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황사가 전국을 뒤덮는 날이 많아 초등학교가 휴업에 들어가는 일이 잦아졌다. 황사가 심한 날은 누구도 미세 먼지를 피할 수 없어 눈과 목의 통증을 호소하고, 많은 어린이들이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 이런 기상상황이라면 월드컵을 준비하는 우리로선 더욱 더 신경 쓰이는 일이 바로 화생방 테러이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느낌이지만 테러 용의자들은 아직 어느 곳에 은둔해 있는지 알 수 없고, 미국 대표팀이 참가하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우리로선 국내외에서의 테러활동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의 편지를 이용한 탄저균 테러는 교과서의 한 페이지에 나오는 개달전염(formite infection) 방식을 응용한 것에 불과하며, 각종 전파방식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사회에서 어떤 형태의 화생방테러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황사에 탄저균 포자를 실어 날려보낸다면 단 며칠 사이에 월드컵을 무산시키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만큼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테러에 이용 가능한 주요 화생방무기를 소개하고, 우리의 현 실정을 짚어 보며 정부의 대응방안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고 협조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생물학무기의 유형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은 북한보유 추정 생물학무기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 5가지를 들고 있다. 즉, 천연두(smallpox), 탄저병(anthrax), 보툴리즘(botulism), 흑사병(pest), 콜레라(cholera)가 그것이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의 보고서에서는 단지 수백 kg의 이들 생물학무기로도 수소폭탄의 위력을 능가하는 사상자를 낼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비단 북한뿐 아니라 소수의 테러분자들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것이 생물학테러이다. 미국에서의 탄저균 테러는 단 10여 건으로도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혼란을 야기하였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천연두
천연두는 바이리올라(variola)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전염병으로 1977년 소말리아에서 마지막으로 진단되었으며, 1980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박멸되었다고 선언하여 의학발전의 최대 개가로 기록되었다.
미국은 이미 1972년에, 남·북한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WHO의 선언에 따라 1980~1982년에 천연두 예방백신 접종을 중단하였다. 당시 동·서 강대국이었던 소련과 미국만이 연구용으로 지하 냉동고에 최소의 종자만을 남겨 두기로 하고 전세계 모든 나라가 폐기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당시 모든 나라가 폐기한 것처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란, 이라크, 북한 등이 폐기는커녕 몰래 무기화하여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어 탄저균 테러 이후 자국민들을 위해 3억명분의 백신을 비축하겠다고 선언했으며, WHO는 지난해 천연두 백신에 관한 국제적인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15세기에 스페인이 남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기 위해 퍼뜨려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을 몰살시켰던 천연두. 세계 의학계가 지구상에서 이를 몰아낸 지 20년 만에 인간 스스로에 의해 그 최대 업적이 무효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 서른을 넘긴 사람들은 초등학교 시절 `공포의 불주사"를 기억할 것이다. 그 고통을 참아냈다는 영광의 흔적은 우리들 어깨에 계급장처럼 커다랗게 남아 있다. 천연두는 감기처럼 빠른 전염력에다 높은 치사율을 나타내므로 만약 누군가 이 바이러스를 살포한다면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30세 이하의 청소년과 예방접종 효력이 떨어진 성인들을 합쳐 절반의 사람들이 속수무책이 될 것이다. 이는 실로 인간으로서 최대 위기를 자초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