으로 불렸지만, 칠성시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시장은 이미 폐쇄됐습니다.
이제 공식적으로 개고기를 판매하는 시작은 없어질 것 같습니다. 개고기를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는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개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자주 먹는 것은 아니고 1년에 두세 차례 먹는데 이젠 그마저도 먹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잡아서 먹는 일은 하지 않겠지만 개고기를 파는 집이 있으면 저는 개고기를 계속 먹을 것입니다. 수 천 년 동안 가축으로 키우면서 먹었던 개고기를 왜 먹지 말라고 하는 지 이해가 안 되고 그동안 개고기를 파는 것을 생업으로 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먹고 살라는 것인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오늘 어느 외국인이 본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민의 개에 대한 태도를 읽었습니다. " K-DOG"라는 제목인데 이젠 개도 K시리즈에 들어가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얼마 전, 누군가가 나에게 취미가 있냐고 물었다.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려다가 멈추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겐 독서라는 게 취미가 될 수 있을지언정 나에게는 아니기 때문이다.
독서는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에게 취미라면 ‘걷기’다. 남산의 산책로를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내 안에 들어 있는 불안과 우울의 흔적이 산속에서 지워진다.
그런데 내가 진심으로 즐기는 건 도시의 거리를 걷는 것이다. 서울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서울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결코 지루할 틈이 없는 도시라는 사실이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건물을 보지 않는다. 공원을 찾아 걷거나 상점에 들락날락하지도 않는다.
그럼 뭘 하냐고? 하염없이 걷는 동안 주변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잠시 상상한다. 혹은, 각기 다른 코, 입, 귀, 눈썹의 종류를 머릿속에 수집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의미에서 팬데믹 이후 몇 달은 내 인생 최악의 시기 중 하나였다. 마스크가 나의 취미를 거의 망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길을 걷던 중 나의 주의를 끄는 무언가를 보았다.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이 독특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본 건 매우 비싼 유모차를 밀고 있는 젊은 여성이었다. 마침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었고 나는 아기를 관찰하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유모차 쪽으로 다가갔다. 남 일을 들여다보기 좋아하는 못된 버릇인 점 인정한다. 하지만 글쟁이 중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나?
아무튼, 유모차 안에는 놀랍게도 아기가 아니라 개가 앉아 있었다. 털 안으로 분홍색 피부와 분홍색 귀가 보였으니 개가 분명했다. 순간, 한국엔 정말 중간이란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양탕’을 파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반려견이 사람보다 귀하게 대접받는 곳도 있다.
개 얘기는 아니지만 다른 예를 들자면, 지난 수십 년간 교사가 학생들을 체벌하며 괴롭혔는데, 이제는 학생과 부모들이 교사들을 자살로 내몰 정도로 괴롭히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보인다.
그날 이후로 내 눈에는 개를 태운 유모차가 더욱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사이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 수가 65% 증가했다고 한다. 애견 미용실, 애견 체육관, 애견 보험, 프리미엄 애견 사료 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이미 ‘펫코노미’라는 용어는 나온 지 꽤 되었고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K-펫케어 산업’을 언급한 적도 있다. 조금 더 있으면 반려동물을 위한 오마카세가 등장할까? 럭셔리 브랜드에서 고급 목줄을 사기 위해 줄을 서게 될까?
내년엔 한강변에 반려견 전용 공공 수영장이 개장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반려동물로서의 개는 한국에서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산업의 주축이 되었다. 식용으로서의 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한국인과 개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개라는 존재는 한국인에게 분리된 개념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애정을 주고받고 돈을 써야 하는 도시의 사람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이라는 존재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농촌의 마인드와 미신이 도사린 오래된 사회 속에서 몸을 보신시켜주는 음식으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개를 왕처럼 대하는 것도 ‘영양탕’으로 취급하는 것도 불편하다. 종류는 다르지만 두 경우 모두 폭력적이다. 어째서 개가 네 발로 길을 걸으며 바닥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를 모조리 맡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가? 동물로서의 본질을 무시하고 인간 아기처럼 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렇게 대하면 ‘주인’은 어떤 중요한 심리적 결과를 얻게 되는가? 개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돈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척도가 결코 개에게 지출한 금액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사이, 개고기 소비가 다시 한 번 공론의 장으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양대 정당이 모두 개고기 소비를 금지해야 할 때라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앞으로 몇 년 안에 개고기 소비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개를 ‘반려’ 동물로서가 아니라 정서적 상품으로 인식하는 풍조가 늘어난다면 폭력적인 뉴스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논의가 한국인과 개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길 빈다.
판매를 위해 강아지를 더 작게, 소셜미디어에 예쁘게 나오도록 품종을 실험하는 개 사육장은 식용으로 개를 사육하던 농장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동아일보. 안드레스 솔라노 콜롬비아 출신 소설가
출처 : 동아일보. 오피니언, K-DOG[안드레스 솔라노 한국 블로그]
제가 개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개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어려서는 개를 키우고 싶어 무척이나 어머님을 졸랐고, 지금도 개를 키울 수 있는 단독주택이라면 개를 키우고 싶습니다. 다만 남들처럼 작은 개가 아니라 최소한 진돗개 이상의 큰 개를 키우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키우던 개를 잡아먹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제가 개를 키우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키우던 개가 저보다 먼저 죽을까봐 겁이 나서입니다.
개를 키우면서 유기농 사료를 먹이고, 온갖 치장을 한다는 사람들 얘기를 들을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별 짓을 다해도 개는 개일 뿐입니다. 고급 미용실, 고급 유모차, 온갖 장신구로 치장해도 개는 개일 뿐이지 사람이 아닙니다.
개를 좋아하고 아끼는 것도 좋지만 개를 개로 보는 태도가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