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 박진선 대표
78년 동안 3대째 가업 이어가
매년 매출액의 5% 연구에 투자
창사 이래 한 번도 노사 분쟁 없어
'간장 만드는 회사는 장독만 있으면 되지, 연구소가 왜 필요하냐고 사람들이 묻더군요.
그럼에도 샘표 직원들은 전국을 돌면서 장맛을 좌우하는 미생물 3000여 종을 수집하고 연구했어요.'
지난 10월 서울 중구 샘표식품 본사에서 만난 박진선(74) 대표는 3대에 걸쳐 78년째 회사가 지속한 비결로
'연구개발(R&D)'을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샘표식품은 박 대표의 할아버지인 고 박규희 선대회장이 1946년 회사를 세운 이후 국내 시장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2003년 식문화연구소를 비롯해 2013년 기술연구원인 '우리발효연구중심'까지 설립하는 등
매년 매출액의 5%를 연구에 투자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샘표식품의 히트 상품 '연두'는 연구개발에 대한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탄생했다.
박 대표는 '연구소 복도에서 만난 허병석 연구소장이 '콩을 발효해 액상 조미료를 만들수 있는데,
해봐도 될까요?'라고 묻기에 뭐든 지원할테니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2010년 출시된 연두는 작년까지 누적 4500만개가 판매되면서 간장과 함께 회사의 주력 상품이 됐다.
샘식품은 창사 이래 한 번도 노사 분쟁이 없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샘표식품은 1970년대 말부터 직원들에게 분기별 매출 변화를 공개해왔고 1980년 사측에서 먼저
노조 설립을 권유하기도 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당시엔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제안했고, 사측은 이듬해 임금 인상으로 보답했다.
박 대표는 '아버지 박승복 회장은 돈이 없어 결혼식을 못한 직원들을 위해 공장 강당을 결혼식장으로 꾸며
주례와 식사를 준비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3대째 가업을 잇는 샘표식품엔 독특한 '오너 문화'가 있다.
자식을 처음부터 회사로 불러 경영을 가르치지 않고, 가업과 상관없는 경험을 쌓다가 뒤늦게 회사에 합류시키는 식이다.
박 대표는 '회사는결국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일찍부터 할아버지가 아셨던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2대인 고 박승복 회장은 공무원으로 역대 최장수 총리실 행정조정실장(현 국무조정실장)까지 지내고서
회사 경영에 뛰어들었다.
3대인 박 대표는 서울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진로를 바꿔 미국에서 철학 교수로 강단에 섰다가 가업을 잇기 위해
귀국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가정에서 요리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제품 개발에 기술력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집에서 맛내기 어려운 음식이 분명히 있는데, 소스 하나로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한 브랜드와
기술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지인 기자