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여기에서 멈춰
어른이 되었다.
유옹 송창재
자라다 멈추고 말았어
콩나물을 많이 먹었는데도
더 이상 자라지 않았어.
억수로 내리는 맨비를 맞으며 눈물에 젖은 아스팔트를 헤매고 다녀도
더 이상은 자라지가 않는거야.
자라고 싶었지.
재크의 콩나무처럼 자라서 수평선너머 고래잡이 배
보고 싶었고
용근이성 고구마지게 오는가 보고 싶었는데
팔봉학교 산길 벗어나고서는 하나도 안컸어.
시루처럼 신발에 물주고 신어도 자라지 않아서
비오는 바람부는 날 대밭에 들어가 욕을 해대었어.
바람에 조금들리기는 했지만 모두들 건성이었지.
계란으로 바위친다나 흉보였여.
발을 잘라 높혔지.
그래도 안돼
포기했었지 욕만해 대며.
엄마가 힘들이지 않고
업고다니기 좋으라고 그랬나 봐.
유옹이 되어버렸지.
이제는 안 그래.
모두가 크다가 멈췄어
늙어서 쭈그랑거리거든.
허지만 나는 늙지가 않았어
속에 것은 싱싱했지
그래서 유옹이라고 했지.
큰다는 것은
성숙과 다른거야.
멀대같은 바람에 꼼짝못하는 갈대를
성숙하다고 하질 않거든.
나는 훨씬 더 일찍
영감이 되어버렸어야해.
유옹처럼.
지금도 꿈은 꾸거든.
호랑이한테 잡혀 먹히지만 말고 얼음처럼 차가운 폭포에서
자꾸 떨어지라고
그러면서 바지에 오줌을 누면 짭잘하게 양념이 되면서
키가 자란다는 것을 알았지.
성숙한다는 것은
무서워지리는 오줌과
슬픈 눈물과
대나무밭의
바람부는 날 욕소리라는 것을 알았거든.
어설픈 대가 되지 않은 죽순이 속빈 대나무보다 영양가도 많고 맛도 있잖아.
멀대의 성장을 원하지 않아
깔때기를 덮어놓은 야무지고 맛있는
죽순의 성숙이면 되는거야.
그래서 유용은 덜 자란 지금도 겹살이 탱탱해지는 유죽이야.
유옹은 유죽이지.
성장은 성숙이 아니야.
나는 늙는 것이 좋아.
그만큼 성숙하니까.
이제는 시인이고 수필가고 서예가고 사색인이고
차도 있고 집도 있고
그래서
나는 스무살때쯤 마흔살이었어야 해.
그래서 유옹인거지.
늙어서 너무 좋아
그렇게 바라던 자람이
그렇게도 이해받지 못하던 꿈이
늙어서 좋은거야.
이해해주니까 좋아서 신나서
이제야 자라니까.
그래서 유옹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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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몸은 자라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너무나 크게 자랐으니
유옹(幼翁)이가 넘치도록 컸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힘이들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