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나라
중국 은(殷)나라(상) 시대 때 탕(湯)왕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덕을 제일로 중시하였다.
"사람은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자기의 모습을 알 수 있으며, 군왕은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탕왕의 이러한 말에, 신하 이윤이 대답하였다.
"덕행에 밝으신 말씀입니다. 일국의 군주로서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시면, 선정을 하려는 자들이 모두 자진해서 관직에 오르려고 할 것입니다."
이윤은 그의 말처럼, 선정을 하고 싶어 그 스스로 탕을 찾아나선 사람이었다. 즉위하기 전에 탕이 유신씨의 딸을 아내로 맞이할 때, 이윤은 그 딸을 따라간 비천한 하인이었다. 이윤은 그때 이미 탕의 덕을 숭상하여 스스로 솥과 도마를 지고 따라가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인에게 바쳤다. 이때부터 탕을 주인으로 섬겨, 나중에는 탕왕이 제위에 올라 왕도를 걷도록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어느 날 탕왕은 교외로 나가 새를 잡은 적이 있었다. 이때 신하들이 그물을 동서남북 사면에 치고 나서, 하늘을 향해 이렇게 축원하였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방에서 오는 새들아! 모두 이 그물로 들어오라."
그러자 탕왕이 신하들의 잘못을 지적하였다.
"사방에다 그물을 쳐서 새의 씨를 말려버릴 작정인가?"
탕왕은 곧 신하들에게 사방의 삼면에 친 그물을 걷고 한 면만 남겨두게 하고, 다음과 같이 축원하였다.
"좌로 가고 싶은 새는 좌로 가고, 우로 가고 싶은 새는 우로 가라. 그리고 나의 말을 듣지 않는 새는 내 그물로 들어오라."
제후들이 탕왕의 이러한 축원을 듣고 감탄하여 말하였다.
"대왕의 덕은 지극합니다. 그 덕이 새와 짐승에게까지 미치다니요."
따라 만물이 움직인다. 해가 뜨면 새들이 눈을 뜨고, 온갖 초목이 이파리를 반짝이며 햇빛이 내리는 쪽으로 귀를 기울인다. 덕이 있는 사람은 마치 해와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든다.
사마천의 사기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는 ‘척지구폐요 요비불인 구고폐비기주?之狗吠堯 堯非不仁 狗固吠非其主’ 라는 구절이 있다.
걸왕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짓는 것은 요임금이 어질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기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짓는다는 말로 우리에게는 걸견폐요桀犬吠堯라는 고사성어로 잘 알려져 있다.
(걸왕과 요왕을 빗댄 이 사자성어는 항우-유방 쟁패 때 나온 말로 한신이 토사구팽 당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